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OO 언니는 내 베스트 프렌드야. 내 가족이야. OO 언니가 제일 좋아."
지난 주말 캠핑에 다녀온 딸아이는 함께 다녀온 친구의 딸이 제일 좋다며 몇 번이고 되뇌었습니다. 애들레이드에서 한 시간 정도 떨어진 Victor Harbor라는 곳에 다녀왔는데, 그리 멀지 않은 거리인데도 일주일 전부터 아이들은 잔뜩 신이 나 있었습니다.
가족 캠핑 준비, 책가방에 장난감 한가득
"일주일 뒤에 Victor Harbor로 캠핑 갈 거야!" 한마디에 아이들은 들썩이기 시작했습니다. 첫째도 둘째도 책가방을 하나씩 챙기더니 장난감과 읽을 책을 가방 가득 채워 넣었습니다. 평소 같으면 무겁다고 좀 덜어내라 했을 텐데, 어차피 차에 싣기만 하면 되니 이번엔 그대로 두었습니다. 신이 나서 짐을 싸는 아이들을 보니 저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처음엔 작은 캐리어 두 개만 챙길 생각이었는데, 이것저것 담다 보니 큰 캐리어 하나에 작은 가방 세 개로 짐이 불어났습니다. 그래도 전혀 성가시지 않았습니다.
캠핑장에서 생긴 베스트 프렌드
Victor Harbor에서 특별한 걸 한 건 아니었어요. 겨울이라 바닷가에서 실컷 놀기도 어려웠고, 바람이 많이 불어 캠프파이어도 하지 못했죠. 대신 Granite Island라는 작은 섬을 찾았는데, 긴 다리로 육지와 연결되어 있어서 그 다리를 걸어 건너간 뒤 섬을 산책했습니다. 바다도 실컷 보고, 산책길에서 캥거루 두 마리도 만났어요. 바위에 앉아 있는 새를 펭귄인 줄 알고 다 같이 소리를 지르다가, 그냥 새라는 걸 알고는 한바탕 웃기도 했고요. 돌아오는 길엔 첫째와 달리기 시합을 하며 숨을 헐떡였습니다. 별것 아닌 것 같은 순간순간들이 그저 웃고 즐거운 시간이었어요.


산책 중에 첫째가 물었습니다. "여기 언제 또 올 수 있어?" 도착한 지 한 시간도 안 됐는데 벌써 다시 오고 싶어진 모양이었어요. 아이들이 이렇게 좋아하는 걸 보니, 더 자주 이런 시간을 만들어 주지 못한 게 미안해졌습니다. 저도 남편도 캠핑엔 문외한이라 이런 나들이를 할 생각을 잘 못 했거든요. 매년 한국에 2~3주 다녀오니 그걸로 충분하다 여겼는데, 이렇게 가끔 일상을 벗어나 아이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이렇게나 좋을 줄 몰랐습니다.
함께 간 친구네도 아이가 둘이었는데, 첫째가 11살 딸이었어요. 다섯 살인 제 딸은 언니를 어찌나 잘 따르던지요. 생일 선물로 받은, 석고를 동물 모양 틀에 부어 굳힌 뒤 물감을 칠하는 만들기 세트가 있었는데 집에서는 시간이 없어 미뤄두었던 걸 이번에 언니와 함께 했어요. 첫째는 또래인 친구 아들과 뛰어놀고 게임도 하며 시간을 보냈고요.
겨울 캠핑 숙소, 슬리핑백이 더 좋았던 이유
아이들에게는 캠핑이라고 했지만 사실 숙소를 잡았습니다. 캠핑을 해본 적 없는 저희 가족은 캠핑 장비가 하나도 없었거든요.
혹시 몰라 슬리핑백을 챙겨오라던 친구 말에 아이들 것만 준비해 갔어요. 숙소 이불을 쓰면 세탁비가 추가로 청구되기도 하고, 청소 상태가 매끄럽지 않을 때도 있다고 해서요. 실제로 가보니 겨울이라 손님이 없어서였는지 먼지가 좀 있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은 슬리핑백 안에서 잤는데, 덕분에 캠핑 분위기가 제대로 났어요. 슬리핑백에 쏙 들어가서는 자기들끼리 도란도란 수다를 떨기 시작했죠.
그 모습이 어찌나 사랑스럽던지요. 평소엔 늘 저와 같이 자던 둘째가 이번엔 언니 옆에서 자겠다고 해서 깜짝 놀랐어요. 아이들은 벙커 베드 위, 슬리핑백 안에서 새근새근 푹 잠들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엔 다음엔 어디로 갈지 벌써 계획을 세웠어요. 남편은 옆에서 너무 자주 가면 재미없다며 1년에 한 번씩 가자고 했지만, 저는 못 들은 척 계속 계획을 짰습니다. 아이들이 이렇게 좋아하는데 더 자주 가고 싶었거든요. 아이들이 크면 부모와 함께 외출하는 걸 꺼리게 된다고 하죠. 11살 딸을 둔 친구는 벌써 딸이 같이 가기 싫어한다며, 더 어릴 때 더 자주 여행을 다녔어야 했다고 아쉬워했어요. 매일매일 자라나는 아이들과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하며 즐기는 게 중요하다는 걸 새삼 느꼈습니다. 아이들이 커서 모든 순간을 기억하진 못하더라도, 함께했던 따뜻한 마음만큼은 남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