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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 트럼펫 레슨부터 반년 만의 첫 공연까지 — 호주 학교 Music Program 이야기

by jamieseo1999 2026. 9. 3.

"엄마, 오빠한테 그만하라고 해요. 너무 시끄러워요" 아침에 집안에 트럼펫 소리가 울려 퍼지자, 둘째가 귀를 막고 제게 달려와서 오빠를 말려 달라고 합니다. 연습하는 아이를 나무랄 수도 없었지만, 저도 속으로는 '듣기 괴롭다'고 생각한 적도 많아요. 그런데 어제 저녁 아이의 밴드 공연을 보고 와서 생각이 달라졌죠.

학교 Music Program, 트럼펫 무료로 시작

아이는 학교에서 운영하는 Music Program을 통해 트럼펫 레슨을 시작하게 됐어요. 트럼펫은 저에게 비교적 생소한 악기였고, 레슨을 시작하기 전에 악기와 책을 사야 하는지 모르는 것들이 많았죠. 같이 트럼펫을 배우게 된 친구 엄마에게서 악기를 빌리면 된다는 것을 듣고, 미리 필요한 책과 악기를 렌트해 두었어요. 이렇게 하길 잘한 것 같아요. 학기 초가 되니 많은 학생들이 똑같은 책을 구입해야 해서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학교의 Music Program을 통해 악기 레슨을 받게 되면 수업 시간에 받을 수 있어 방과 후 따로 시간을 내지 않아도 되니 너무 편리해요. 그리고 사교육비가 비싼 편인 호주에서 학교에서 무료로 레슨을 받을 수 있는 것은 큰 이점이죠. 그래서 인기가 아주 많아요. 아이가 프로그램에 합류하게 된 것은 행운이라고 해도 될 것 같았어요.

트럼펫 연습, 집에 오자마자 자랑한 날

트럼펫을 배우게 됐을 때 처음엔 그렇게 좋아하더니, 올해 초 레슨을 시작하고 두 텀(Term) 동안 집에서 연습하는 모습을 보기 힘들었죠. 한 번은 레슨 날인데 집에 악기를 두고 간 적도 있어요.

 

그러다 아이와 함께 트럼펫을 배우는 친구의 엄마와 이야기할 기회가 생겼어요. "매튜가 트럼펫 배우는 것을 참 좋아해요. 시키지도 않았는데 아침마다 연습하고 많이 늘었어요." 그 이야기를 듣고 집에 와서 아이와 이야기했죠. 매튜는 이미 다른 아이들보다 한참 앞서서 다른 곡을 배우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반면에 아이는 똑같은 곡을 세 달째 배우고 있고요.

 

아이에게 잔소리를 늘어놓을 수밖에 없었어요. 이렇게 좋은 배움의 기회가 왔는데, 이때 배우지 않으면 나중에는 배울 기회가 없을지도 모른다고요. 배우고 싶어도 프로그램에 합격되지 않아 못 배우는 친구들에게 미안한 일이라고도 했어요. 그래서 매일 아침 연습을 시켰어요. 5분에서 10분 정도로요. 그렇게 일주일 동안 연습하고 간 레슨에서 다음 곡을 배우게 됐다고 했어요. 아이가 집에 오자마자 자랑했죠.

 

연습의 성과를 맛본 아이가 그다음부터는 시키지 않아도 아침마다 혼자 연습했어요. 실력이 늘어가는 것을 볼 수 있었죠.

반년 만에 첫 무대, 친구와 나란히

반년 조금 넘게 악기를 배우고, 어제 드디어 공연을 하게 된 거예요. 7시 시작 공연이었는데, 줄을 서서 들어가야 할 정도로 많은 가족들이 공연을 보러 왔죠. 관중이 100명은 족히 넘어 보였어요.

 

아이가 악기를 연주하는 음악회에 참석하다니 감회가 남달랐어요. 친구와 나란히 앉아 그동안 연습했던 곡들을 연주하기 시작했어요. 긴장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아이는 진중하게 악보와 지휘자를 보며 연주하기 시작했어요.

 

둘째와 집에 있느라 공연을 직접 보지 못하는 남편을 위해 아이가 연주하는 모습을 녹화했죠. 집에 와서 둘째와 남편에게 공연 영상을 보여줬어요. 둘째는 보자마자 자기도 악기를 하고 싶다고 조르더라고요.

공연 전 소음 걱정, 무대에선 수준급

사실 공연에 가기 전까지, 아이들이 연주하는 음악을 한 시간 내내 어떻게 듣나 하고 걱정했어요. 그런데 모든 연주들이 기대 이상으로 수준급이었어요. 특히 이제 2~3년 차 된 Continuing Band의 연주가 그랬죠. 현악기·관악기 합주 공연도 인상적이었어요.

어제 열린 공연의 프로그램 책자
어제 열린 공연의 프로그램 책자

 

아이가 싫어하지 않는다면 계속 레슨을 받으며 학교 밴드 활동도 하면 너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나중에 배울 수 있는 기회와 시간이 흔하지 않고, 많은 사람들 앞에서 공연하는 경험을 쌓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니까요.

 

공연을 끝내고 나온 아이들은 모두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어요. 큰일을 해냈다는 느낌일 거예요. 저도 아이에게 칭찬해 줬어요. "잘했어!!" 8시가 훨씬 지나 공연이 끝났는데도, 아이들은 아직 감회가 가시지 않은 듯 들떠 있었어요. 아이가 계속해서 음악을 즐기며 삶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는다면 정말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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