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히 저는 아들을 키우면서 제가 먼저 감정을 못 참는 부모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9살 아들이 학습지 풀다가 책상을 쿵쿵 치며 "나는 너무 멍청해"라고 소리 지를 때, 제가 같이 화를 내버리는 일이 너무 많았습니다. 그때마다 한 번 더 참았어야 했다는 후회가 밀려왔습니다. 일반적으로 아이의 감정을 조절해주는 게 부모의 역할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실제로는 부모가 먼저 자기 감정을 못 다스리는 경우가 훨씬 많았습니다.
감정조절 교육, 부모부터 먼저 바꿔야 합니다
아들과 딸을 동시에 키우면서 가장 크게 느낀 차이는 감정 표현 방식입니다. 4살 딸은 자기 감정을 말로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반면, 아들은 정반대입니다. 질문을 해도 "응", "아니" 같은 단답형 대답만 돌아오니 학교 생활이나 친구 관계를 파악하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여기서 감정조절(Emotional Regulation)이란 자신의 감정 상태를 인식하고 상황에 맞게 적절히 표현하거나 조절하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남자아이들은 특히 이 능력이 발달 과정에서 느리게 형성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화를 잘 내는 아들에게 부모도 같이 화를 내면 관계가 단절된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제 아들도 문제가 어렵거나 생각한 만큼 잘 안 풀릴 때 책상을 치거나 자책하는데, 저도 참다 참다 결국 윽박지를 때가 많았습니다.
한 초등교사의 조언에 따르면, 부모는 아이보다 30년 더 살았다는 생각으로 인내해야 하지만 매번 교육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아이가 화를 낼 때 "지금 왜 나한테 짜증을 내니? 나는 잘못한 게 없어"라고 말하며 감정 표현을 바로잡을 기회를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화가 난 상태에서 나무라기보다 잠깐 시간을 가지고 마음을 가라앉힌 뒤 잘못된 행동에 대해서만 지적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었습니다.
아빠가 소리 지르거나 통제하려 하면 아이들도 그 행동을 그대로 배운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출처: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감정이 격해질 때는 잠시 자리를 피하거나 미소 짓는 연습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는데, 제가 의도적으로라도 아들에게 미소 지으려 노력하니 아이도 덜 경직되더라고요.
독서토론, 질문 방법을 몰라서 못했습니다
제 아들은 책을 많이 읽는 편이라 책 읽으라는 잔소리는 안 해도 됩니다. 하지만 몇백 쪽짜리 책을 한 시간도 안 돼서 다 읽었다고 내려놓을 때면 정말 제대로 읽은 건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책에 관한 내용을 물어보고 싶어도 엄마인 제가 질문하는 방법을 몰라서 토론을 이끌지 못한다는 생각이 자주 들었습니다.
일반적으로 독서록 작성이 문해력(Reading Literacy)에 좋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독서 후 토론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문해력이란 글을 읽고 이해하며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종합적인 능력을 뜻합니다. 독서록은 아이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때가 많지만, 토론은 자연스러운 대화 속에서 이뤄지니 아이도 거부감이 적습니다.
효과적인 독서토론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 책 표지와 제목만 보고 내용을 추론하게 하기
- "주인공이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같은 열린 질문 던지기
- "나라면 어땠을까?" 물으며 간접 경험 유도하기
- 등장인물의 감정을 상상해보게 하기
최근 들어 아들이 재미있어 하는 책에 대해 물어보면 이런저런 수다를 늘어놓는 모습을 보고 깨달았습니다. 학교 생활이나 교우 관계는 "모른다", "기억 안 난다"는 대답만 하던 아이가 책 이야기만 나오면 말문이 트입니다. 앞으로는 아들이 읽는 책을 제가 함께 읽고 주인공의 관점에 대해 이야기해보며 대화하는 시간을 가지려 합니다.
남자아이들은 공감 능력(Empathy)이 상대적으로 부족할 수 있다는 연구도 있습니다(출처: 한국교육개발원). 공감 능력이란 타인의 감정과 상황을 이해하고 그에 맞게 반응하는 능력입니다. 주인공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질문을 통해 간접 경험을 제공하면 이 능력을 키울 수 있습니다. 한자 자체를 외울 필요는 없지만, 주요 어휘에 포함된 한자의 기본 의미를 이해하면 문해력과 수학 용어 이해에도 도움이 됩니다.
주도성은 작은 선택권부터 시작됩니다
아들이 이제 3학년이 되어가기 때문에 일방적인 지시만으로 모든 것을 시킬 수 없다는 걸 절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주도성(Autonomy)을 주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주도성이란 스스로 결정하고 행동을 주도하는 능력으로, 자기주도학습의 기초가 되는 역량입니다.
아침에 해야 할 학습지가 있지만 다른 것을 하고 있는 아들에게 "지금 당장 해!"라고 말하는 대신 "언제 시작할래?"라고 물어보면 "이제 할 거야"라고 준비를 시작합니다. 이 작은 차이가 실제로는 큰 차이를 만듭니다. 과도하게 의존적인 태도를 보이는 아이들은 집에서도 지시받은 대로만 생활하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22년 경력의 초등교사가 8년간 학교 폭력 업무를 담당하며 발견한 사실이 있습니다. 부모가 자녀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남 탓을 하면 아이의 행동 교정이 어려워진다는 것입니다. 반대로 부모가 수용적인 태도로 "상대방은 어떻게 느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면 자녀의 변화 가능성이 훨씬 높아집니다.
일기 쓰기 같은 필수 활동에도 선택권을 줄 수 있습니다. "일기 써"가 아니라 "일기 언제 쓸래?"라고 물으면 아이가 스스로 결정하게 됩니다. 부모가 일방적으로 지시하는 것보다 아이에게 주도권을 주는 것이 장기적으로 자기주도성을 키우는 데 효과적입니다.
집중력이 떨어질 때도 "한 문제씩 풀기" 같은 극단적인 방법으로 즉각적인 피드백을 주면 집중도가 높아집니다. 싸우는 데 드는 에너지를 채점 에너지로 돌리면 서로에게 이득이라는 사실을 제가 직접 경험했습니다. 초등학생 때부터 공부 시간을 시각적으로 기록하게 하여 실제 공부량을 인지시키는 훈련도 필요합니다.
아들을 잘 키우기 위한 가장 근본적인 소통 방식은 아이들에게 미소 짓는 것이라고 합니다. 부모의 굳은 표정은 아이들에게 부모가 자신을 싫어한다고 느끼게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어린아이들에게 무의식적인 사랑을 느끼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의도적으로라도 아이에게 미소 짓는 연습을 통해 따뜻함을 전달하면, 부모의 지지를 받는 아이는 세상에 나아가 자신감을 잃지 않습니다.
정리하면, 아들 육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가 먼저 감정을 조절하고 아이에게 주도성을 주며 대화로 공감 능력을 키워주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아이를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부모가 먼저 바뀌어야 아이도 변합니다. 제 경험상 이 세 가지만 제대로 실천해도 아들과의 관계가 훨씬 좋아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