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를 매일 보는 부모가 아이를 가장 잘 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선생님 상담을 통해 내가 보지 못했던 아이의 모습을 발견한 경험이 있습니다. 같은 아이인데 다른 환경에서는 전혀 다른 모습이 있었습니다. 그 발견이 준이를 대하는 방식을 바꿔줬습니다.
집에서 보는 준이와 학교에서의 준이가 달랐습니다
준이가 3학년이 됐을 때 상담에서 선생님이 한 말이 있었습니다. 준이가 수업 중에 다른 친구가 이해하지 못하고 있으면 먼저 알아채고 조용히 도와준다고 했습니다. 선생님이 따로 시킨 것이 아닌데, 자연스럽게 그렇게 한다고 했습니다.
집에서 준이를 보면 동생 지안이와 싸우거나, 숙제를 미루거나, 가방을 챙기지 않는 모습이 더 자주 보입니다. 그런데 학교에서는 다른 아이를 먼저 챙기는 아이였습니다. 집에서와 학교에서 다른 면이 있다는 것을 그 상담에서 처음 제대로 알았습니다.
그 이야기를 집에서 준이에게 전했습니다. 선생님이 친구를 잘 도와준다고 했어. 준이가 쑥스러워하면서도 좋아했습니다. 그리고 그 친구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그 친구가 어떤 아이인지, 왜 도와주고 싶었는지. 그 대화가 30분 넘게 이어졌습니다.
부모와 교사의 관찰이 서로 다를 수 있다는 것은 아동 발달에서 잘 알려진 현상입니다. 아이는 환경에 따라 다른 면을 보이며, 가정과 학교는 서로 다른 면을 끌어내는 환경입니다. 두 환경에서의 관찰을 통합할 때 아이에 대한 더 완전한 이해가 가능합니다. (출처: APA - Child Behavior Across Contexts)
선생님이 본 준이의 강점이 나를 바꿨습니다
집에서 준이를 볼 때 제 눈에 먼저 들어오는 것들이 있습니다. 숙제를 했는지, 준비물을 챙겼는지, 동생과 잘 지내는지. 해야 할 것들을 중심으로 준이를 보게 됩니다. 그런데 선생님은 다른 것을 봤습니다. 준이가 어떤 사람인지를 봤습니다.
배려심이 깊다는 것, 한번 관심을 가지면 깊이 파고든다는 것, 틀린 답을 말해도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를 설명할 수 있다는 것. 이런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제가 평소에 얼마나 준이의 해야 할 것에만 집중해왔는지를 생각하게 됐습니다.
상담 후 집에서 준이를 대하는 방식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숙제를 했는지 묻기 전에 학교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먼저 물었습니다. 준이가 이야기하는 것을 듣다 보면 선생님이 말한 모습들이 보였습니다. 친구가 힘들어했다는 이야기, 수업에서 흥미로웠던 것들. 그 이야기들 속에 준이가 있었습니다.
강점 기반 부모 교육(Strengths-Based Parenting) 연구에서는 부모가 아이의 강점을 인식하고 그것에 집중할 때 아이의 자존감과 행복감이 높아진다고 합니다. 강점을 발견하고 인정받는 경험이 아이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자신을 믿는 힘이 됩니다. 선생님 상담이 그 발견의 기회가 됐습니다. (출처: Australian Institute for Teaching and School Leadership)
선생님과 소통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상담이 일 년에 한두 번으로 정해져 있지만, 그 외에도 선생님과 소통하는 방법을 찾았습니다. 준이가 학교에서 힘든 일이 있었다고 하면 선생님에게 짧은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어떤 상황인지 확인하고 싶어서라고 했습니다. 선생님들은 대부분 빠르게 답해줬습니다.
그 소통을 통해 가정과 학교가 같은 방향으로 갈 수 있었습니다. 집에서 어떻게 이야기하면 좋을지 선생님에게 물어본 적도 있고, 집에서 준이가 힘들어하는 것을 선생님에게 알린 적도 있습니다. 그 연결이 준이를 더 잘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습니다.
한국에서 선생님에게 먼저 연락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있습니다. 민폐가 되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생깁니다. 호주에서는 그 소통이 좀 더 자연스럽습니다. 선생님도 부모와의 소통을 중요하게 여기고, 학교 앱이나 이메일을 통해 서로 연락을 주고받는 것이 일상입니다. 그 문화에 익숙해지면서 선생님과의 관계가 아이를 함께 키우는 파트너십이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