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 성적이 좋은 아이가 나중에도 잘할까요? 꼭 그렇지 않다는 것을 주변에서 많이 봤습니다. 저학년 때 공부를 잘하던 아이가 고학년이 되면서 흥미를 잃거나, 반대로 느리게 시작했지만 꾸준히 성장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그 차이가 어디서 오는지, 준이를 키우면서 조금씩 알게 됐습니다.
실패해도 다시 시작하는 아이가 오래 갑니다
준이가 태권도 대회에서 첫 번째 나갔을 때 패턴에서 성과를 내지 못했습니다. 실망한 표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집에 와서 한 말이 다음엔 패턴도 열심히 연습해서 잘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연습량을 늘렸습니다. 두 번째 대회에서 패턴 은메달을 땄습니다.
그 과정에서 준이가 보여준 것이 회복탄력성이었습니다. 실패했을 때 주저앉지 않고 다시 방향을 잡는 것. 이것이 성적보다 훨씬 중요한 능력이라는 것을, 그 대회를 통해 실감했습니다.
트럼펫을 배우면서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습니다. 원하는 음색이 나오지 않아 며칠을 힘들어하다가 관련 영상을 스스로 찾아보고 연습을 이어갔습니다. 평가 전날 처음부터 끝까지 실수 없이 연주했을 때, 그 과정이 결과보다 더 값진 것이었습니다.
회복탄력성(Resilience)은 어려움을 겪은 후 회복하고 적응하는 능력입니다. 연구에 따르면 회복탄력성이 높은 아이들은 장기적인 학업 성취, 사회적 적응, 정신 건강 면에서 더 좋은 결과를 보입니다. 이 능력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실패를 경험하고 다시 시도하는 반복적인 경험으로 키워집니다. (출처: APA - Resilience in Children)
스스로 하는 아이가 더 멀리 갑니다
구몬 학습지를 1년 동안 하면서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이 있습니다. 처음엔 매일 아침 달래고 설득해야 했는데, 지금은 말하지 않아도 스스로 꺼내 합니다. 그 변화가 수학 실력이 느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스스로 한다는 것은 단순히 혼자 한다는 것이 아닙니다. 왜 해야 하는지를 이해하고, 언제 해야 하는지를 스스로 판단하고, 하기 싫어도 해내는 것입니다. 그 능력이 학습지를 넘어 다른 것들에도 적용됩니다. 준이가 고생물학 관련 대학을 스스로 검색하고, 읽고 싶은 책을 스스로 찾아보는 것이 그 능력이 작동하는 것입니다.
자기주도성은 부모가 만들어주는 것이 아닙니다. 아이가 스스로 선택하고 결과를 경험하는 반복 속에서 자랍니다. 그러기 위해 부모가 해야 할 것은 대신 해주지 않는 것, 기다려주는 것입니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것이 오래 가는 아이를 만드는 방법입니다.
자기결정이론(Self-Determination Theory)에서는 내재적 동기, 즉 스스로 원해서 하는 것이 외부 압박에 의한 학습보다 훨씬 지속적이고 깊은 학습을 만든다고 합니다. 오래 가는 아이의 핵심은 스스로 하고 싶어하는 것입니다. 그 동기를 유지하는 것이 성적을 올리는 것보다 더 중요한 부모의 역할입니다. (출처: Self-Determination Theory)
끈기 있는 아이가 결국 이깁니다
준이 주변에 공부를 아주 잘하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그 친구들을 보면서 조바심이 날 때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준이를 보면서 느끼는 것이 있습니다. 준이는 느리더라도 포기하지 않습니다. 분수를 처음 배울 때 며칠을 힘들어하면서도 결국 스스로 익혔습니다. 태권도 대회에서 지고도 다시 연습했습니다. 트럼펫이 안 되면 영상을 찾아봤습니다.
그 끈기가 어디서 왔을지를 생각해봅니다. 작은 성공 경험들이 쌓인 것 같습니다. 구몬 학습지를 매일 마쳤을 때의 뿌듯함, 태권도 대회에서 메달을 땄을 때의 기쁨, 트럼펫을 처음부터 끝까지 연주했을 때의 성취감. 그것들이 다음 도전의 동력이 됐습니다.
공부를 잘하는 것과 오래 가는 것은 다릅니다. 지금 성적보다 실패해도 다시 시작하는 힘, 스스로 하는 능력, 포기하지 않는 끈기. 이것들이 준이를 오래 가게 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 믿음으로 오늘도 기다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