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o가 물병을 가지고 오지 않았습니다. 학교에 반드시 개인 물병을 가지고 와야 합니다. 물병을 가져다주세요." 아이가 깜박하고 물병을 챙겨가지 않은 날, 학교에서 문자를 받았습니다. 바로 집으로 가서 다시 물병을 가져다줘야 했어요.
호주 학교 물병, 2~3살부터 시작
유치원과 학교에서 오리엔테이션을 할 때 아이들이 가져가야 할 중요한 준비물 중 하나가 '개인 물병'이었습니다.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이 혼자 물을 마실 수 있는 시기(2~3살)가 되면 개인 물병을 가져오게 하죠.
학교에 도착하면 교실 안 지정된 장소에 각자의 물병을 모두 올려놔요. 수업 시간이든, 쉬는 시간이든 언제든 목이 마르면 물을 마실 수 있어야 합니다. '수업에 방해되지 않을까' 하고 걱정했는데, 호주에서는 수분 부족이 아이들의 뇌 집중력을 떨어뜨린다고 보아 수업 중 수분 섭취를 하나의 권리이자 학습 루틴으로 장려하더라고요. '책상 위 물병'은 빠질 수 없는 호주 교실의 대표적인 풍경입니다.
호주 초등학교에는 정규 쉬는 시간(Recess, Lunch) 외에 아침 10시쯤 'Fruit Time' 혹은 'Crunch & Sip'(학교에 따라 다름)이라는 시간이 있는데요. 이 시간에는 신선한 과일과 채소(당근이나 오이 스틱 등), 그리고 물만 먹을 수 있어요. 가공식품은 절대 허용되지 않죠.
매일 아침마다 아이들은 물병에 물을 가득 채워 담는 것이 루틴입니다.
40도 폭염 날의 특명, "얼음 반, 물 반" 보냉병 전쟁
호주의 여름(12월~2월)은 섭씨 40도를 웃도는 날이 많습니다. 햇빛이 정말 뜨겁죠. 호주 학교의 엄격한 자외선 차단 규칙인 'No Hat, No Play'(모자 없이 운동장에 나갈 수 없음)만큼이나 중요한 게 물병을 챙겨 가는 것입니다.

그런데 한여름 가벼운 플라스틱 물병을 들려 보낸 날,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가 '엄마 물이 너무 뜨거워서 맛이 없어'라고 울상을 짓더라고요. 물을 거의 마시지 않은 상태였어요.
그래서 그다음부터는 조금 무겁더라도 대용량 이중 진공 스테인리스 보냉병으로 바꿨어요. 매일 얼음을 얼려 물병에 가득 채운 뒤, 그 위에 물을 채우는 것이 중요한 미션이 되었죠.
선크림, 모자, 그리고 차가운 물병 — 한여름 학교에 챙겨 가야 할 필수 준비물들입니다!
분실물 바구니에 넘쳐나는 '스미글(Smiggle)'과 보틀 네임택
호주 초등학교의 분실물함에 가 보면 놀라울 때가 많아요. 재킷과 모자만큼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게 물병입니다. 저희 첫째도 남자아이라 그런지 덤벙대서 물병을 10개도 넘게 잃어버린 것 같아요. 그럴 때마다 분실함에 가서 물병을 찾으려면, 아이들이 좋아하는 화려한 스미글(Smiggle) 물병이나 유행하는 대용량 텀블러들이 쏟아져 나오는데 다 비슷비슷해서 그 안에서 물건을 찾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잃어버릴 경우를 대비해 네임 스티커를 붙이거나, 유성 매직으로 아이의 이름을 쓰는 것은 필수예요!
"수돗물 그냥 마셔도 돼?" — 버블러(Bubbler) 적응기
한국 부모님들이 가장 적응하기 어렵고 의아한 게 아이들이 수돗물을 마신다는 거예요. 호주 학교에는 운동장과 복도 곳곳에 버블러(Bubbler)라고 부르는 음용 식수대가 있는데요. 위로 물이 솟구쳐 나오면 입을 대지 않고 마시거나, 물병을 리필하는 시설이에요.
한국은 워낙 정수기 물이나 끓인 물을 마시는 문화가 익숙하니, 저도 처음엔 아이가 수돗물을 마시는 것에 괜한 찝찝함이 있었어요. 그래서 항상 물병에 물을 꽉꽉 채워 보냈죠. 어느 날 아이가 물을 조금만 담길래 '모자라면 어쩌려고' 하고 걱정했더니, '버블러에서 마시면 돼!!'라고 하더라고요. 호주는 수돗물 수질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높고, 일회용 페트병 대신 개인 물병을 가지고 다니는 것이 워낙 일반화되어 있어서, 식수대에서 물을 마시거나 채우는 것이 어릴 때부터 몸에 밴 친환경이자 건강 교육이라는 것을 아이들을 키우며 알게 됐어요.
물을 자주 마시지 않는 저도, 호주에 와서 개인 물병을 가지고 다니는 것이 습관이 되었습니다. 한여름에 물이 부족하면 큰일이니까요. 이제 점점 날씨가 따뜻해져 곧 뜨거운 여름이 다가옵니다. 아이들의 보냉병을 꺼낼 때가 되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