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둘째가 생기면 육아가 더 쉬워질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한 번 해봤으니까요. 그런데 실제로는 달랐습니다. 첫째 때 통했던 방식이 둘째에게는 전혀 먹히지 않았고, 똑같이 키우려 할수록 오히려 둘 다 힘들어졌습니다. 두 아이를 키우며 가장 늦게 깨달은 것, 공평함의 의미와 각자 다른 방식으로 사랑해야 한다는 것을 이야기합니다.
첫째 때 했던 방식이 둘째에게는 통하지 않았습니다
준이는 어릴 때부터 책을 좋아했습니다. 잠자리 독서를 거의 빠뜨리지 않았고, 같은 책을 달달 외울 때까지 읽어달라고 했습니다. Room on the Broom을 어린이집에서 선생님이 읽어주는 옆에서 앞 내용을 줄줄 이야기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 반복해서 읽어준 시간들이 헛되지 않았다는 걸 알았습니다. 준이는 말도 일찍 텄고, 주변에서 언어 능력이 뛰어나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습니다.
둘째 지안이는 달랐습니다. 첫째 때처럼 책을 많이 읽어주려 했지만, 솔직히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일을 하면서 첫째 과외 활동 라이딩까지 하다 보니, 지안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생각보다 많이 줄었습니다. 그 차이가 눈에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안이는 감정 표현을 말보다 우는 것으로 하는 경우가 많았고, 문장보다 단어로 소통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처음엔 그냥 성격 차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준이는 외향적이고 말이 많은 아이인 반면, 지안이는 조용하고 내향적인 편이니까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성격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걸 느꼈습니다. 첫째 때 쏟았던 시간과 에너지를 둘째에게는 그만큼 쏟지 못했다는 것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둘째에게도 잠자리 독서를 다시 시작했습니다. 짧더라도 매일 읽어주려고 노력했습니다. 읽다가 지안이가 멈추고 뭔가 이야기하고 싶어 하면, 솔직히 귀찮을 때도 있었습니다. 빨리 재우고 싶은 마음이 있었으니까요. 그래도 그 순간을 넘기지 않고 귀담아 들으려 노력했습니다. 지금은 지안이도 책 읽기를 너무나 좋아합니다.
형제자매는 같은 부모 밑에서 자라도 각자 다른 환경을 경험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출생 순서, 부모의 상황, 가족 구성의 변화가 모두 아이에게 다른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똑같이 키우려는 시도 자체가 오히려 각 아이의 필요를 놓치게 만들 수 있다고 합니다. (출처: Zero to Three - Sibling Development)
둘째 기질에 맞는 애착 방식이 따로 있었습니다
지안이는 내향적인 아이입니다. 준이처럼 친구들 사이에서 에너지를 얻는 타입이 아니라, 혼자 혹은 가족과 함께 있을 때 편안해합니다. 어린이집을 처음 보낼 때였습니다. 준이는 첫날부터 씩씩하게 들어갔는데, 지안이는 매일 아침 헤어지는 게 힘들었습니다. 처음엔 적응하면 괜찮아지겠지 했는데, 시간이 지나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때 깨달았습니다. 지안이에게는 단순히 시간이 해결해주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안심할 수 있다는 느낌이 먼저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지안이에게는 더 많이 옆에 있어주려고 노력했습니다. 특별한 것을 해주는 것이 아니라, 그냥 같은 공간에 있어주는 것이었습니다. 지안이가 뭔가를 하고 있을 때 옆에 앉아 저도 책을 읽거나 일을 했습니다. 그러면 지안이가 안정이 되는 게 느껴졌습니다.
준이에게는 자율을 주는 것이 효과적이었다면, 지안이에게는 존재 자체를 확인해주는 것이 먼저였습니다. 같은 부모인데 두 아이에게 필요한 것이 이렇게 다를 수 있다는 것, 직접 겪어보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애착 이론(Attachment Theory)에서는 아이마다 안정 애착을 형성하는 방식이 다르다고 설명합니다. 어떤 아이는 독립적으로 탐색하면서 안정을 느끼고, 어떤 아이는 부모가 가까이 있다는 것을 확인해야 안심합니다. 지안이가 필요로 했던 것이 정확히 후자였습니다. (출처: Bowlby, J., Attachment Theory / APA)
두 아이에게 공평하다는 것의 진짜 의미
두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어려운 것 중 하나가 공평함입니다. 첫째에게는 모든 것이 처음이라 조심스럽고 더 많은 에너지를 쏟았습니다. 둘째에게는 경험이 생겼지만 시간이 줄었습니다. 어느 쪽도 완벽하지 않았습니다.
준이에게는 동생이 생긴 후 달라진 부분이 있었습니다. 모든 관심이 준이에게 집중됐던 시간이 끝나고, 지안이가 태어나면서 자연스럽게 분산됐습니다. 준이가 직접 불만을 표현한 적은 없지만, 가끔 동생 편을 드는 것 같으면 서운해하는 모습을 봤습니다. 그럴 때마다 준이에게 더 신경을 써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안이에게는 첫째 때만큼 시간을 쏟지 못한 것이 아직도 미안합니다. 준이가 태권도, 수영, 피아노, 학습지를 하면서 일정이 빡빡해지다 보니, 지안이와 여유 있게 보내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줄었습니다.
두 아이에게 똑같이 해주는 것이 공평한 게 아니라는 걸 이제는 압니다. 각자에게 필요한 것을 알아채고 그것을 채워주는 것이 진짜 공평함이라는 것을요. 한국 육아 문화를 보면 형제 사이에서 나이 많은 쪽에게 이해와 양보를 강요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빠니까, 언니니까. 그런데 그것이 정말 공평한 것인지는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직 완벽하게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없지만, 그 방향으로 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