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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말투는 부모 거울 — 훈육 말투·비교·선택권

by jamieseo1999 2026. 5. 2.

화목하게 대화하는 가족
아이 말투는 부모 거울

네 살 지안이가 뭔가를 제대로 못하자 아홉 살 준이가 버럭 쏘아붙였습니다. "왜 이것도 못해!" "얼른 해!" "계속 이럴 거야!!" 형제 사이에 흔한 일이겠거니 하다가, 그 말투가 어디서 들어본 것임을 깨달았습니다. 남편이 준이에게 화를 낼 때 쓰는 말투였습니다.

 

그날 바로 남편에게 문자를 보냈습니다. 조심스럽게, 비난처럼 들리지 않게. "준이 말투가 동생한테 너무 공격적인데, 솔직히 말하면 여보가 준이한테 화낼 때랑 너무 닮았어. 조금만 더 부드럽게 해줄 수 있을까?" 문자를 보내고 나서 한참 폰을 내려다봤습니다. 아이는 내가 가르친 대로 크는 게 아니라, 내가 사는 대로 큰다는 말이 그제서야 실감이 됐습니다.

 

아이는 부모의 말을 자기 정체성으로 받아들입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광주여대 언어치료학과 원민우 교수는 15년간의 상담 경험을 통해 부모의 말이 아이의 평생 사고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습니다. 아이들은 부모의 말을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자신에 대한 정의로 받아들인다는 것입니다. "빨리빨리"를 듣고 자란 아이가 성인이 돼서도 항상 불완전한 성취감을 느끼는 것처럼,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가 아이의 성격을 만들어갑니다.

 

준이가 동생에게 퍼붓던 그 말들도, 어쩌면 자신이 오랫동안 들어왔던 언어를 그대로 세상에 내보내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릅니다. 특히 "왜 이것도 못해"처럼 행동이 아닌 존재 자체를 겨냥하는 말은, 듣는 아이에게 정체성의 상처로 남을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실수했구나, 다음엔 어떻게 하면 좋을까?" 처럼 행동에 대한 피드백과 해결 방향을 함께 제시하는 것이 훨씬 낫다고 말합니다. 


그날 이후 남편도 조금씩 달라졌고, 저도 제 말을 다시 들여다보게 됐습니다.

 

"이제 그만해"가 매일 전쟁이었습니다

 

텔레비전 끄기 전쟁은 거의 매일 있었습니다.
"이제 그만해." "조금만 더요." "진짜 이제 그만." "한 개만 더요." 몇 번 허용해주다가 그래도 끄지 않으면 결국 목소리가 커졌습니다. 끝나고 나면 찜찜하고, 아이는 울고, 저는 지쳐 있었습니다.

 

방법을 바꿨습니다. 영상을 틀기 전에 먼저 물어보는 것입니다. "오늘 몇 개 볼 거야? 몇 분 볼 거야?" 아이 스스로 정하게 했습니다. 시간을 정한 날은 알람까지 맞춰뒀습니다. 처음엔 알람이 울려도 못 들은 척할 때가 있었습니다. 그래도 매번 같은 방식으로 반복했습니다. 두세 달이 지나자 알람이 울리면 스스로 리모컨을 내려놓는 날이 생겼습니다. 전쟁이 없어졌습니다.

 

나중에 전문가 영상을 보다가 이 방식이 이미 검증된 방법이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아이에게 "이제 그만해" 대신 선택지를 주면, 아이는 스스로 결정했다는 느낌을 받아 자발적으로 책임을 진다는 것입니다. 자기 주도성(self-determination)이란 외부 강제가 아니라 내면의 동기로 행동하는 능력을 말하는데, 이것이 바로 선택권을 주는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길러집니다. 부모의 목표는 그만두게 하는 것이지만, 아이는 자신이 선택했다고 느끼며 움직입니다. 제가 경험으로 터득한 방법이 이미 있던 답이었다는 걸, 항상 나중에야 알게 됩니다.

 

"네 살 동생도 하는데, 오빠가 돼서"

 

준이는 물건을 자주 잃어버립니다. 운동화, 물병, 도서관 책. 반면 네 살 지안이는 신기하게도 자기 물건을 잘 챙깁니다. 어느 날 준이가 학교에서 또 물병을 잃어버리고 왔습니다. 순간적으로 말이 튀어나왔습니다. "너는 왜 맨날 물건을 잃어버리니? 네 살 동생도 자기 물건 잘 챙겨오는데, 오빠가 돼서 동생만도 못해!!"

 

말하고 나서 바로 후회했습니다. 준이 얼굴이 굳어버렸습니다. 아무 말도 않고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그 말이 왜 나빴는지는 압니다. 비교는 아이의 자존감(self-esteem)을 직접 건드립니다. 자존감이란 자신이 가치 있는 존재라는 내면의 확신인데, 타인과의 비교는 이것을 조건부로 만들어버립니다. 전문가들은 외적 비교 대신 내적 비교를 활용하라고 말합니다. "동생도 하는데 왜 못 해"가 아니라, "저번엔 세 번 잃어버렸는데 이번 주는 두 번이었잖아. 조금씩 나아지고 있어"처럼 아이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비교하는 것입니다. 그게 동기도 살리고 자존감도 지키는 방법이라고 합니다.

 

그날 저는 방으로 들어간 준이를 따라 들어갔습니다. "아까 엄마가 한 말, 미안해. 동생이랑 비교하면 안 됐는데." 준이는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습니다. 짧은 사과였지만, 그게 그날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습니다.

 

완벽한 엄마보다, 회복하는 엄마이고 싶습니다

 

이 세 가지 경험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모두 아이를 바꾸려 했던 순간, 정작 달라져야 할 건 제 쪽이었다는 것입니다.
준이의 말투 문제는 남편과 저 자신의 언어 습관을 돌아보게 만들었습니다. TV 전쟁은 훈육 방식을 바꾸게 했습니다. 비교하는 말은 제 무의식을 드러냈습니다. 완벽한 부모가 되겠다는 목표보다, 실수하고 나서 아이 앞에서 사과하고 다시 쌓아가는 것이 더 진짜 교육에 가깝다는 걸 조금씩 배우고 있습니다.

 

원민우 교수는 완벽한 부모보다 회복하는 부모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실수 후 "엄마가 아까 그 말은 잘못했어, 미안해"라고 말하는 모습이, 아이에게 사과와 관계 회복의 방법을 가르치는 가장 직접적인 교육이라는 것입니다. 그 말이 요즘 제가 가장 붙들고 있는 문장입니다.

 

보통 엄마라서, 오늘도 배우는 중입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Ij0_H2iv2H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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