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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거짓말했을 때 혼내지 않은 이유 — 신뢰·동기·대화

by jamieseo1999 2026. 5. 29.

엄마와 대화하고 있는 아이

아이가 거짓말을 했을 때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순간적으로 막막할 때가 있습니다. 혼내야 하나, 차분하게 이야기해야 하나. 거짓말이 나쁜 것이라는 것은 알지만, 무조건 혼내는 것이 맞는 방법인지 확신이 서지 않습니다. 저도 그 순간을 겪으면서 배운 것들이 있습니다.

처음 거짓말을 발견했을 때

준이가 여덟 살 때였습니다. 학교에서 돌아온 준이에게 숙제가 있는지 물었습니다. 없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 준이가 학교 가기 직전에 숙제를 못 냈다고 했습니다. 어제 없다고 했는데 왜 지금 이야기하냐고 물었더니, 있었는데 하기 싫어서 없다고 했다고 했습니다.

그 순간 화가 올라왔습니다. 거짓말을 한 것도, 결국 숙제를 못 낸 것도 화가 났습니다. 그런데 잠깐 멈췄습니다. 왜 거짓말을 했는지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숙제가 하기 싫어서였다면, 그 이유가 뭔지를 먼저 알아야 했습니다.

준이에게 물었습니다. 숙제가 왜 하기 싫었어? 준이가 잠깐 머뭇거리다가 말했습니다. 그날 숙제가 너무 어려웠는데 모른다고 하면 엄마가 실망할 것 같아서 없다고 했다고. 그 말을 듣는 순간, 준이가 거짓말을 한 이유가 두려움이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혼날까봐, 실망시킬까봐. 혼내는 것이 그 두려움을 더 키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동 발달 연구에서는 아이의 거짓말이 반드시 도덕적 결함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설명합니다. 특히 처벌을 피하거나 부모를 실망시키지 않으려는 동기에서 나오는 거짓말은, 아이가 부모의 반응을 두려워한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거짓말 자체보다 거짓말이 나온 맥락을 먼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출처: APA - Children and Lying)

혼내는 대신 대화를 선택했습니다

준이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숙제가 어려웠구나. 그건 말해줘도 됐어. 엄마가 같이 봐줬을 거야. 그리고 덧붙였습니다. 거짓말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모른다고 하거나, 하기 싫다고 하는 건 괜찮아. 그런데 없다고 하는 건 안 되는 거야. 준이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날 이후 준이가 달라진 것이 있습니다. 모르는 것이 생기면 더 빨리 말합니다. 숙제가 어렵다고, 이해가 안 된다고. 예전엔 그 말이 잘 안 나왔는데, 말해도 혼나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하고 나서 표현이 쉬워진 것 같습니다. 거짓말이 줄어든 이유가 혼을 내서가 아니라, 솔직하게 말해도 괜찮은 환경이 만들어졌기 때문이었습니다.

물론 모든 거짓말을 그냥 넘기는 것은 아닙니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거나, 반복적으로 같은 거짓말을 하는 경우는 더 단호하게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두려움에서 나온 거짓말, 실수를 숨기려는 거짓말은 혼내기보다 그 두려움을 먼저 다루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신뢰 기반 훈육(Trust-Based Discipline)에서는 아이가 거짓말을 했을 때 처벌보다 열린 대화가 장기적으로 더 효과적이라고 합니다. 처벌은 거짓말을 더 정교하게 만들고, 대화는 거짓말의 필요를 줄입니다. 아이가 솔직하게 말했을 때 안전하다고 느끼는 환경이 정직함을 키웁니다. (출처: Raising Children Network Australia - Lying)

정직한 아이로 키우려면 부모가 먼저 안전해야 합니다

거짓말을 하지 않는 아이로 키우고 싶다면, 아이가 솔직하게 말했을 때 어떤 반응을 받는지가 결정적입니다. 모른다고 했을 때 혼난다면, 다음엔 모른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실수를 인정했을 때 크게 혼난다면, 다음엔 실수를 숨깁니다. 처벌이 거짓말을 만드는 것입니다.

준이가 학교에서 실수를 했을 때 먼저 와서 말하는 경우가 늘었습니다. 선생님한테 혼났어요, 친구랑 싸웠어요. 그 이야기를 들을 때 일단 듣습니다. 왜 그랬는지를 먼저 듣고, 어떻게 하면 좋을지를 함께 생각합니다. 그 경험이 쌓이면서 준이는 말해도 된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한국에서 자란 저는 어릴 때 거짓말을 하면 크게 혼나는 환경에서 자랐습니다. 그래서 거짓말보다 들키지 않는 방법을 더 정교하게 발전시켰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그것이 정직함을 가르친 것이 아니라, 더 영리한 거짓말을 가르친 것이었습니다. 준이에게는 다른 방식으로 가르치고 싶습니다.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더 편한 환경을 만드는 것. 그것이 정직함을 키우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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