첫째가 학교에 입학하고 3년이 지났습니다. 그 사이 첫째와 같은 학교에 다니는, 같은 또래의 사촌은 Reception 때부터 상장을 여러 개 받았는데, 우리 아이는 하나도 없었습니다. 티 내지 않으려 했지만 솔직히 불안했습니다. 왜 우리 아이만 상을 못 받지 하는 생각이 스쳤습니다. 그런데 그건 엄마의 걱정이었습니다. 아이는 전혀 개의치 않았으니까요. 그리고 어느 날 뉴스레터에서 아이 이름을 발견했습니다.
뉴스레터에서 아이 이름을 발견한 날
아이가 다니는 학교는 정기적으로 뉴스레터를 보내줍니다. 그 안에 상을 받은 아이들의 이름과 이유가 함께 실립니다. 어느 날 그 뉴스레터를 읽다가 우리 아이 이름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순간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가 다시 올라왔습니다. 정말 기뻤습니다.
픽업하러 학교에 갔을 때 모른 척했습니다. 아이가 저를 보자마자 씩 웃었습니다.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습니다. 자랑하고 싶어 하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었습니다. 그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덩달아 기분이 더 좋아졌습니다. 3년을 기다린 첫 상장이었습니다.
아이가 받은 상은 Caring 상이었습니다. 같은 반에 도움이 필요한 친구를 항상 자발적으로 나서서 도와주고, 다른 친구들이 함께 어울릴 수 있도록 도와줘서 받은 상이었습니다. Year 3 한 해 동안 같은 Caring 상을 3번 받았습니다.
그 해 담임 선생님이 학부모 면담에서 이런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아이가 자발적으로 나선다. 이건 가르쳐서 되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인성이 훌륭한 것이라고요. 아이가 자랑스러웠습니다. 그리고 그런 면을 발견해주시고 특별하게 여겨주신 선생님께도 감사했습니다. 그런 선생님을 만난 것이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동 긍정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학업 성취가 아닌 친사회적 행동(Prosocial Behavior)을 인정받는 경험이 아이의 자존감과 사회적 유능감 발달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칩니다. 특히 교사가 아이의 행동을 구체적으로 명명하고 공식적으로 인정할 때, 그 행동이 아이 정체성의 일부로 자리 잡는 효과가 있습니다. (출처: Australian Council for Educational Research, 2022)
성과가 아닌 과정을 보는 상
호주 학교 상장 문화를 경험하면서 한국과 극명하게 다르다고 느낀 것이 있습니다.
제가 학창 시절에 받은 상장들은 모두 성과에 기반한 것들이었습니다. 성적이 우수하거나, 우수한 과제물을 냈을 때 받는 상들이었습니다. 잘해야만, 1등이어야만 받을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호주 학교 뉴스레터에 실린 상 이유들은 달랐습니다. 포기하지 않고 과제를 끝까지 마쳐서, 친구들과 생각을 잘 나눠서, 도움이 필요한 친구를 자발적으로 도와서. 첫째가 받은 Caring 상도 마찬가지였습니다. 1등을 했거나 가장 잘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행동했는지를 보고 주는 상이었습니다.
처음엔 이런 방식이 낯설었습니다. 한국에서 자란 저에게 상장은 무언가 뛰어난 결과를 냈을 때 받는 것이라는 인식이 박혀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아이가 Caring 상을 받은 이유를 읽으면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학교생활의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인 친구를 배려하고 함께 어울리는 것, 그것을 알아봐 주고 공식적으로 인정해준다는 것이 오히려 더 의미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서 뉴스레터를 보내주고, 상은 받은 아이들의 이름과 그 옆에 이유를 함께 보내줍니다. 그것을 읽어보면 선생님들께서 아이들 여러가지 면을 다 눈여겨본다는 것을 알고있어요. 배움, 친구들과의 생활, 과제를 하는 태도들 하나하나가 상을 받는 이유가 될 수 있습니다.

OECD 교육 연구에 따르면 성취 중심 평가 시스템에서 자란 학생들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높고 도전 회피 경향이 강한 반면, 과정과 태도를 인정하는 평가 방식을 경험한 학생들은 내재적 학습 동기와 회복탄력성이 더 높게 나타납니다. 호주 학교의 상장 문화가 단순한 이벤트가 아닌 교육 철학의 반영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출처: OECD Education at a Glance, 2023)
상장들을 모두 파일에 모아두었습니다
아이가 받은 상장들은 모두 파일에 모아두고 있습니다. 학교 상장뿐 아니라 구몬 학습지에서 받은 상, 태권도 상장들도 함께 차곡차곡 넣어두었습니다. 아이가 나중에 커서 볼 수 있게 해두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관심을 가졌던 것들, 노력했던 흔적들이 담긴 기록이 아이가 커가면서 자신의 적성을 찾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해서입니다.
3년 동안 상을 받지 못한 것이 아이에게 문제가 있다는 신호가 아니었습니다. 그냥 그 시기가 아이에게 아직 오지 않은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왔을 때, 성적이 아닌 마음으로 받은 상이었습니다. 그것이 더 오래, 더 깊이 남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엄마의 불안이 기우였습니다. 아이는 아이답게 잘 자라고 있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호주 학교에서 상을 얼마나 자주 주나요?
학교마다 다르지만 매주 또는 격주로 각 학급에서 한두 명씩 뉴스레터에 이름이 실리는 방식이 일반적입니다. 성취 기반이 아닌 태도와 행동 기반이라 한 해 동안 한 번도 못 받는 아이도 있고, 여러 번 받는 아이도 있습니다.
아이가 상을 받지 못해서 속상해할 때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호주 학교 상장은 경쟁이 아닙니다. 아이가 학교에서 어떤 태도로 생활하는지에 집중하도록 방향을 잡아주는 것이 좋습니다. 상보다 일상에서 작은 것들을 알아봐주고 칭찬해주는 것이 더 효과적입니다.
상장을 어떻게 보관하면 좋을까요?
파일이나 포트폴리오 형태로 모아두는 것을 추천합니다. 학교 상장뿐 아니라 과외 활동 상장, 학습지 수료증 등도 함께 보관하면 아이가 커가면서 자신의 관심사와 노력의 흔적을 볼 수 있는 좋은 기록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