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데이트를 갖자는 아이 친구 엄마의 초대를 정중히 거절했어요. 실망하는 아이를 보니, 거절했던 것이 아이에게 미안해졌어요.
한국인 학부모 모임, 외향적인 엄마 한 명이 만들어줬다
첫째가 3살 때였어요. 그때 저는 파트타임으로 일할 때라, 일하지 않는 이틀은 아이와 집에 둘이 있었죠. 어떻게 놀아줘야 할지 고민이 됐어요. 도서관도 가고 키즈카페도 갔는데, 그러다 우연히 아이 또래의 한국인 엄마를 만나게 됐죠. 저와 달리 매우 외향적인 성격의 분이었어요. 또래 아이의 엄마들을 안다며 그룹 모임 때 초대해줬죠. 그 인연을 시작으로 일주일에 한 번씩 한국인 엄마 5명과 그 아이들이 정기적으로 만나게 됐어요. 자주 만나다 보니 금방 친해지고 아이들도 잘 어울려 놀았죠. 돌아가며 각자의 집에 초대하기도 하고, 날이 좋은 날은 공원에서 놀았죠. 아이들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정말 재밌게 보냈던 것 같아요. 그러다 아이들이 유치원에 가게 되며 함께 모일 수 있는 날이 없어 자연히 만남이 줄어들었죠. 그래도 그중 한 명은 같은 교회에 다니게 되면서 일주일에 한 번씩 지금도 만나요. 둘 다 남자아이라 지금은 베스트 프렌드가 되었죠.
호주 학부모와 친해지는 법, 수영 자원봉사와 공통 화제
첫째는 운 좋게 친한 친구와 Reception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같은 반이 되었어요. 그 친구의 부모와는 아이가 Reception일 때 Swimming Week 자원봉사를 함께 하며 처음 알게 되었죠. Small Talk에 굉장히 능한 분이었어요. 저도 자연히 대화를 할 수 있게 됐죠. 무엇보다 그 친구도 저희 아이와 같은 나이 차이의 여동생이 있어서 '남매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며 더 친숙하게 대화를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저는 호주 부모들을 대할 때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 몰라 항상 부담스러웠거든요. 언어 장벽도 있지만, 문화 차이로 대화에 공감하지 못할까 하는 걱정과 부담이 커서 힘들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공통된 화제를 찾으니 대화를 끊이지 않고 계속 이어갈 수 있더라고요.
5년째 같은 반이니 마주치는 일이 잦아서 자연스럽게 친해지게 됐어요. 더군다나 둘 다 여동생이 있고 나이도 같아 같은 유치원에 다니게 되면서 동생들끼리도 친해졌어요. 서로의 집을 오가며 플레이데이트도 하고, 이제는 그 아이의 Emergency Contact에 제가 올라가 있을 정도예요.
놀이터 초대 거절했다가 아이에게 미안해진 날

둘째는 어린이집에서 4명의 여자아이들과 매우 친했어요. 그러다 어느 날 그중 한 아이의 부모에게서 문자가 왔어요. 주말에 놀이터에서 만나지 않겠냐고요. 부담스러운 생각이 들었어요. 친한 아이들이 모두 호주 아이들이라 저만 혼자 이민자 부모로 나가는 것이 쉽지 않았어요. 끼지 못할까 봐 걱정이 되더라고요. 그래서 일이 있다고 정중히 거절했어요.
그러다 저희 아이를 포함해 친구들 생일이 모두 5~6월 사이라, 생일 파티가 일주일에 한두 번씩 있었어요. 매주 보게 되니 아이들도 부모들도 서로 자연히 친해지게 되고, 저도 마찬가지였어요. 그리고 다시 플레이데이트 초대를 받았을 때 거절하지 않고 나갔죠. 화창한 날이라 놀이터에서 만났는데, 친구들을 보자마자 반갑게 달려가는 아이를 보니 지난번에 거절했던 것이 미안해졌어요.
호주에서 낳고 자라나는 아이들을 위해 저도 이 문화에, 이 커뮤니티 안에서 살아가는 것에 익숙해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은 모두 낄 수 있다, 이민 2세대 남편 덕분에
저는 한국인이고, 남편은 이민 2세대예요. 이러한 특이점 때문에 한국인 커뮤니티에도, 호주인 커뮤니티에도 끼지 못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달라요. 이러한 점 때문에 오히려 양쪽 모두에 낄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한국인 모임에 가면 남편이 대화에 낄 순 없어도 간단한 영어를 하며 부모들과 이야기해요. 맞춰주는 모습이 고맙죠. 호주인들 모임에 가면 자연스럽게 남편이 저 대신 주도해요.
호주에서 낳고 자란 아이들은 호주 사람이죠. 그 아이들을 키우는 저는 한국인 엄마지만, 아이들이 호주 사회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저도 호주 문화에 익숙해져야겠다고 생각해요. 제가 더 용기를 내서 그 안에서 어우러지면 아이들이 사회인으로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