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 방 정리를 두고 매일 실랑이를 하는 집이 많습니다. 치워라고 말하면 나중에, 나중에 하다가 결국 부모가 치우거나 싸움이 납니다. 저도 오랫동안 그 패턴을 반복했습니다. 그런데 준이가 스스로 방을 정리하기까지 걸린 시간과 그 과정에서 달라진 것들을 돌아보면, 방법보다 기다림이 더 중요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정리하라는 말이 효과가 없었습니다
준이가 여섯 살 무렵이었습니다. 방이 늘 어질러져 있었습니다. 레고 조각이 바닥에 깔려있고, 책은 아무 데나 쌓여있고, 옷은 의자 위에 걸쳐져 있었습니다. 방 치워라는 말을 하루에 몇 번씩 했습니다. 준이는 알겠다고 하고는 그대로였습니다. 결국 제가 치우거나, 치우라고 재촉하다가 싸움이 나거나, 둘 중 하나였습니다.
어느 날 혼자 생각해봤습니다. 준이가 정리를 안 하는 것이 게으른 것인지, 아니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는 것인지. 사실 저도 어릴 때 정리 정돈이 자연스럽게 된 것이 아니었습니다. 누군가 방법을 알려줬거나, 환경이 정리하기 쉽게 되어있었거나, 둘 중 하나였습니다. 그런데 준이 방은 물건이 많고, 어디에 무엇을 두어야 하는지 기준이 없었습니다. 정리하라고 했지만 정리하는 방법을 가르친 적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먼저 환경을 바꾸기로 했습니다. 준이와 함께 방에 있는 물건들을 분류했습니다. 레고는 이 상자, 책은 저 선반, 인형은 저 바구니. 각각의 물건이 갈 자리를 만들어줬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 사진을 붙여뒀습니다. 어디에 무엇이 가는지를 말이 아니라 눈으로 볼 수 있게 한 것이었습니다. 정리의 기준이 생기자 준이가 조금씩 스스로 물건을 제자리에 가져다 놓기 시작했습니다.
환경 설계(Environmental Design) 연구에서는 행동의 변화가 의지보다 환경에 의해 더 많이 좌우된다고 합니다. 정리하기 쉬운 환경, 즉 물건의 자리가 명확하고 수납이 간편할 때 아이가 스스로 정리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정리하라는 말을 반복하는 것보다 정리하기 쉬운 환경을 만드는 것이 먼저입니다. (출처: Raising Children Network Australia - Chores and Responsibility)
루틴으로 만드는 데 시간이 걸렸습니다
환경을 바꾼 것만으로 바로 달라지지는 않았습니다. 여전히 말을 해야 했고, 가끔은 제가 도와줘야 했습니다. 그런데 예전과 달라진 것이 있었습니다. 준이가 어디에 무엇을 두어야 하는지는 알게 됐습니다. 실행하는 것이 남은 과제였습니다.
루틴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자기 전에 방을 정리하는 것을 하루 일과의 일부로 넣었습니다. 양치하고, 방 정리하고, 책 읽고, 자는 순서. 처음엔 방 정리를 빼먹는 날이 많았습니다. 그럴 때마다 방 정리 했어?라고 물었습니다. 다 했어라고 말하고 안 한 날도 있었습니다. 그럴 때는 같이 들어가서 확인했습니다. 거짓말을 혼내기보다, 지금이라도 같이 하자고 했습니다.
3개월쯤 지나니 말하지 않아도 자기 전에 방을 들여다보는 날이 생겼습니다. 6개월쯤 되자 자연스럽게 하는 날이 더 많아졌습니다. 완벽하게 매일은 아니었지만, 루틴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1년이 지난 지금은 가끔 말해야 하는 날이 있지만, 전처럼 매일 싸우지는 않습니다.
그 과정에서 중요했던 것이 제가 함께 하는 것이었습니다. 처음 몇 달 동안은 방 정리 시간에 저도 함께 방에 들어갔습니다. 같이 하면서 어떤 것을 어디에 두는지 자연스럽게 보여줬습니다. 혼자 하라고 시키는 것보다 함께 하는 것이 훨씬 빠르게 습관이 됐습니다. 그리고 준이가 다 정리했을 때 방이 깔끔해졌네라고 말해줬습니다. 결과를 인정해주는 것이 다음번 동기가 됐습니다.
지안이에게는 처음부터 다르게 시작했습니다
준이를 키우면서 배운 것을 지안이에게 처음부터 적용했습니다. 지안이가 세 살 무렵부터 장난감을 갖고 놀고 나면 함께 정리하는 것을 시작했습니다. 정리하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같이 하자고 하면서 제가 먼저 시작했습니다. 지안이가 따라 했습니다.
지안이 방에는 큰 바구니 두 개만 뒀습니다. 인형 바구니, 블록 바구니. 구분이 단순할수록 정리하기 쉽습니다. 지안이가 놀고 나면 인형은 저기, 블록은 여기라고 말하면서 바구니를 가리킵니다. 지안이가 하나씩 집어넣습니다. 다 넣으면 잘했다고 합니다. 그 반복이 지안이에게 정리가 놀이의 마무리라는 감각을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아직 완벽하지 않습니다. 지안이도 피곤한 날은 정리를 거부합니다. 그럴 때는 오늘은 엄마가 도와줄게라고 하고 같이 합니다. 억지로 시키기보다 함께 하는 것이 더 오래 가는 습관을 만든다는 것을 준이를 통해 배웠습니다.
습관 형성 연구에서는 새로운 습관이 자리를 잡는 데 평균 66일이 걸린다고 합니다. 처음 몇 주는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지만, 반복이 쌓이면 자동화됩니다. 아이의 정리 습관도 마찬가지입니다. 몇 번 해봤다고 됐다 안 됐다를 판단하기보다, 수개월의 반복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면 기다리는 것이 조금 덜 답답해집니다. (출처: APA - Habit Formation)
준이가 스스로 방을 정리하게 되기까지 1년이 걸렸습니다. 빠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 1년 동안 정리하는 방법을 알게 됐고, 루틴이 생겼고, 정리가 끝났을 때 뿌듯한 경험이 쌓였습니다. 지금 준이는 가끔 제가 말하지 않아도 방을 정리하고 나서 엄마 방 깨끗해요라고 먼저 말합니다. 그 말이 1년의 기다림보다 값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