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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행학습, 빨리 시작하면 앞서갈까요?

by jamieseo1999 2026. 4. 21.

선행학습을 하고 있는 학생들
선행학습을 하고 있는 학생들

선행학습의 함정


빨리 시작한다고 앞서가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중학교 때 저는 매일 보습학원에 갔습니다. 방과 후 2~3시간씩 앉아서 공부했습니다. 선행학습을 하니 학교 수업 내용을 이해하는 데 분명히 도움이 됐습니다. 진도를 미리 나가두었으니 수업이 어렵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이상한 일이 생겼습니다. 수업이 어렵지 않다 보니, 수업 시간이 지루해졌습니다. 이미 아는 내용을 다시 듣고 있으니 집중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모든 걸 알고 있다는 생각이 오히려 수업에 대한 흥미를 떨어뜨렸습니다. 중학교 때의 성적은 항상 최상위권을 유지했지만, 고등학교에 올라가서 성적이 많이 떨어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존감과 자신감이 떨어지고 성적은 점점 떨어졌습니다. 
그게 선행학습의 역설이었습니다. 앞서 나가려고 시작했는데, 정작 수업 현장에서는 뒤처지고 있었습니다.

 

구몬을 시작한 이유

 

준이는 지금 구몬 수학을 하고 있습니다. 교과 과정보다 2년 정도 앞선 내용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시작한 건 선행학습을 시키겠다는 목적보다는, 매일 앉아서 공부하는 습관을 만들어주고 싶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구몬을 하면서 학교 수학 성적이 조금 올랐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그런데 걱정이 생겼습니다. 매일 학습지를 하는 게 아이에게 스트레스가 되는 게 눈에 보였습니다. 즐겁게 하는 날보다 억지로 앉아 있는 날이 많았습니다. 성적이 조금 올랐다는 결과보다, 공부 자체를 싫어하게 될까봐 걱정되는 마음이 더 컸습니다. 매일 아이와 실랑이를 하며, 이것을 계속 하는 것이 맞는지 고민 되는 순간이 많습니다. 그렇지만, 조금이라도 앞서 학습해두는 것이 낮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당장 그만두게 하지도 못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있습니다. 

 

태권도장에서 들은 이야기

 

얼마 전 준이와 함께 태권도를 다니는 고등학생 형의 어머니와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 아이는 고등학교 입학 6개월 전에 선행학습반에 들어가 집중적으로 공부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입학 후에는 부족한 부분만 채우는 방식으로 공부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 어머니가 한 말이 오래 기억에 남았습니다. 어느 정도의 선행학습은 도움이 되지만, 지나치면 아이가 학교 공부에 흥미를 잃는다고. 필요한 시점에, 필요한 만큼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짧은 대화였지만 제가 느끼는 불안감을 정확하게 짚어주는 이야기였습니다. 
여기서 인지 부하 이론(Cognitive Load Theory)을 짚고 싶습니다. 인지 부하 이론이란 사람의 작업 기억 용량에는 한계가 있어서,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이 정해져 있다는 이론입니다. 선행학습으로 내용을 미리 채워두면 단기적으로는 이해가 빠를 수 있지만, 개념의 깊이 없이 진도만 앞서가면 오히려 학습 효율이 떨어집니다. 아이가 충분히 소화하지 못한 상태에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것을 반복하면, 결국 어느 시점에서 무너지는 구간이 생깁니다. (출처: Australian Journal of Education)

 

선행학습이 나쁜 것은 아닙니다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선행학습 자체가 잘못된 건 아닙니다. 문제는 목적과 방식입니다.
제 경험을 돌아보면, 선행학습이 도움이 됐던 건 맞습니다. 수업 내용을 처음 접할 때 낯설지 않았고, 이해 속도가 빨랐습니다. 그런데 그게 지나치면서 수업 자체에 대한 태도가 달라졌습니다. 이미 아는 내용이니 집중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 습관이 됐습니다. 선행학습이 만들어준 여유가 오히려 학교 생활에 대한 해이함을 초래한 원인이 되었습니다.
준이를 보면서 같은 패턴이 반복될까 걱정됩니다. 지금 2년 앞선 수학을 하고 있으니 학교 수업이 쉽게 느껴질 겁니다. 그게 자신감이 될 수도 있지만, 수업에 대한 집중력을 떨어뜨리는 계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또한 학습지를 해야 한다는 스트레스에, 공부 자체에 대한 거부감이 들게 될까 하는 것이 가장 걱정되는 부분입니다. 

 

결국 중요한 건 속도가 아니라 깊이입니다

 

태권도 형 어머니 이야기를 듣고 나서 생각이 정리됐습니다. 선행학습은 필요한 시점에, 필요한 만큼만 하는 것이 맞습니다. 무조건 빨리 나가는 게 목표가 되는 순간, 공부는 이해가 아니라 소화하지 못한 내용의 쌓임이 됩니다.
지금 준이의 구몬이 스트레스가 되고 있다면, 속도를 줄이거나 방식을 바꾸는 것을 고려해야 할 시점인 것 같습니다. 학교에서 수학 올림피아드 팀에 자원한 준이는, 다른 아이들보다 많은 양의 숙제를 받아왔습니다. 하지만 학교에서 돌아오자마, 그 숙제를 꺼내들고는 혼자 열심히 풀었습니다. 자신의 학년 수준보다 높은 문제지만, 생각을 해야하는게 재밌다며 재밌게 그리고 집중해서 풀었습니다. 구몬 학습지를 풀때와는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그것을 보고 알게되었습니다. 앞서나가는 지금 배우는 내용을 즐기면서 깊이 이해나는 것이, 아이의 공부 능력 향상에 더욱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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