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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엄마가 되려다 지쳤을 때 — 내려놓기·불완전함·회복

by jamieseo1999 2026. 5. 27.

완벽한 엄마가 되려다 지쳤을 때
완벽한 엄마가 되려다 지쳤을 때

아이에게 화내지 않는 엄마, 영양가 있는 밥을 항상 차려주는 엄마, 아이의 과외 활동을 빠짐없이 챙기는 엄마, 퇴근 후에도 지치지 않고 함께 놀아주는 엄마. 그 모든 것을 동시에 하려고 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결국 지쳤습니다. 완벽한 엄마가 되려는 시도가 오히려 더 나쁜 엄마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완벽하려고 할수록 더 예민해졌습니다

준이가 다섯 살, 지안이가 갓 태어났을 무렵이었습니다. 신생아를 키우면서 일도 하고, 준이 육아도 소홀히 하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준이에게 자극이 되는 활동을 해주고 싶어서 퇴근 후에도 함께 블록을 쌓거나 책을 읽었습니다. 지안이가 밤에 자주 깨도 낮에는 최대한 괜찮은 척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모든 것이 의무처럼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준이와 노는 것이 즐겁기보다 해야 하는 일이 됐습니다. 저녁을 차리면서 오늘도 제대로 된 밥을 못 만들었다는 자책이 들었습니다. 아이에게 짜증을 낸 날이면 오늘 또 실패했다는 생각이 따라왔습니다.

그러다 준이가 엄마 요즘 무서워요라고 했습니다. 웃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완벽하게 하려고 애를 썼는데, 아이 눈에는 무서운 엄마로 보이고 있었습니다. 그게 전환점이었습니다. 완벽한 엄마가 되려는 시도가 오히려 아이에게 나쁜 영향을 주고 있었습니다.

완벽주의적 양육(Perfectionist Parenting)은 부모 자신의 소진뿐 아니라 아이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항상 완벽하게 반응하려는 부모 옆에서 아이는 오히려 불안을 느끼고, 실수에 대한 두려움이 커질 수 있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충분히 좋은 부모(Good Enough Parent)가 완벽한 부모보다 아이의 정서 발달에 더 긍정적이라고 합니다. (출처: APA - Perfectionism and Parenting)

완벽함을 내려놓는 연습을 했습니다

가장 먼저 한 것은 저녁 밥상에 대한 기준을 낮추는 것이었습니다. 매일 반찬 세 가지 이상을 차리려고 했던 것을, 간단해도 괜찮다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계란 후라이와 김, 된장찌개만 있어도 밥상이 됩니다. 처음엔 이것도 못 하나 하는 자책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간단한 밥상에서도 아이들이 잘 먹는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과외 활동도 줄였습니다. 준이의 태권도, 수영, 피아노, 학습지에 지안이의 발레와 수영까지 돌아다니다 보니 제가 먼저 지쳤습니다. 강사 사정으로 두 가지가 잠깐 쉬게 됐을 때, 오히려 그 여백이 좋았습니다. 저녁에 여유가 생기자 아이들과 식탁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날이 생겼고, 준이가 엄마 요즘 많이 웃어요라고 했습니다.

아이들이 잠든 후 제 시간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좋아하는 책을 읽거나, 조용히 차를 마시거나, 아무것도 안 하는 시간. 처음엔 이 시간이 사치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그 30분이 다음 날 아이들 앞에 더 온전히 설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나를 돌보는 것이 아이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는 것을요.

자기 자비(Self-Compassion) 연구에서 크리스틴 네프는 스스로에게 친절하게 대하는 것이 더 나은 부모가 되는 조건이라고 했습니다. 실수했을 때 자책하는 대신 그럴 수 있어, 다음에 다시 하면 돼라고 스스로에게 말하는 연습이 정서적 회복력을 키우고, 결국 아이에게도 더 나은 방식으로 반응할 수 있게 합니다. (출처: Dr. Kristin Neff - Self-Compassion)

불완전한 엄마도 괜찮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지금도 완벽한 날은 없습니다. 저녁을 태우는 날도 있고, 아이에게 소리가 높아지는 날도 있고, 피곤해서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날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날들이 아이와의 관계를 무너뜨리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실수한 후에 사과하고 회복하는 과정이 아이에게 더 많은 것을 가르쳐주는 것 같습니다.

준이가 학교에서 실수를 했을 때 괜찮아, 다음에 잘하면 돼라고 스스로에게 말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그 말이 어디서 왔을지를 생각해보면, 엄마가 실수했을 때 스스로에게 하는 말을 들어왔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불완전한 엄마가 완벽한 엄마보다 오히려 더 많은 것을 가르칠 수 있다는 것을, 준이를 통해 배웠습니다.

호주에서 엄마들을 보면 완벽하게 보이려는 압박이 한국보다 덜한 것 같습니다. 학교 앞에서 만나는 엄마들이 오늘 너무 힘들었어, 아이한테 소리 질렀어라고 솔직하게 말합니다. 그 솔직함이 처음엔 낯설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 솔직함이 건강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완벽한 척하는 것이 오히려 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합니다. 불완전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더 가볍고, 더 오래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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