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스스로 공부하는 아이, 1년을 기다렸습니다; 자기주도학습, 관심, 꿈이 만드는 학습 동기

by jamieseo1999 2026. 5. 4.

엄마와 함께 자기주도학습하는 아이
엄마와 함께 공부하는 아이


구몬 학습지를 시작했을 때, 솔직히 말하면 처음 몇 달은 매일 전쟁이었습니다. 준이를 자리에 앉히는 것부터 시작해서, 빨리 하라고 재촉하고, 집중 못 한다고 나무라는 일이 반복됐습니다. 학습지 하나를 끝내는 데 20분이면 되는데, 준이는 자꾸 일어나거나 딴짓을 했습니다. 시간은 두 배로 걸렸고, 저도 지쳐갔습니다.

 

그러다 1년쯤 지났을 때였습니다. 아침에 식사를 마치고 학교 갈 준비를 끝낸 준이가 말없이 학습지를 들고 먼저 자리에 앉았습니다. 제가 시킨 게 아니었습니다. 그냥 그렇게 했습니다. 그 장면을 보면서 1년 동안 버텨온 게 이 순간을 위한 것이었구나 싶었습니다.

 

1년을 버텼더니 습관이 됐습니다

 

구몬을 시작한 목적은 성적을 올리기 위해서가 아니었습니다. 매일 일정 시간 앉아서 공부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그런데 막상 시작해보니 그 작은 목표 하나가 이렇게 어려울 줄 몰랐습니다.

 

처음에 준이는 자리에 앉아있는 것 자체를 힘들어했습니다. 수학이든 영어든 학습지 하나를 끝내는 데 훨씬 오래 걸렸고, 중간에 자꾸 일어나려 했습니다. 저도 옆에서 빨리 하라고 재촉하고, 집중하라고 나무라는 일이 잦았습니다. 어떤 날은 서로 기분이 상한 채로 끝나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멈추지 않았습니다. 매일 아침, 같은 루틴을 반복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소요 시간이 줄기 시작했고, 정확도도 높아졌습니다. 그리고 1년쯤 됐을 때 준이가 먼저 학습지를 챙기기 시작했습니다. 억지로 앉혀야 했던 아이가, 이제는 습관처럼 움직였습니다.


나중에 자기주도학습 전문가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자기주도학습은 최소 6개월, 길게는 1년을 기다려야 결과가 나온다고 했습니다. 많은 부모들이 그 기간을 견디지 못하고 포기한다고도 했습니다. 저는 운 좋게 버텼고, 준이는 변했습니다. 자기주도학습은 단번에 되는 것이 아니라 매일 조금씩 쌓이는 역량이라는 것, 몸으로 먼저 알았습니다.

 

자기조절능력(Self-Regulation)이란 외부의 강요 없이 스스로 행동을 계획하고 실행하며 조절하는 능력을 말합니다. 연구에 따르면 이 능력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반복적인 루틴과 경험을 통해 길러집니다. 아침마다 같은 시간에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것이 뇌에 습관 회로를 만들고, 그것이 자기주도적인 행동으로 이어집니다. (출처: 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

 

감시가 아니라 옆에 있어주는 것

 

처음에 준이는 2층 방에서 혼자 학습지를 풀었습니다. 그런데 혼자 두면 집중을 못 하는 게 눈에 보였습니다. 시간도 오래 걸리고, 제대로 하고 있는지도 알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아래층에서 제 옆에 앉혀 풀게 했습니다.

 

준이는 처음에 싫다고 했습니다. 감시당하는 것 같다고 느꼈는지도 모릅니다. 저도 그 반응이 속상해서 나무라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저는 준이 옆에 앉아있되, 제 할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책을 읽거나 작업을 했습니다. 감시하는 사람이 아니라 같은 공간에서 각자 뭔가를 하는 사람이 됐습니다.

 

그러다 준이가 모르는 문제가 생기면 저한테 물어보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알면 설명해주고, 모르면 함께 영상을 찾아봤습니다. 약분을 처음 배울 때 학습지만 봐서는 도저히 모르겠다고 했을 때도, 같이 유튜브 영상을 찾아봤습니다. 그렇게 함께 공부하는 시간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졌습니다.

 

영상에서 부모는 아이를 감시하는 것이 아니라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감시는 계속 평가하고 비판하게 만들지만, 관심은 아이의 부족한 부분과 감정 상태를 살피게 한다는 겁니다. 결과가 마음에 안 들면 과정을, 과정이 마음에 안 들면 존재를 돌아보라고도 했습니다. 준이 옆에 앉아서 제 할 일을 하며 필요할 때만 도와줬던 그 방식이, 감시가 아닌 관심이었다는 걸 나중에 알았습니다. (출처: Self-Determination Theory)

 

꿈이 생기면 공부가 달라집니다

 

준이는 어렸을 때부터 공룡을 좋아했습니다. 공룡 책을 많이 샀고, 도서관에 갈 때마다 공룡 관련 책을 찾아 빌렸습니다. 공룡 장난감도 방에 가득합니다. 그게 그냥 아이의 취미라고만 생각했는데, 어느 날 준이가 고생물학자가 되겠다고 했습니다.

 

그것만이 아니었습니다. 고생물학으로 유명한 미국 대학을 스스로 검색해서 저한테 보여줬습니다. 어느 대학 프로그램이 좋다더라, 거기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한다더라. 이야기하는 준이의 표정이 신나 보였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기특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머쓱하기도 했습니다. 제가 미래 과학자를 권유했다가 거절당했던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말하면 아직 꿈과 학습을 제대로 연결시켜주지 못했습니다. 공룡 책을 사주고 도서관에서 함께 책을 찾아봤지만, 고생물학자라는 꿈을 준이의 공부와 구체적으로 이어주는 시도는 해보지 않았습니다. 앞으로 해보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고생물학 관련 다큐멘터리를 함께 보거나, 자연사 박물관을 방문하거나, 관련 영어 원서를 같이 읽어보는 것입니다. 꿈이 구체적인 경험과 연결될 때 공부 동기가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영상에서 꿈이 있는 아이는 학업과 연결시킬 수 있지만, 꿈이 없는 아이는 공부를 지속하기 어렵다고 말합니다. 부모의 욕구를 강요하기보다 아이의 꿈을 인정하고 격려해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준이가 미국 대학을 스스로 찾아봤을 때, 저는 그게 어린아이의 막연한 이야기라고 흘려들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그 순간이 꿈과 공부를 연결시켜줄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다음에 준이가 꿈 이야기를 꺼낼 때는 더 깊이 들어가 볼 생각입니다. 그 꿈을 이루려면 어떤 공부가 필요한지, 지금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함께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내재적 동기(Intrinsic Motivation)란 외부의 보상이 아니라 내면의 관심과 즐거움에서 비롯된 동기를 말합니다. 연구에 따르면 내재적 동기로 공부하는 아이들은 어려움에 부딪혀도 포기하지 않고, 학습의 깊이도 훨씬 깊습니다. 꿈은 가장 강력한 내재적 동기입니다. 준이가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미국 대학을 검색한 것, 그게 바로 그 동기가 작동하고 있다는 신호였습니다. (출처: Deci & Ryan, Intrinsic Motivation and Self-Determination)

 

결국 자기주도학습은 아이 혼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1년을 기다려준 부모, 감시 대신 옆에 있어준 부모, 꿈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준 부모가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저는 아직 배우는 중이지만, 준이가 먼저 학습지를 챙기던 그 아침이 말해줬습니다. 방향은 맞다고.


소개 및 문의 · 개인정보처리방침 · 면책조항

© 2026 블로그 이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