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ionnaire hat please. My mom's first language is not English." 첫째가 유니폼 샵에서 저 대신 모자를 달라고 이야기해줍니다. 제가 말하니 직원이 못 알아들어 7살 아이가 엄마를 도와줍니다. 이민자로서 '영어'는 일상처럼 부딪히는 벽입니다.
호주 이민 15년, 이메일 한 통도 혼자 못 보냈다
호주에 와서 처음 일한 곳은 한국 유학원이었습니다. 현지 호주 학교에 등록하고 지원하는 데 도움이 필요한 학생들을 도와, 등록 과정을 안내하는 업무를 맡았습니다. 고객은 한국인 유학생이라 문제가 없었지만, 학교와 소통하는 데는 어느 정도의 영어 수준이 요구됐습니다.
호주 학교에 이메일을 보낼 때는, 당시 대학에서 공부를 하고 있던 남편에게 도와달라고 많이 부탁했어요. 문법이나 표현이 어색하지는 않은지 봐달라고 많이 부탁했어요. 그러다 자주 쓰는 내용이나 표현들은 양식을 저장해두고 다시 써먹기도 하면서 점점 업무에 익숙해졌습니다.
그리고 더 큰 대학교로 이직을 하게 되면서 더 다양한 업무를 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전화 업무를 하는 것은 새로운 도전이었습니다. 상대방의 반응을 보며 대화하는 것과,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전화로만 대화를 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새로운 시스템 적용을 위한 프로젝트를 맡으며, 임원진들 앞에서 프레젠테이션도 해봤습니다. 이렇게 서서히 영어 실력이 성장해왔던 것 같아요.
영어 공부, 프렌즈 자막 없이 돌린 이유
집에서 영어 공부도 열심히 했습니다. 예전에 많은 사람들이 봤고 인기가 있었던 '프렌즈'라는 미국 프로그램을 자막 없이 계속 돌려봤어요. 보든 보지 않든 그저 계속 틀어놓고 있었던 것 같아요.
처음에는 자막 없이 알아들을 수 없던 내용들이 서서히 들려오기 시작하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7살 아이가 엄마 발음 대신 말해준 날
첫째가 7살 때였어요. 모자를 잃어버려 함께 유니폼 샵으로 갔죠. Legionnaire라는 단어였는데, 어떻게 발음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불어를 기반으로 한 단어라서 더 그랬던 것 같아요. 직원에게 얘기하니 제 발음을 못 알아듣더라고요.
옆에 있던 첫째가 저를 도와줬어요. "Legionnaire hat please. My mom doesn't speak English very well. She's a Korean." 고맙고 대견했어요. 아이가 커서 이제 나를 도와주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엄마 영어 공부가 한국어 공부 이유가 됐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이민자 엄마로서 걱정되는 것이 있었어요. 시어머님 같은 경우 영어를 잘 못하세요. 그런데 남편에게 본인의 모국어를 따로 가르치지 않으셨어요. 그래서 가끔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것을 볼 때가 있어요.
저도 아이를 키우면서 혹시 아이들이 한국어를 몰라서 소통이 어려워지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국어를 가르쳐야 했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았어요. 매일 영어만 쓰는 환경에서 한국어를 익히는 건 더더욱 쉽지 않았죠.

그래서 아이들에게 엄마가 영어 공부하는 모습을 더 보여주기로 했어요. 첫째와 어린 왕자 소설을 읽고, 아이들이 책을 읽을 때 저도 옆에서 영어 책을 읽었죠. 엄마가 영어를 공부하는 것처럼 아이들에게도 한국어를 공부하면 된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어요.
"엄마는 영어를 몰랐어. 공부해서 알게 된 거야. 너희도 공부하면 돼."라고 말했어요. 아직도 아이들은 한국어에 익숙하지 않지만, 엄마가 계속 공부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란 말이 있는 것처럼 아이들이 저를 보며 배워가길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