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 게임 시간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많은 부모들이 고민합니다. 무조건 금지하면 더 하고 싶어하고, 그냥 두면 하루 종일 하려고 합니다. 저도 그 사이에서 오랫동안 흔들렸습니다. 그리고 잘못된 방식으로 접근하다가 준이와 관계가 틀어졌던 경험이 있습니다.
일방적으로 끊으려다 생긴 일
준이가 마인크래프트에 빠졌을 때였습니다. 처음엔 창의적인 게임이라고 생각해서 허용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게임을 하는 시간이 점점 늘었습니다. 숙제를 미루고 게임을 하거나, 밥 먹다가 빨리 끝내고 게임을 하러 가려고 하는 것이 보였습니다.
어느 날 더 이상 안 되겠다고 생각하고 일방적으로 말했습니다. "앞으로 게임 금지야." 준이가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왜 갑자기 금지냐고, 잘못한 것도 없는데 왜 빼앗냐고 했습니다. 저는 게임이 공부를 방해하기 때문이라고 했고, 준이는 공부도 다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 말이 틀리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숙제는 하고 있었습니다.
그날 이후 준이가 저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습니다. 말이 줄었고,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잘 이야기하지 않았습니다. 게임을 빼앗긴 것보다, 이유도 제대로 듣지 않고 일방적으로 금지한 것이 준이를 상처 입힌 것이었습니다.
디지털 미디어 관리 연구에서는 아이의 게임이나 미디어 사용을 갑작스럽게 금지하는 것이 반발과 저항을 만들고 오히려 더 강한 집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합니다. 점진적인 조정과 아이와의 협의가 더 효과적인 방법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출처: American Academy of Pediatrics - Media Use Guidelines)
관계를 회복하고 다시 시작했습니다
며칠 후 준이에게 먼저 사과했습니다. 갑자기 금지한 것이 잘못됐다고, 준이 말을 먼저 들었어야 했다고. 준이가 조용히 들었습니다. 그리고 같이 규칙을 만들어보자고 했습니다.
준이에게 물었습니다. 게임을 하루에 얼마나 하고 싶어? 준이가 두 시간이라고 했습니다. 저는 한 시간이 적당하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주중에는 한 시간, 주말에는 한 시간 반으로 합의했습니다. 준이가 직접 참여해서 만든 규칙이었습니다.
그 이후 달라진 것이 있습니다. 알람이 울리면 준이가 스스로 게임을 끄는 날이 늘었습니다. 가끔 조금 더 하고 싶다고 하면, 오늘 숙제 다 했으면 15분 더라고 협상이 됩니다. 일방적으로 제한했을 때보다 훨씬 갈등이 줄었습니다. 준이가 규칙의 이유를 이해하고, 그 규칙을 만드는 데 참여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자율성 지지(Autonomy Support) 연구에서는 아이가 규칙을 만드는 과정에 참여할 때 그 규칙을 더 잘 지키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외부에서 강요된 규칙보다 자신이 선택한 규칙을 따르는 것이 내면의 조절 능력을 키우는 데 더 효과적입니다. 게임 규칙을 함께 만든 것이 그 원리였습니다. (출처: Self-Determination Theory - Autonomy Support)
게임 자체가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이 경험을 통해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게임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라, 게임이 다른 것들을 밀어낼 때가 문제라는 것입니다. 숙제를 마치고, 야외 활동도 하고, 가족과의 시간도 있고, 그 안에서 게임을 즐기는 것은 괜찮습니다.
준이는 마인크래프트에서 집을 짓고, 농장을 만들고, 친구들과 협력해서 세계를 만들어갑니다. 그 안에서 공간 지각 능력, 계획하는 능력, 협력하는 능력을 연습합니다. 모든 게임 시간이 낭비는 아니었습니다. 그것을 인정하고 나서, 게임에 대한 제 태도가 달라졌습니다.
한국에서 게임은 공부의 적으로 여겨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성적에 영향을 준다는 이유로 금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호주에서는 조금 다릅니다. 게임을 활용한 학습도 있고, 게임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것들을 인정합니다. 금지보다 관리, 관리보다 대화가 더 효과적이라는 것을, 준이와의 경험에서 배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