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부가 육아 방식이 다르면 갈등의 원인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남편이 아이를 혼낼 때 제가 막고, 제가 아이를 감쌀 때 남편이 더 단호하게 하라고 했습니다. 그 간극이 불편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 다름이 오히려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엄한 아빠가 가르쳐준 것들
남편은 저보다 훨씬 단호합니다. 해야 할 일은 반드시 해야 한다는 원칙이 있습니다. 준이가 자기 물건을 챙기지 않거나 집안일을 돕지 않으면, 저는 한 번 더 말하거나 대신 해주는 편이었습니다. 남편은 달랐습니다. 스스로 할 때까지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집에서 이런 것들을 배우지 않으면 나중에 혼자 살 수 없어."
처음엔 남편이 너무 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이가 스트레스받을까봐 중간에서 막을 때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결과가 달랐습니다. 남편이 단호하게 대했던 것들이 준이에게 습관이 됐습니다. 자기 가방은 스스로 챙기고, 식사 후 자기 그릇은 싱크대에 가져다 놓고, 방을 사용한 후에는 정리합니다. 제가 매번 말했던 것들을 남편이 한 번 단호하게 말한 이후 아이가 자연스럽게 하게 됐습니다.
감싸는 것이 언제나 옳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남편을 통해 배웠습니다. 물론 지나치게 엄하면 아이가 위축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적절한 단호함이 아이에게 책임감을 심어준다는 것, 그 균형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권위적 양육(Authoritative Parenting) 연구에서는 따뜻함과 단호함이 함께 있는 양육 방식이 아이의 자존감, 책임감, 학업 성취에 가장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합니다. 엄마의 따뜻함과 아빠의 단호함이 자연스럽게 조합된 것이 우리 집의 방식이 됐습니다. (출처: APA - Authoritative Parenting Style)
감싸는 엄마가 필요한 순간이 있었습니다
반대로 남편의 방식이 맞지 않는 순간도 있었습니다. 준이가 감정적으로 힘들어할 때였습니다. 울거나 속상해할 때, 남편은 그만 울어, 견뎌야 해라고 말하는 편입니다. 아들이니까 강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그 순간 보듬어주고 싶었습니다.
그때마다 남편과 충돌하지 않으려고 조용히 지켜봤다가, 남편이 자리를 비운 사이에 준이 옆에 앉았습니다. 많이 속상했지? 말하지 않아도 돼, 그냥 옆에 있을게. 그러면 준이가 조금씩 마음을 풀었습니다. 아빠에게도, 엄마에게도 기댈 수 있다는 것을 아이가 알게 되는 것 같았습니다.
준이가 감정적으로 힘든 날, 먼저 찾는 것은 저입니다. 학교에서 친구와 다퉜거나, 뭔가 잘 안 됐거나 할 때 엄마에게 먼저 이야기합니다. 반면 뭔가 도전적인 것을 해야 할 때, 체력이 필요한 활동을 할 때는 아빠를 찾습니다. 아이 스스로 두 부모를 다른 방식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았습니다.
아버지의 육아 참여(Paternal Involvement) 연구에서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서로 다른 양육 방식이 아이의 사회적 능력과 정서 발달에 상호 보완적으로 작용한다고 합니다. 어머니는 주로 정서적 지지와 언어적 소통을, 아버지는 도전과 독립성 촉진의 역할을 하는 경향이 있으며, 이 두 가지가 함께 있을 때 아이의 발달이 더 균형 있게 이루어진다고 강조합니다. (출처: Australian Institute of Family Studies - Father Involvement)
다름을 갈등이 아닌 자원으로 만들었습니다
부부의 육아 방식이 다를 때 가장 피해야 할 것이 아이 앞에서 충돌하는 것이라는 것을 경험으로 알았습니다. 남편이 아이를 나무라는 것을 제가 그 자리에서 막으면, 아이는 어른들끼리 싸우는 것을 봅니다. 그리고 어느 쪽의 말을 따라야 할지 혼란스러워합니다.
그래서 방식을 바꿨습니다. 남편의 방식에 동의하지 않아도 그 자리에서는 조용히 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없는 자리에서 이야기합니다. 나는 이 상황에서 이렇게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 그리고 남편의 의견을 듣습니다. 모든 경우에 합의가 되지는 않지만, 최소한 아이 앞에서 다른 말을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한국에서 자란 저는 아버지가 엄하고 어머니가 감싸는 전통적인 구도를 보고 자랐습니다. 그런데 호주인 남편과 육아를 하면서 그 구도가 꼭 성별로 나뉘는 것이 아니라, 성향과 상황에 따라 역할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남편이 때로는 감싸고, 제가 때로는 단호하게 합니다. 그 유연함이 아이들에게 더 다양한 방식으로 세상을 배우게 해준다고 생각합니다.
다름이 갈등의 원인이 되느냐, 자원이 되느냐는 부부가 그 다름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달려있습니다. 완벽하게 같은 방식으로 육아하는 부부는 없습니다. 다름을 인정하고, 각자의 강점이 아이에게 닿도록 하는 것. 그것이 지금 저와 남편이 찾아가고 있는 방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