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밥 먹으라고 소리쳤습니다. 한 번, 두 번, 세 번. 10번쯤 됐을 때 2층에서 "응~"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러고도 한참 있다가 두 번 더 불렀을 때야 계단을 내려왔습니다. 아들 이야기입니다. 반면 딸은 제가 부엌에서 움직이는 소리만 들려도 "엄마 도와줄 거 있어요?" 하며 나타납니다. 같은 부모 아래에서 자라는 두 아이가 이렇게 다를 수 있다는 것, 두 아이를 키우며 매일 실감합니다.
스킨십부터 다릅니다
아들은 안아주려 하면 도망갑니다. 얼굴부터 찡그립니다. 잘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툭 떨어져서 이리저리 빙빙 돌아가며 자는 것이 일상입니다. 반면 딸은 "난 엄마가 제일 좋아"라고 하면서 제 품으로 파고듭니다. 자려고 누우면 제 옆에 딱 붙어서 꼭 끌어안고 잠이 듭니다.
그렇다고 아들이 매일 스킨십을 저어하는 것은 아닙니다. 어제 저녁에 목요일 스페셜로 나온다는 스프링롤을 런치로 주문해줬더니 얼굴에 웃음이 번지더니, "고마워 엄마"라면서 선뜻 안겨서 뽀뽀까지 해주고 잠자리로 갔습니다. 그 뽀뽀 하나가 하루 종일 부른 것에 대한 보상이 되는 것 같았습니다.
아동 발달 연구에 따르면 스킨십과 신체적 친밀감에 대한 선호는 성별보다 기질(Temperament)에 의해 더 크게 결정됩니다. 태어날 때부터 갖고 나오는 기질 차이가 애착 표현 방식에 영향을 미치며, 이는 부모의 양육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 아이 고유의 특성입니다. 부모가 아이의 애착 표현 방식을 있는 그대로 수용할 때 아이의 정서적 안정감이 높아집니다. (출처: Australian Institute of Family Studies, 2022)
[이미지: 엄마와 딸이 꼭 안고 있는 따뜻한 모습]
아들과의 소통, 딸과의 소통
아들을 키우면서 가장 어려운 것이 의사소통입니다. 같은 이야기를 여러 번 해도 주의 깊게 듣는지 의문일 때가 많습니다. 밥 먹으라고 10번은 소리쳐야 대답이 들리고, 그러고도 한참 있다가 또 몇 번을 불러야 내려옵니다. 처음엔 화가 났지만 이제는 그게 이 아이의 방식이라는 것을 압니다. 게임에 빠져있거나 책을 읽고 있거나, 자기 세계 안에 완전히 들어가 있을 때 바깥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것입니다. 그래도 부를 때마다 이름을 크게 불러야 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딸과의 소통은 다른 방식으로 어렵습니다. 왜 화났는지, 왜 삐쳤는지 도무지 알기 어려울 때가 있습니다. 조금만 마음에 안 들면 울음부터 터뜨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남편과 제가 둘째라고 너무 오냐오냐 한 건 아닌지 걱정될 때도 있습니다. 감정이 먼저 터지고 나서야 이야기가 되는 방식이라, 울음이 멈출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대화의 시작입니다.
아들은 논리로, 딸은 감정으로 소통하는 경향이 있다는 말을 어디선가 들었는데, 꼭 그런 것만도 아닙니다. 아들도 감정이 있고, 딸도 논리가 있습니다. 다만 그 표현 방식이 다를 뿐입니다. 그 다름을 이해하는 데 시간이 걸렸습니다.
딸은 얌전할 거라 생각했는데
아이를 키우기 전에 주변에서 많이 들었습니다. 딸은 얌전하다, 딸이 키우기 편하다. 그런데 저희 딸은 그렇지 않습니다. 오빠를 둬서 그런지 왈가닥 같습니다. 집 안에서 장애물 코스를 직접 만들어 이리저리 점프하고 뛰어다니는 것이 일상입니다. 소파를 뛰어넘고, 쿠션을 밟고 달리고,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서 혼자 운동회를 엽니다.
반면 장난꾸러기라고 생각했던 아들은 여러 방과후 활동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습니다. 태권도는 시작한 지 5년이 됐고, 피아노, 수영, 한글학교, 구몬, 학교에서 트럼펫까지 병행합니다. 처음엔 여기저기 관심이 많아 어수선해 보였는데, 지금 보면 자기가 좋아하는 것들에 꽤 진지하게 임하고 있습니다.
성별에 따른 고정관념이 실제 아이를 키우면서 얼마나 맞지 않는지를 직접 경험했습니다. 아들이어서, 딸이어서가 아니라 그냥 그 아이의 모습이 있습니다. 그것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부모가 해야 할 첫 번째 일이라는 것을 이제는 압니다.
이해하려는 것보다 받아들여주는 것
아이들이 커갈수록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 싫어하는 것이 계속 달라집니다. 어제 좋아하던 것이 오늘은 싫어지기도 하고, 관심 없던 것이 갑자기 빠져드는 것이 되기도 합니다. 부모가 그것을 일일이 이해하고 파악하려 들면 따라가기가 버겁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이해하려는 것보다 받아들여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왜 이렇게 행동하는지 분석하고 이해하는 것보다, 그냥 지금 이 아이가 이런 모습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그 옆에 있어주는 것. 도움이 필요할 때 거기 있어주는 것. 그게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인 것 같습니다.
10번을 불러야 내려오는 아들이지만, 스프링롤 하나에 먼저 안겨서 뽀뽀해주는 아이입니다. 울음부터 터뜨리는 딸이지만, 엄마 옆에 딱 붙어서 잠드는 아이입니다. 그 두 아이가 모두 제 아이입니다. 이해보다 사랑이 먼저인 것, 두 아이를 키우며 배웠습니다.
부모의 수용적 양육 태도(Accepting Parenting Style)가 아이의 자존감 형성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자료에 따르면, 아이의 기질과 행동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이 자기 효능감과 정서적 안정감에서 유의미하게 높은 결과를 보입니다. 완벽한 이해보다 지속적인 수용이 아이의 심리적 발달에 더 강한 영향을 미칩니다. (출처: Australian Psychological Society, 2023)
자주 묻는 질문
아들과 딸의 육아 방식을 달리해야 하나요?
성별보다 아이의 개별 기질에 맞추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같은 아들이라도, 같은 딸이라도 성향이 전혀 다를 수 있습니다. 성별에 따른 고정관념보다 내 아이가 어떤 아이인지를 먼저 파악하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말을 잘 듣지 않는 아이에게 어떻게 소통하면 효과적인가요?
지시보다 가까이 다가가서 눈을 맞추고 이야기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집중하고 있는 활동을 갑자기 중단시키기보다 미리 예고해주는 방식("5분 후에 밥 먹자")도 도움이 됩니다.
감정 표현이 강한 아이는 어떻게 달래면 좋을까요?
울음이 멈출 때까지 기다려주는 것이 먼저입니다. 울면서 화가 난 상태에서는 대화가 어렵습니다. 진정된 후에 천천히 어떤 마음이었는지 물어보는 방식이 훨씬 효과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