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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따돌림 경험했을 때 — 신호·대응·회복

by jamieseo1999 2026. 6. 18.

따돌림 당하는 아이
따돌림 당하는 아이

아이가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부모로서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해집니다. 당장 학교에 달려가고 싶기도 하고, 아이가 스스로 헤쳐 나가야 하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그 경계를 찾는 것이 쉽지 않았던 시기를 이야기합니다.

처음 신호를 알아챘을 때

준이가 5살 무렵, 어린이집에서 한동안 가기 싫다는 말을 자주 했습니다. 처음엔 그냥 어린이집이 지겨워진 건가 싶었습니다. 그런데 아침마다 배가 아프다고 하고, 친구들 이야기를 할 때 표정이 어두워지는 것이 반복됐습니다. 뭔가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조심스럽게 물어봤습니다. 어린이집에서 누가 준이를 괴롭히는 사람 있어? 준이가 처음엔 아니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며칠 후 자기 전에 갑자기 말했습니다. 같은 반 친구 한 명이 자꾸 자기를 놀이에서 빼버리고, 다른 친구들에게도 준이랑 놀지 말라고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마음이 무너졌습니다.

먼저 준이의 감정을 받아줬습니다. 그게 많이 속상했겠다, 외로웠겠다. 준이가 눈물을 흘렸습니다. 한참을 안아줬습니다. 그리고 어떻게 하고 싶은지 물었습니다. 준이는 잘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다섯 살 아이가 그 상황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알 리가 없었습니다.

따돌림의 초기 신호는 직접적인 말보다 행동의 변화로 먼저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등원 거부, 신체 증상(복통, 두통), 친구 이야기를 할 때의 표정 변화 등이 그것입니다. 부모가 이런 신호를 조기에 알아채고, 비난하지 않는 방식으로 물어보는 것이 아이가 마음을 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출처: Raising Children Network Australia - Bullying)

학교에 알리는 것과 기다리는 것 사이에서

그날 밤 고민이 깊었습니다. 바로 어린이집에 연락해야 하나, 아니면 준이 스스로 해결할 시간을 줘야 하나. 다섯 살이라는 나이를 생각하면 스스로 해결하기에는 너무 어렸습니다. 반복적으로 배제당하는 것이 한 번의 다툼과는 다른 문제라고 판단했습니다.

다음 날 선생님에게 이야기했습니다. 특정 아이를 탓하려는 것이 아니라, 준이가 겪고 있는 어려움을 알려드리고 싶어서 연락드린다고 했습니다. 선생님이 빠르게 반응했습니다. 그동안 눈치채지 못했던 부분이 있었다며, 그룹 활동을 조정하고 더 관찰하겠다고 했습니다.

며칠 후 준이가 오늘은 같이 놀았어요라고 말했습니다. 선생님이 그룹을 다시 짜고, 그 친구와도 따로 이야기를 나눈 것 같았습니다. 완전히 해결됐다고 확신할 수는 없었지만, 상황이 나아지고 있다는 신호였습니다. 그때 망설이지 않고 학교에 알린 것이 맞았다고 생각합니다. 어린 나이일수록, 그리고 반복적인 패턴일수록 어른의 개입이 필요합니다.

준이가 더 자란 후 비슷한 일이 한 번 더 있었습니다. 그때는 준이가 먼저 선생님에게 이야기했다고 했습니다. 어렸을 때 제가 학교와 소통했던 경험을 보면서, 이런 일은 말해도 된다는 것을 배운 것 같았습니다. 처음의 개입이 나중에 준이 스스로 대처하는 능력으로 이어졌습니다.

학교 따돌림 대응 연구에서는 부모와 학교의 협력이 따돌림 해결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강조합니다. 부모가 혼자 해결하려 하거나 학교에 알리지 않고 참는 것보다, 비난하지 않는 방식으로 학교에 알리고 함께 대응하는 것이 아이의 회복을 더 빠르게 돕습니다. (출처: Bullying No Way Australia)

그 경험이 준이에게 남긴 것

그 시기가 지나고 나서 준이에게 달라진 것이 있었습니다. 친구 관계에서 어려움이 생기면 예전보다 빨리 이야기합니다. 혼자 끌어안고 있지 않습니다. 그것이 그때의 경험에서 온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려운 일이 있을 때 말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준이가 다른 친구들의 어려움에도 민감해졌습니다. 누군가 놀이에서 빠지는 것을 보면 같이 하자고 하는 모습을 자주 봅니다. 자신이 겪었던 외로움을 다른 친구가 겪지 않게 하려는 마음 같았습니다. 준이가 ASD 친구를 5년째 도와주는 모습도, 그 경험과 무관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배제당하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알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배제하지 않으려는 마음이 더 컸을 것입니다.

그 시기가 힘들었지만, 지나고 나니 준이에게 공감 능력을 키워준 경험이 됐다는 생각도 듭니다. 물론 그 경험이 없었어도 좋았겠지만, 겪은 일을 통해 무언가를 배웠다면 그것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가끔 준이에게 학교에서 어려운 일이 있는지 물어봅니다. 직접적으로 따돌림 당하니?라고 묻기보다, 요즘 친구들이랑 어떻게 지내?라고 자연스럽게 물어봅니다. 그 질문이 일상적인 대화처럼 느껴지게 하는 것이, 아이가 부담 없이 답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이라는 것을 그때 배웠습니다. 신호를 놓치지 않는 것, 그리고 필요할 때 주저하지 않고 개입하는 것. 그것이 부모로서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역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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