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폰이나 게임을 무조건 못 하게 하면 아이가 덜 집착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결과는 반대였습니다. 금지할수록 더 집착했고, 허용되는 순간 폭발적으로 몰렸습니다. 왜 그렇게 됐는지, 그리고 어떻게 바꿨는지를 이야기합니다.
금지가 집착을 만들었습니다
준이가 마인크래프트에 빠졌을 때였습니다. 처음엔 하루 1시간으로 제한했고, 그것도 지켜지지 않자 아예 주중에는 금지했습니다. 주말에만 할 수 있게 했습니다. 그 규칙을 만들고 나서 어떤 일이 생겼는지 기억합니다. 준이가 학교에서 돌아오면 주말이 언제예요를 가장 먼저 물었습니다. 밥을 먹으면서도 게임 이야기를 했습니다. 잠자리에서도 게임 생각을 한다고 했습니다. 금지가 게임에 대한 생각을 오히려 더 많이 하게 만들었습니다.
주말이 되면 허용된 시간에 폭발적으로 몰입했습니다. 몇 시간이고 화면 앞을 떠나지 않으려 했습니다. 시간이 제한돼있으니 그 시간 안에 최대한 많이 하려는 것이었습니다. 마치 오랫동안 굶었다가 한꺼번에 먹는 것처럼요. 그 모습이 걱정스러웠습니다. 절제를 가르치려 했는데, 오히려 절제 능력이 더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그때 방향을 바꾸기로 했습니다. 완전히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자리를 만들어주는 것으로요. 매일 일정 시간은 할 수 있되, 그 시간이 예측 가능하게 만들었습니다. 게임을 언제 할 수 있는지 항상 알고 있으니, 게임 생각으로 하루를 채우지 않아도 됐습니다.
금지 효과(Forbidden Fruit Effect) 또는 심리적 반응(Psychological Reactance) 연구에서는 무언가를 금지하면 오히려 그것에 대한 욕망이 커지는 현상을 설명합니다. 특히 아이들의 경우, 금지된 것에 더 강하게 집착하는 경향이 나타납니다. 완전한 금지보다 예측 가능한 허용이 더 건강한 습관을 만드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출처: APA - Psychological Reactance Theory)
규칙을 함께 만들자 달라졌습니다
이번에는 일방적으로 규칙을 정하지 않았습니다. 준이에게 물었습니다. 게임을 하루에 얼마나 하고 싶어? 준이가 두 시간이라고 했습니다. 저는 한 시간이 적당하다고 했습니다. 협상 끝에 주중 한 시간, 주말 한 시간 반으로 합의했습니다. 준이가 참여해서 만든 규칙이었습니다.
그 이후 달라진 것이 있었습니다. 알람이 울리면 준이가 스스로 끄는 날이 생겼습니다. 처음엔 가끔이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더 자주 그랬습니다. 자기가 정한 규칙이니까 지키려는 마음이 생긴 것 같았습니다. 물론 어기는 날도 있었습니다. 그럴 때는 어떻게 하기로 했는지를 함께 이야기했습니다. 혼내기보다 다시 합의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게임 시간이 예측 가능해지자 게임에 대한 집착이 줄었습니다. 주말에 폭발적으로 몰리던 것도 나아졌습니다. 매일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지금 이 시간에 최대한 많이 해야 한다는 조급함이 사라진 것이었습니다. 금지와 허용의 극단 사이에서 예측 가능한 균형이 생겼습니다.
스마트폰도 비슷하게 접근했습니다. 완전히 차단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는 쓰고 어떤 상황에서는 쓰지 않는지를 명확히 했습니다. 밥 먹을 때, 가족이 함께 있을 때는 화면을 끄는 것. 이동 중이나 특정 시간에는 허용. 규칙이 명확할수록 아이가 그 경계를 받아들이기 쉽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았습니다.
부모가 먼저 보여줘야 했습니다
준이에게 디지털 절제를 가르치면서 가장 큰 장벽이 저 자신이었습니다. 아이에게는 스마트폰을 줄이라고 하면서, 저는 아이들 앞에서도 스마트폰을 자주 꺼냈습니다. 준이가 그것을 지적했을 때 할 말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부모 먼저 바꾸기로 했습니다. 식사 시간에 스마트폰을 서랍에 넣는 것을 규칙으로 만들었습니다. 남편에게도 같이 하자고 했습니다. 처음엔 어색하고 확인하고 싶은 충동이 생겼지만, 습관이 되자 오히려 그 시간이 편안해졌습니다. 아이들도 그 분위기를 느꼈는지, 식사 시간에 더 많이 이야기했습니다.
디지털 기기를 못 쓰게 막는 것보다, 디지털 기기 없이도 충분히 즐겁고 의미 있는 시간이 있다는 것을 경험하게 해주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공원에서 뛰어놀고, 보드게임을 하고, 요리를 같이 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들이 쌓이면서 화면보다 더 재미있는 것들이 있다는 것을 아이가 몸으로 알게 됩니다. 금지보다 대안이 먼저입니다.
디지털 미디어 연구에서는 완전한 금지보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과 예측 가능한 규칙이 아이의 장기적인 디지털 사용 습관에 더 효과적이라고 합니다. 부모와 함께 만든 규칙, 부모가 먼저 실천하는 모습, 그리고 디지털 없이도 풍부한 경험이 균형 잡힌 디지털 생활을 만드는 세 가지 조건입니다. (출처: Common Sense Media - Screen Time Guidelin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