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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감정 받아주기가 어려웠던 이유 — 공감·경청·반응

by jamieseo1999 2026. 6. 3.

화가 나 있는 아이
화가 나 있는 아이


아이 감정을 받아줘야 한다는 것은 압니다. 공감이 중요하다는 것도 압니다. 그런데 막상 아이가 이유 없이 울거나, 사소한 것에 폭발하거나, 설명이 안 되는 감정 상태일 때 차분하게 받아주기가 어렵습니다. 알고 있는 것과 실제로 하는 것 사이의 거리가 생각보다 멉니다.

감정을 받아주는 것이 왜 어려운지 알았습니다

지안이가 이유 없이 우는 날이 있습니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이유로 울기 시작하면, 처음엔 달래다가 점점 지치고, 결국 왜 우는 거야라고 짜증이 납니다. 그렇게 반응하고 나면 지안이는 더 크게 울고, 저는 더 지쳐서 악순환이 됩니다.

어느 날 그 패턴을 돌아봤습니다. 왜 받아주는 것이 어려운지를 생각해보니, 제 안에 있는 불편함이 문제였습니다. 아이가 우는 것을 보면 빨리 해결해야 한다는 압박이 생겼습니다. 그 압박이 공감보다 해결책을 먼저 찾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해결이 안 되면 짜증이 났습니다.

그 불편함의 이유를 더 찾아보니, 어릴 때 저도 울면 안 된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는 것이 생각났습니다.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불편한 것으로 느껴지는 감각이 몸에 배어있었고, 그것이 아이의 울음을 빨리 멈추게 하고 싶은 충동으로 나타난 것이었습니다.

감정 코칭(Emotion Coaching) 연구에서 존 가트만은 아이의 감정을 받아주지 못하는 부모의 가장 큰 이유가 자신의 감정 경험과 연결된다고 했습니다. 자신이 감정을 억압하는 경험을 했던 부모는 아이의 감정 표현을 불편하게 느끼는 경향이 있습니다. 아이의 감정을 받아주려면 먼저 자신의 감정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출처: Gottman Institute - Emotion Coaching)

받아주는 것의 순서를 바꿨습니다

방식을 바꾸기 시작했습니다. 지안이가 울 때 먼저 왜 우는지 물어보지 않습니다. 그냥 옆에 앉습니다. 울어도 괜찮아, 라고 합니다. 그리고 기다립니다. 처음엔 그 기다림이 어색하고 불편했습니다. 뭔가 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기다리면 지안이가 먼저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준이도 마찬가지입니다. 학교에서 속상한 일이 있어서 돌아왔을 때, 바로 해결책을 찾거나 괜찮아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많이 속상했겠다, 라고 먼저 말합니다. 그 말 하나가 준이를 열게 합니다. 그다음에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나옵니다.

감정을 받아주는 것이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감정을 인정해주는 것, 네가 그렇게 느끼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것. 그것만으로도 아이는 훨씬 빨리 안정됩니다. 그 이후에 어떻게 할지를 함께 생각할 수 있습니다.

정서적 가용성(Emotional Availability)은 부모가 아이의 감정 신호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능력입니다. 연구에 따르면 정서적으로 가용한 부모와 함께하는 아이들이 더 안정적인 애착을 형성하고, 감정 조절 능력이 더 높게 발달합니다. 감정을 받아주는 것이 아이의 정서 발달에 미치는 영향은 어떤 교육보다 깊습니다. (출처: APA - Emotional Availability in Parenting)

여전히 어렵지만 조금씩 나아지고 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아직도 어렵습니다. 피곤한 날, 스트레스받은 날에는 아이의 감정을 받아줄 여유가 없을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는 지금 엄마가 좀 지쳐있어서 잠깐 쉬고 나서 이야기하자라고 말합니다. 무조건 받아주려다 지치는 것보다, 솔직하게 상태를 말하는 것이 낫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준이와 지안이를 키우면서 감정을 받아주는 것에 대한 저의 능력이 조금씩 늘고 있다고 느낍니다. 처음보다 기다리는 것이 쉬워졌고, 해결책보다 공감이 먼저라는 것이 조금 더 자연스러워졌습니다. 완벽하지 않지만, 그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아이의 감정을 받아주는 것이 아이를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저를 위한 것이기도 합니다. 아이의 감정에 반응하는 연습이 제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는 능력도 키워줍니다. 육아가 아이만 자라게 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도 함께 자라게 한다는 것을, 감정을 받아주는 연습을 통해 가장 많이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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