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를 키우다 보면 예상치 못한 순간에 내 어린 시절이 떠오를 때가 있습니다. 아이의 행동을 보다가 어릴 때의 나와 겹치거나, 내가 부모에게 들었던 말을 나도 아이에게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육아가 나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는 거울이 된다는 것을, 직접 겪으면서 알았습니다.
준이에게서 어릴 때의 나를 봤습니다
준이가 새로운 것을 시작하기 전에 많이 망설이는 편입니다. 태권도를 처음 시작할 때도, 수영을 배우러 처음 갔을 때도, 낯선 아이들 앞에서 자기소개를 해야 할 때도. 한참 준비하다가 결국은 잘 해내지만, 그 시작 전의 두려움이 큽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어릴 때의 제가 생각났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새로운 환경, 새로운 사람 앞에서 많이 긴장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표현하지 못했습니다. 어른들 앞에서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이면 약한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준이에게는 다르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긴장되는 거 당연해, 처음이니까. 해보다가 싫으면 말해줘. 그렇게 말해줬습니다. 그 말을 하면서 어릴 때의 저에게도 누군가 그 말을 해줬으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준이에게 해주는 말이, 사실은 과거의 나에게 해주는 말이기도 했습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세대 간 전이(Intergenerational Transmission)와 연결해서 설명합니다. 부모가 어린 시절 경험한 것들이 무의식적으로 자녀 양육 방식에 영향을 미칩니다. 자신의 어린 시절을 인식하고 반성하는 부모는 부정적인 패턴을 반복하지 않고 더 나은 방식으로 아이를 키울 가능성이 높습니다. (출처: APA - Intergenerational Parenting Patterns)
부모에게 들었던 말을 내가 하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준이에게 화를 내면서 한 말이 있었습니다. 왜 이렇게 느려, 빨리빨리 해야지. 그 말을 하고 나서 잠깐 멈췄습니다. 어릴 때 부모님에게 자주 들었던 말이었습니다. 빨리빨리를 강조하는 것이 한국 문화에서 자연스러운 것이었고, 저도 그것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었습니다.
그 순간 알았습니다. 내가 싫었던 것들을 나도 하고 있다는 것을. 의식하지 않으면 배운 대로 하게 된다는 것을. 그래서 더 의식적으로 살펴보게 됐습니다. 내가 아이에게 하는 말이 어디서 온 것인지, 그것이 내가 진짜 원하는 방식인지.
빨리빨리 말고 다른 방식이 가능하다는 것을 호주에서 살면서 배웠습니다. 아이의 속도를 기다려주는 것, 느려도 스스로 하게 두는 것. 그것이 더 나은 방식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습관처럼 빨리빨리가 나올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의식적으로 멈추고 다시 시작합니다.
육아가 치유의 과정이 됐습니다
준이가 실수를 했을 때 혼내지 않고 괜찮아, 다음에 잘하면 돼라고 말할 때, 사실 그 말이 어릴 때의 저에게도 필요했던 말이라는 것을 압니다. 실수했을 때 크게 혼나는 경험이 반복됐던 어린 시절의 저는, 실수를 두려워하는 어른이 됐습니다. 준이에게는 그 두려움 대신 다시 시작하는 용기를 심어주고 싶습니다.
지안이가 울 때 이유를 먼저 물어보고 감정을 받아줄 때도 비슷합니다. 어릴 때 울면 왜 울어, 그만 울어라는 말을 자주 들었습니다.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약한 것처럼 느껴지는 환경에서 자랐습니다. 지안이에게는 감정이 있어도 괜찮다는 것을, 울어도 된다는 것을 가르치고 싶습니다. 그것이 지안이를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어릴 때의 저를 위한 것이기도 합니다.
육아가 자신을 치유하는 과정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준이와 지안이를 키우면서 경험하고 있습니다. 아이에게 해주는 것들이 동시에 과거의 나를 위한 것이 될 때, 육아가 단순히 아이를 키우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는 것을 느낍니다.
자기 성찰적 부모(Reflective Parenting)는 자신의 어린 시절 경험이 현재 양육 방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인식하고, 의식적으로 더 나은 방식을 선택하는 부모를 말합니다. 연구에 따르면 자기 성찰적인 부모의 자녀들이 더 안정적인 애착을 형성하고 정서적으로 건강하게 자랍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나 자신을 돌아보는 것이 가장 강력한 육아 도구입니다. (출처: Zero to Three - Reflective Pare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