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가 실수를 했을 때 변명부터 하거나, 울음으로 넘기거나, 모른 척하는 모습을 보면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막막할 때가 있습니다. 실수를 인정하고 다음에 더 잘하면 된다는 것을 아이에게 가르치고 싶은데, 말로만 하면 잘 되지 않습니다. 저도 오랫동안 그랬습니다. 그러다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아이보다 제가 먼저 바뀌어야 했습니다.
부모가 먼저 실수를 인정해야 했습니다
준이가 일곱 살 때였습니다. 준이가 학교에서 가져온 그림을 제가 실수로 구겨버렸습니다. 급하게 서류를 정리하다가 그 안에 끼어있던 줄 몰랐습니다. 준이가 그것을 발견하고 울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그때 미안해, 엄마가 실수했어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좋을지 함께 생각했습니다. 다시 그릴 수 있는지, 아니면 구겨진 채로라도 붙여둘 수 있는지.
준이가 울다가 멈추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엄마도 실수해요?" 그 질문이 의외였습니다. 당연히 하지 않냐고 되물었더니, 준이가 엄마는 뭐든 잘 하는 줄 알았다고 했습니다. 그날 그 대화가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부모가 완벽해 보일수록, 아이는 자신의 실수를 더 크게 느낀다는 것을 그때 알았습니다.
그 이후로 의도적으로 제 실수를 아이들 앞에서 인정하기 시작했습니다. 요리를 태웠을 때, 약속을 잊었을 때, 길을 잘못 들었을 때. 아이고, 엄마가 실수했네. 다음엔 어떻게 하면 좋을까. 그렇게 말하면 준이와 지안이가 함께 방법을 생각합니다. 실수가 문제 해결의 시작이 되는 경험이 반복됩니다.
사회학습이론(Social Learning Theory)에서는 아이가 부모의 행동을 관찰하고 모방하며 배운다고 합니다. 실수를 인정하고 회복하는 부모의 모습이, 어떤 교육보다 강력한 가르침이 됩니다. 말로 실수해도 괜찮다고 가르치는 것과, 부모가 직접 실수를 인정하는 것은 아이에게 전혀 다르게 닿습니다. (출처: Simply Psychology - Bandura Social Learning Theory)
실수를 대하는 방식을 바꿨습니다
준이가 태권도 대회에서 패턴 심사에서 실수를 한 날이 있었습니다. 연습을 열심히 했는데도 중간에 동작을 잊어버렸습니다. 대회가 끝나고 준이가 풀이 죽어있었습니다. 저는 어떻게 말해줘야 할지 잠깐 생각했습니다.
잘했다고 무조건 위로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게 사실이 아니었으니까요. 그렇다고 왜 틀렸냐고 지적하고 싶지도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오늘 중간에 동작이 기억이 안 났구나. 그게 많이 속상했겠다. 근데 그 자리에서 멈추지 않고 끝까지 했잖아. 그게 더 어려운 거야." 준이가 잠깐 생각하더니 다음엔 더 많이 연습할 거라고 했습니다. 스스로 그 결론을 냈습니다.
지안이는 아직 네 살이라 실수를 인정하는 것이 더 어렵습니다. 뭔가 잘못됐을 때 울거나 모른 척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럴 때마다 억지로 미안하다고 시키지 않습니다. 대신 어떻게 됐는지 함께 보고, 어떻게 하면 나아질지를 같이 이야기합니다. 천천히 가르치는 중입니다.
성장 마인드셋(Growth Mindset) 연구에서 캐럴 드웩은 실수와 실패를 성장의 과정으로 받아들이는 아이들이 장기적으로 더 높은 성취를 보인다고 했습니다. 핵심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 초점을 맞추는 것입니다. 잘했다 못했다의 평가보다, 어떻게 했고 다음엔 어떻게 할 건지를 함께 생각하는 것이 성장 마인드셋을 키웁니다. (출처: Mindset Works - Carol Dweck)
실수 후 회복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실수를 인정하는 것과 실수 후 회복하는 것은 다릅니다. 인정만 하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면 아이에게 실수해도 괜찮다는 것이 아니라 실수를 가볍게 여겨도 된다는 메시지가 됩니다. 그래서 인정 이후의 행동이 중요합니다.
제가 아이에게 소리를 질렀을 때, 미안하다고 말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으려고 합니다. 왜 그랬는지 짧게 설명하고, 다음엔 어떻게 하겠다는 것을 말합니다. 엄마가 오늘 많이 피곤했어. 그래도 그렇게 크게 소리 지르면 안 됐어. 다음엔 먼저 잠깐 자리를 피할게. 이 과정이 아이에게 실수 후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보여줍니다.
준이가 최근에 학교에서 친구와 다툰 후 먼저 미안하다고 했다는 이야기를 선생님에게 들었습니다. 자기가 잘못한 부분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먼저 사과했다고 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뿌듯했습니다. 말로 가르친 것이 아니라 보여준 것이 닿은 것 같았습니다.
호주 학교에서도 실수를 대하는 방식이 인상적입니다. 틀린 답을 말했을 때 선생님이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는지를 먼저 묻습니다. 틀렸다는 결론보다 생각하는 과정을 봅니다. 그 환경이 준이가 실수를 크게 두려워하지 않는 데 영향을 줬을 것입니다.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실수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경험이 쌓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