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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 책을 읽어줬더니 생긴 일

by jamieseo1999 2026. 4. 13.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있는 엄마
엄마와 함께 책 읽기

독서 습관, 읽히지 말고 읽어주세요

어린이집 선생님께서 영상을 하나 보여주신 적이 있습니다. 선생님이 반 아이들에게 Room on the Broom을 읽어주고 계신 장면이었는데, 한쪽 구석에 준이가 있었습니다. 선생님이 문장을 읽어 내려가는 동안, 준이는 그 앞 내용을 줄줄 이어서 말하고 있었습니다. 외운 겁니다. 잠자리에서 열 번도 넘게 들었던 이야기를.

그 영상을 보는 내내 신기하기도 하고, 솔직히 뭉클하기도 했습니다. 읽어주는 동안 아이가 제대로 듣고 있는 건지, 그냥 잠이 오니까 옆에 있는 건지 가끔 의문이 들었거든요. 그런데 아이는 매 순간 다 듣고 있었습니다.

첫째와 둘째, 달랐습니다

준이는 어렸을 때부터 잠자리 독서를 함께 했습니다. Julia Donaldson의 책들을 특히 좋아했는데, Room on the Broom은 정말 질리도록 읽어달라고 했습니다. 그렇게 자란 준이는 또래에 비해 말이 빨랐고, 주변에서도 어휘력이 좋다는 이야기를 자주 했습니다. 제가 특별히 언어 교육을 따로 시킨 게 없었는데, 지금 돌아보면 그 잠자리 시간이 쌓인 결과였던 것 같습니다.

반면 둘째에게는 솔직히 첫째만큼 시간을 내지 못했습니다. 첫째 때의 경험이 있으니 '알아서 되겠지'라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둘째는 감정 표현을 말보다 우는 것으로 하는 경우가 많았고, 문장보다 단어로 소통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두 아이를 나란히 보면서 읽어주기의 차이가 이런 데서 드러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둘째에게도 자기 전에 꼭 함께 읽기 시작했습니다. 읽다가 아이가 멈추고 뭔가 이야기하고 싶어 하면, 솔직히 귀찮을 때도 있었습니다. 빨리 재우고 싶은 마음이 있으니까요. 그런데 그 순간을 넘기지 않고 귀담아 들으려 노력했습니다. 지금은 둘째도 책 읽기를 너무나 좋아합니다.

아이가 듣고 있다는 것

Room on the Broom을 읽어주다 보면, 다음 장면이 어떻게 될지 준이와 한참 이야기를 나누는 날이 있었습니다. "마녀가 어떻게 할 것 같아?" 하고 물으면 아이가 진지하게 자기 생각을 내놓고, 저도 모르게 같이 빠져들었습니다. 그런 대화가 책 읽기의 가장 좋은 순간이었습니다.

여기서 소리 내어 읽어주기(Read-Aloud)란, 어른이 아이에게 책을 소리 내어 읽어주는 행위를 말합니다. 연구에 따르면 정기적으로 읽어주기를 경험한 아이는 어휘력, 문장 이해력, 듣기 집중력이 또래보다 높게 나타납니다. 특히 아이 스스로 읽을 수 있는 수준보다 한두 단계 높은 책을 읽어줄 때 언어 발달 효과가 가장 크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출처: Read-Aloud.org) 준이가 어린이집에서 보여준 그 장면이 정확히 이 원리였습니다. 반복해서 들은 이야기가 아이 안에 쌓이고 있었던 겁니다.

매일 하기 어렵다는 것도 사실입니다

읽어주기가 좋다는 걸 알면서도 매일 지속하기가 쉽지 않은 날이 있습니다. 퇴근 후 지치거나 아이와 하루 종일 부딪혔던 날은 목소리를 내는 것 자체가 버겁습니다. 그럴 때 억지로 길게 읽어주다 보면 아이도 집중하지 못하고 저도 딴생각을 하게 됩니다.

결국 깨달은 건 완벽한 루틴보다 짧더라도 꾸준한 루틴이 낫다는 것이었습니다. 5분이라도 괜찮습니다. 분량에 집착하기 시작하면 또 의무가 됩니다.

어떤 책이든 괜찮습니다

한 가지 더 덧붙이고 싶은 게 있습니다. 초반에 저는 아이에게 '좋은 책'을 골라줘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준이가 Room on the Broom을 열 번 넘게 읽어달라고 했을 때, 저는 솔직히 '이제 다른 책 읽으면 안 될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냥 같은 책을 또 읽어줬습니다.

그게 맞았습니다. 아이가 같은 책을 반복해서 원한다는 건 그 안에서 아직 뭔가를 얻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부모가 정해준 좋은 책 한 권보다, 아이가 스스로 원하는 책이 훨씬 낫습니다. 어떤 책이든 함께 읽는 것, 그게 전부입니다.

결국 독서 교육은 '읽히는 것'이 아니라 '함께 읽는 것'이었습니다. 어린이집 선생님이 보내주신 그 영상 한 편이 그걸 증명해줬습니다. 아이는 다 듣고 있습니다. 오늘 5분이라도 옆에 앉아 읽어주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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