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가 처음으로 싫어요, 안 할 거예요라고 단호하게 말하는 순간이 옵니다. 말을 잘 듣던 아이가 갑자기 저항하면 당황스럽기도 하고, 이대로 두면 버릇이 없어지는 것 아닌가 걱정이 됩니다. 준이도 그런 시기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시기를 어떻게 다루느냐가 이후 관계를 결정했습니다.
처음 단호하게 싫다고 했을 때
준이가 일곱 살 때였습니다. 저녁 식사 후 구몬 학습지를 하라고 했을 때 처음으로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오늘은 하기 싫어요. 안 할 거예요." 그전까지는 투덜거리면서도 결국 했는데, 그날은 달랐습니다. 눈을 맞추고 분명하게 의사 표현을 했습니다.
순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됐습니다. 그냥 넘어가면 다음에도 같은 일이 생길 것 같고, 강하게 밀어붙이면 관계가 나빠질 것 같았습니다. 잠깐 생각하다가 이렇게 물었습니다. "오늘 특별히 힘든 일이 있었어?" 준이가 학교에서 체육 시간에 많이 뛰어서 너무 피곤하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협상을 했습니다. "알겠어, 오늘은 반만 하자. 나머지는 내일 아침에 해." 준이가 잠깐 생각하더니 알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반을 마쳤습니다. 다음 날 아침 나머지를 마쳤습니다. 강하게 밀어붙이지도, 그냥 넘어가지도 않은 방식이었습니다.
아이의 반항은 발달의 자연스러운 과정입니다. 아동 발달 연구에서는 아이가 자신의 의지를 표현하기 시작하는 것이 자율성 발달의 신호라고 설명합니다. 이 시기를 어떻게 다루느냐가 아이의 자존감과 부모와의 관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칩니다. 반항을 무조건 억누르는 것도, 무조건 허용하는 것도 아닌 경계와 존중 사이의 균형이 필요합니다. (출처: APA - Child Autonomy Development)
경계는 지키되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협상이 가능한 것과 아닌 것을 구분하기 시작했습니다. 안전과 관련된 것, 건강과 관련된 것은 협상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학습지 양이나 시간 같은 것은 상황에 따라 조정할 수 있었습니다. 그 구분을 준이에게도 설명했습니다.
이것은 왜 해야 하는지 설명하고, 그래도 싫다고 하면 어떻게 할 수 있는지 선택지를 줬습니다. 지금 하는 것, 30분 후에 하는 것, 아니면 내일 두 배로 하는 것. 처음엔 아이가 그 선택지를 이용해서 계속 미루려 했습니다. 그래서 선택지의 범위를 조정했습니다. 지금과 저녁 식사 전, 두 가지만. 그 안에서 선택하게 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선택지를 주되, 결국 해야 한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일관되게 유지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일관성이 준이에게 경계가 무엇인지를 가르쳐줬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준이가 싫어요라고 말한 후에도 어떻게 할지를 스스로 제안하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이 더 성숙한 방식의 자기표현이었습니다.
반항이 관계를 더 솔직하게 만들었습니다
준이가 반항을 시작하면서 오히려 좋아진 것이 있습니다. 솔직해졌습니다. 하기 싫을 때 하기 싫다고 말하고, 이해가 안 될 때 왜 해야 하냐고 물어봅니다. 예전엔 그냥 참고 했는데, 지금은 표현을 합니다. 그 표현이 때로는 불편하지만, 아이의 내면을 볼 수 있는 창이 됩니다.
한국에서 자란 저는 어릴 때 어른의 말에 반항하는 것이 버릇없는 것으로 여겨지는 환경에서 자랐습니다. 그래서 속으로는 싫어도 겉으로는 따랐습니다. 그 습관이 어른이 된 후에도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준이에게는 적절하게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것을 가르치고 싶습니다.
호주에서는 아이가 이유를 묻고 의견을 표현하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학교에서도 선생님에게 왜 그렇게 해야 하냐고 묻는 것이 장려됩니다. 그 문화가 준이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반항이 불편하지만, 그것이 자신의 목소리를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이제는 압니다.
건강한 반항(Healthy Opposition)은 아이가 독립적인 자아를 형성해가는 과정의 일부입니다. 부모가 이를 완전히 억누르면 아이는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능력을 잃게 됩니다. 반면 경계 없이 모든 반항을 허용하면 규칙과 책임감을 배우지 못합니다. 반항을 인정하면서도 경계를 유지하는 것, 그것이 이 시기 육아의 핵심입니다. (출처: Raising Children Network Australia - Defia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