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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친구에게 상처받았을 때 — 경청·공감·회복

by jamieseo1999 2026. 5. 31.

싸우고 있는 아이들
싸우고 있는 아이들

아이가 학교에서 친구 때문에 속상해서 돌아오는 날이 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는 부모 마음이 더 아픕니다. 당장 해결해주고 싶고, 그 친구에게 화도 나고, 어떻게 해줘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준이가 친구에게 상처받았을 때, 저도 처음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친구 이야기를 들었을 때 처음 한 실수

준이가 2학년 때였습니다. 학교에서 돌아온 준이가 말이 없었습니다. 밥을 먹으면서 조용히 있다가 친구가 오늘 자기를 놀이에서 빼버렸다고 했습니다. 일부러 준이를 빼고 다른 친구들끼리만 놀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저는 바로 해결책을 찾으려 했습니다. 그 친구한테 같이 놀자고 말해봐, 선생님한테 이야기해봐, 다른 친구들이랑 놀면 되지. 준이가 제 말을 듣다가 조용해졌습니다. 그리고 더 이야기하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알았습니다. 준이가 원했던 것은 해결책이 아니었습니다. 그냥 속상하다는 것을 들어주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바로 해결하려 들면서 준이의 감정을 충분히 받아주지 못한 것이었습니다. 그날 이후로 방식을 바꿨습니다.

감정 코칭(Emotion Coaching) 연구에서 존 가트만은 아이가 감정적으로 힘들 때 부모가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이 공감이라고 했습니다. 해결책보다 먼저 감정을 인정받는 경험이, 아이가 스스로 회복하는 힘을 키워준다고 강조합니다. 속상하겠다라는 한마디가 어떤 조언보다 먼저여야 합니다. (출처: Gottman Institute - Emotion Coaching)

듣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때가 있었습니다

그 이후로 준이가 친구 이야기를 꺼낼 때 먼저 듣습니다. 속상했겠다, 그 친구가 왜 그랬을까, 어떤 기분이었어. 해결책은 준이가 어떻게 하고 싶은지를 물어본 다음에 꺼냅니다. 아니면 아예 꺼내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어느 날 준이가 친구가 한 말이 상처가 됐다고 했습니다. 수업 중에 준이가 틀린 답을 말했는데, 그 친구가 왜 그것도 몰라라고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많이 창피했다고 했습니다. 저는 그랬구나, 많이 창피했겠다라고만 했습니다. 준이가 잠깐 있다가 그래도 선생님이 틀려도 괜찮다고 했다며 스스로 마무리를 지었습니다.

제가 아무것도 해결해주지 않았는데, 준이가 스스로 회복했습니다. 들어준 것만으로 충분했습니다. 그 경험이 반복되면서 준이는 힘든 일이 있으면 먼저 이야기합니다. 말하면 들어준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 자란 저는 어릴 때 힘든 것이 있어도 잘 말하지 않았습니다. 말해봤자 해결이 안 된다거나, 약해 보이기 싫다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준이가 힘든 것을 말할 수 있는 아이가 된 것이, 제가 어릴 때 갖지 못했던 것을 준이는 갖게 된 것 같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개입이 필요할 때와 아닐 때를 구분했습니다

모든 친구 문제를 그냥 두는 것은 아닙니다. 반복적으로 같은 상황이 생기거나, 준이가 혼자 감당하기 어려워 보일 때는 적극적으로 개입합니다. 선생님에게 이야기하거나, 준이와 함께 어떻게 말할지 연습하거나.

그 기준은 준이가 어떻게 하고 싶은지를 먼저 묻는 것입니다. 선생님한테 이야기하고 싶어, 아니면 그냥 넘어가고 싶어? 대부분은 준이가 스스로 선택합니다. 그 선택을 존중합니다. 부모가 대신 해결해주는 것이 언제나 좋은 것은 아닙니다. 준이 스스로 상황을 판단하고 선택하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아동 심리학에서는 또래 관계에서 겪는 갈등과 상처가 아이의 사회적 능력 발달에 필요한 경험이라고 합니다. 부모가 모든 갈등을 해결해주면 아이는 스스로 해결하는 능력을 키울 기회를 잃습니다. 들어주고 공감하되, 해결은 아이가 주도하도록 돕는 것이 부모의 역할입니다. (출처: Raising Children Network Australia - Friendship Proble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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