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조건 못 보게 했더니 생긴 일
스크린 타임, 막는 것보다 다루는 법이 중요합니다
처음에는 그냥 못 보게 하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유튜브도, 게임도 아이에게 좋을 게 없다는 생각이 먼저였습니다. 그래서 될 수 있으면 접근 자체를 막았습니다.
그런데 예상 밖의 일이 생겼습니다. 어느 날 준이가 친구 집에 놀러 갔는데, 친구랑 놀 생각은 안 하고 미디어 시청만 했다는 겁니다. 볼 기회가 생기니 한없이 보려 했던 거였습니다. 집에서 못 보게 막으면 막을수록, 밖에서 기회가 생겼을 때 더 집착하는 부작용이 생겼습니다. 금지가 오히려 욕구를 키운 셈이었습니다.
규칙을 바꿨습니다
그때부터 방향을 바꿨습니다. 못 보게 막는 대신, 어떻게 볼 것인지를 아이와 함께 정하기로 했습니다.
유튜브는 하루 30분입니다. 보기 시작하기 전에 오늘 얼마나 볼 건지 아이와 먼저 이야기합니다. 시간을 정하면 그에 맞게 알람을 설정해둡니다. 처음에는 알람이 울려도 조금만 더, 이 장면만 더를 반복하며 실랑이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습관이 되니 달라졌습니다. 지금은 알람이 울리면 준이가 먼저 끄려고 합니다. 제가 말하기 전에 스스로 끄는 날도 생겼습니다.
게임은 주중에는 하지 않습니다. 처음에 주말에만 허용했는데, 이번엔 주말 내내 게임만 하려는 부작용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주말에도 시간 제한을 뒀습니다. 에피소드 몇 개, 또는 몇 시간인지를 미리 정하는 방식입니다. 협상처럼 보이지만, 아이 입장에서는 자신이 결정에 참여했다는 느낌이 있습니다. 그게 중요했습니다.
옆에 있으려고 합니다
유튜브를 볼 때는 가능하면 옆에 있으려고 합니다. 유튜브는 끊임없이 다음 영상이 재생되는 구조입니다. 아이 혼자 두면 어느 순간 전혀 다른 영상을 보고 있는 경우가 생깁니다. 유해한 영상에 노출되는 것도 문제지만, 시청 시간이 본인도 모르게 늘어나는 것도 문제입니다.
옆에 있으면 자연스럽게 아이가 뭘 보는지 알 수 있고, 가끔 같이 보다가 대화가 이어지기도 합니다. "이 사람은 왜 이렇게 해요?"라고 아이가 물어오면 같이 이야기합니다. 미디어를 차단하는 것보다 함께 소화하는 것이 낫다는 생각입니다.
여기서 미디어 리터러시(Media Literacy)라는 개념을 짚고 싶습니다. 미디어 리터러시란 미디어 콘텐츠를 비판적으로 이해하고, 스스로 판단하며 소비하는 능력을 말합니다. 이 능력은 미디어를 차단한다고 길러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부모와 함께 보고 이야기하는 경험이 쌓일 때 자연스럽게 형성됩니다. 아이 혼자 스크린 앞에 두는 것보다, 함께 보며 대화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훨씬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출처: Common Sense Media)
솔직히 매번 잘 되지는 않습니다
규칙을 정했다고 해서 매일 순조롭게 흘러가는 건 아닙니다. 알람이 울렸는데 "이 장면만요"가 나오는 날도 있고, 주말 게임 시간이 끝났는데 한 판만 더를 반복하는 날도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도 목소리가 높아질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건 규칙이 흔들리지 않는 것입니다. 한 번 예외를 허용하면 그게 새로운 기준이 됩니다. 아이는 정확하게 기억합니다. 지난번엔 됐는데 왜 오늘은 안 되냐고. 그래서 피곤해도, 귀찮아도 한 번 정한 규칙은 지키려고 합니다. 그게 쌓여야 아이도 규칙을 진지하게 받아들입니다.
막는 것보다 다루는 법을 가르치는 것
스크린 타임 문제는 아이가 크면서 더 복잡해질 겁니다. 지금은 유튜브와 게임이지만, 몇 년 뒤에는 SNS가 될 것이고 그 이후에는 또 다른 무언가가 될 겁니다. 그때마다 막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결국 아이가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힘을 키워주는 것이 목표입니다. 알람이 울리면 스스로 끄는 준이의 모습이 작은 것 같지만, 저는 그게 그 방향으로 가는 첫걸음이라고 생각합니다. 미디어를 아예 못 보게 했던 때보다, 함께 규칙을 만들고 지켜가는 지금이 훨씬 낫습니다. 아직 완벽하지 않지만, 방향은 맞다고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