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레이드 겨울은 비가 옵니다. 며칠씩 이어질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에너지가 넘치는 아이들을 어떻게 하나 막막해집니다. 공원에 갈 수도 없고, 집에서만 있으면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들이 벽을 타기 시작합니다. 몇 년을 겪으면서 비 오는 날을 오히려 즐길 수 있는 코스들이 생겼습니다. 직접 다닌 곳들을 솔직하게 소개합니다.
비 오는 날 자주 찾는 실내 명소
첫 번째로 자주 가는 곳은 South Australian Museum(남호주 박물관)입니다. 입장료가 무료라 부담 없이 가기 가장 좋습니다. 1층의 거대한 오징어 박제와 화석, 공룡 뼈 전시관을 아이들이 특히 좋아해서 비 오는 날 2~3시간은 순식간에 보낼 수 있습니다. 박물관 관람 후 바로 옆 주립도서관(State Library of South Australia)의 모틀락 윙(Mortlock Wing)으로 넘어가는 동선이 좋습니다. 해리포터에 나올 것 같은 분위기의 웅장한 공간에서 책을 읽히면 아이들이 도서관을 특별한 곳으로 기억합니다.
Adelaide Central Market(센트럴 마켓)도 비 오는 날 즐겨 찾습니다. 완전 실내 아케이드 형태라 비를 전혀 맞지 않고 활기찬 분위기를 즐길 수 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로컬 치즈와 과일 시식도 하고, 따뜻한 핫초코와 페이스트리를 먹으며 간식 시간을 갖기에 최적입니다. 긴 쇼핑이 목적이 아니라 구경하고 먹고 걷는 것만으로도 한두 시간이 즐겁게 지나갑니다.
MOD.(Museum of Discovery)는 North Terrace에 있는 미래 과학관입니다. 일반 박물관보다 직접 만지고 체험할 수 있는 디지털 터치스크린과 몰입형 전시가 많아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좋습니다. 남호주 박물관과 같은 구역에 있어 함께 방문하기도 편합니다.
일주일 내내 비가 와서 아이들 에너지를 밖에서 발산하지 못할 때는 트램펄린 파크를 찾습니다. Marleston의 Bounce Inc나 AFL Max, Funtopia 같은 곳에서 1~2시간 바짝 뛰놀게 하면 집에서의 답답함을 단번에 풀어줄 수 있습니다. 비용이 들지만 아이들이 에너지를 소진하고 나면 집에 돌아와서 훨씬 차분해집니다.
호주 아동 발달 기관(ARACY) 자료에 따르면 실내 활동이라도 신체 활동이 포함된 경우 아이들의 기분과 집중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특히 날씨가 나쁜 날 실내에서 충분한 신체 활동을 한 아이들이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오후 기분과 수면의 질이 높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출처: Australian Research Alliance for Children and Youth, 2022)
특별히 기억에 남는 두 곳
비 오는 날 가장 인상적이었던 곳은 Adelaide Botanic Garden 안에 있는 Bicentennial Conservatory입니다. 여기서 Bicentennial Conservatory란 남반구 최대 규모의 돔형 유리 온실로, 열대우림 환경을 그대로 재현한 공간입니다. 평소에도 좋지만 비 오는 날이 진짜입니다. 세차게 쏟아지는 빗소리가 거대한 유리 천장에 부딪히는 소리를 들으며 훈훈하고 따뜻한 습도 속에서 산책할 수 있습니다. 쌀쌀한 애들레이드 겨울에 초록 열대 식물 사이를 걷는 경험이 이국적이면서도 힐링이 됩니다. 아이들도 신기해하며 식물 이름을 묻고, 분위기에 압도되어 자연스럽게 조용해집니다.
날씨가 궂을 때 실내 수영을 즐길 수 있는 곳도 있습니다. Marion Outdoor Pool 내 실내 온수풀이나 Oaklands Park의 SA Aquatic & Leisure Centre에서는 날씨 걱정 없이 워터 슬라이드와 온수풀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여름 물놀이를 못 가는 아쉬움을 겨울 실내 수영으로 달랠 수 있는 곳입니다.
집에서 비 오는 날을 알차게 보내는 방법
항상 나갈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비가 너무 심하거나, 아이가 컨디션이 좋지 않거나, 그냥 집에서 쉬고 싶은 날도 있습니다. 그럴 때를 위한 집 안 루틴이 있습니다.
비 오는 날 전용 베이킹 타임입니다. 오븐을 켜서 초코칩 쿠키나 바나나 브레드를 아이들과 함께 굽습니다. 집 안에 퍼지는 달콤한 버터 향과 온기 덕분에 아이들도 차분해지고, 완성된 빵과 따뜻한 우유로 홈카페를 즐깁니다. 요리 과정에서 재료 계량, 순서 따르기, 기다리는 것을 배우는 것도 덤입니다.
거실 요새 만들기도 빠지지 않습니다. 소파와 식탁 의자에 담요를 걸쳐 비밀 아지트(Fort)를 만드는 것입니다. 그 안에 들어가 간접 조명이나 랜턴을 켜고 그림책을 읽거나 가족 영화를 감상합니다. 이 간단한 활동이 아이들에게는 특별한 기억으로 남습니다. 집에서 만든 작은 공간이 아이들에게 모험처럼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보드게임이나 마켓 놀이도 활용합니다. 장난감을 정리할 겸 모아두고 토큰으로 사고파는 마켓 놀이를 하거나, 보드게임을 하며 화면 없이 집중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첫째는 보드게임에 진지하게 임하고 둘째는 자기 물건을 비싸게 팔려고 협상하는 모습이 볼 때마다 웃음이 납니다.
비 오는 날이 꼭 나쁜 날만은 아닙니다. 오히려 집 안에서, 혹은 실내 장소에서 평소와 다른 방식으로 시간을 보내는 날이 되기도 합니다. 비가 와도 할 것이 있다는 것, 애들레이드에 살면서 알게 된 것 중 하나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South Australian Museum 입장료가 정말 무료인가요?
네, 상설 전시는 무료입니다. 특별 기획 전시는 별도 비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North Terrace에 위치해 있으며 주립도서관, 미술관과 함께 묶어서 방문하기 좋습니다.
Bounce Inc 같은 트램펄린 파크는 예약이 필요한가요?
주말이나 학교 방학 기간에는 미리 온라인 예약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현장 방문도 가능하지만 대기 시간이 길 수 있습니다. 연령 제한이 있는 구역도 있으니 방문 전 웹사이트에서 확인해두세요.
Bicentennial Conservatory는 입장료가 있나요?
Adelaide Botanic Garden 자체는 무료 입장이지만 Bicentennial Conservatory는 소액의 입장료가 있습니다. 비 오는 날 방문하면 빗소리와 열대 분위기가 어우러져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