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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교육에서 내가 틀렸다고 인정한 순간 — 성찰·전환·성장

by jamieseo1999 2026. 6. 11.

부모의 성찰
부모의 성찰

부모는 아이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고 생각하면서 합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돌아보면 그게 최선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이 있습니다. 틀렸다고 인정하는 것이 쉽지 않지만, 그 인정이 방향을 바꾸는 시작이 됩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제가 틀렸다고 인정하게 된 순간들을 이야기합니다.

빨리 가르치려 했던 것이 틀렸습니다

준이가 네 살이었을 때, 한국어를 가르치려고 글자부터 시작했습니다. 자음과 모음을 외우게 하고, 받아쓰기를 시켰습니다. 한국에서 아이를 가르치는 방식을 그대로 적용한 것이었습니다. 준이는 금방 흥미를 잃었습니다. 글자 공부 자체를 싫어하게 됐고, 한국어로 말하는 것도 꺼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기적의 한글이라는 책을 발견했습니다. 그림을 보며 발음을 중심으로 재미있게 접근하는 방식이었습니다. 방법을 바꾸니 달랐습니다. 준이가 거부감 없이 따라했고, 결국 한글을 다 뗐습니다. 그때 알았습니다. 제가 방식을 틀렸다는 것을. 언어는 규칙을 외우는 것이 아니라 즐겁게 경험하는 것으로 배워야 한다는 것을요.

그 경험이 이후 교육 방식에 큰 영향을 줬습니다. 무엇을 가르치느냐보다 어떻게 가르치느냐가 먼저라는 것. 아이가 흥미를 잃지 않는 방식이 결국 더 멀리 간다는 것. 한글을 가르치면서 배운 것이 이후 수학을 가르칠 때도, 영어를 접하게 할 때도 기준이 됐습니다.

학습 동기 연구에서는 학습의 방식이 내용만큼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특히 어린 시절의 학습 경험이 그 과목이나 활동에 대한 장기적인 태도를 형성합니다. 즐거운 경험으로 시작한 학습은 내적 동기를 만들고, 강요나 반복으로 시작한 학습은 회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방식을 바꾼 것이 결과를 바꿨습니다. (출처: Self-Determination Theory - Intrinsic Motivation)

아이의 속도를 못 믿었던 것이 틀렸습니다

준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나서 리딩 레벨이 또래보다 조금 느리다는 것을 알게 됐을 때, 저는 조급해졌습니다. 레벨을 빨리 올려야 한다는 생각에 준이가 좋아하는 책 대신 레벨에 맞는 책을 억지로 읽히려 했습니다. 준이는 그 책들에 흥미를 보이지 않았고, 읽기 자체를 부담스러워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방식을 멈추고 다시 준이가 좋아하는 책을 고르게 했을 때, 오히려 읽는 양이 늘었고 레벨도 자연스럽게 올라갔습니다. 빨리 끌어올리려 했을 때는 올라가지 않던 것이, 내려놓으니 스스로 올라갔습니다. 아이의 속도를 못 믿었던 것이 오히려 더 느리게 만들었다는 것을 그때 알았습니다.

구몬 학습지를 시작할 때도 비슷한 실수를 했습니다. 처음부터 욕심을 내서 양을 많이 잡았습니다. 준이가 힘들어했고, 매일 아침 전쟁이 됐습니다. 양을 줄이고 매일 조금씩 꾸준히 하는 것으로 바꾸고 나서야 루틴이 자리를 잡았습니다. 많이 시키는 것이 더 빠르게 가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가는 것이 더 멀리 간다는 것을 직접 겪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아이들의 발달 속도에는 개인차가 있으며, 그 차이가 정상 범위 안에 있다면 인위적으로 앞당기려는 시도가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합니다. 아이가 준비됐을 때 도약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으며, 그 전에 지나친 압박을 가하면 학습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이 형성됩니다. 속도를 믿는 것이 교육의 핵심 중 하나입니다. (출처: Raising Children Network Australia - Learning at Own Pace)

결과에 집착했던 것이 틀렸습니다

태권도 대회 전에 준이가 열심히 연습하는 것을 보면서 저도 기대가 생겼습니다. 그래서 대회 결과가 기대만큼 나오지 않았을 때, 실망하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말로는 잘했다고 했지만 표정이 달랐을 겁니다. 준이가 그것을 느꼈을 겁니다.

그 이후 준이가 대회 준비를 할 때 달라진 것이 있었습니다. 연습 결과를 저에게 보여주는 것을 꺼리기 시작했습니다. 잘 안 되는 것을 엄마가 보면 실망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때 제가 결과에 집착했던 것이 아이에게 어떤 신호를 줬는지 알았습니다. 과정이 아니라 결과를 먼저 보는 부모 앞에서 아이는 과정을 보여주기를 두려워하게 됩니다.

그 이후로 결과보다 과정을 먼저 이야기하는 연습을 했습니다. 어떻게 됐어보다 오늘 어떻게 연습했어를 먼저 물었습니다. 시험 점수보다 어떤 것이 어려웠고 어떻게 해결했는지를 더 많이 이야기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준이가 잘 안 되는 것도 먼저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엄마 오늘 이 부분이 안 됐어요. 그 말이 나오기 시작했을 때, 과정을 함께 보는 관계가 됐다고 느꼈습니다.

성장 마인드셋(Growth Mindset) 연구에서 캐럴 드웩은 결과가 아닌 과정에 집중하는 피드백이 아이의 지속적인 성장을 만든다고 했습니다. 잘했어보다 열심히 했네, 어떻게 해결했어가 더 강력한 동기를 만듭니다. 결과에 집착하던 제가 바뀌니, 준이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게 됐습니다. (출처: Mindset Works - Carol Dweck)

틀렸다고 인정하는 것이 실패가 아닙니다. 방향을 바꾸는 신호입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틀린 것들이 있었고, 앞으로도 틀릴 것들이 있을 겁니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알아채고 바꾸는 것입니다. 준이와 지안이를 키우면서 제가 가장 많이 배운 것 중 하나가 틀렸을 때 인정하고 달라지는 것입니다. 그것이 아이에게도, 저에게도 성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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