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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맘 죄책감 극복법 — 균형·현존·자기돌봄

by jamieseo1999 2026. 5. 16.

워킹맘의 죄책감 극복

퇴근하고 집에 들어서는 순간, 반가워서 달려오는 아이를 보며 기쁘면서도 가슴 한켠이 무거웠던 적 있으신가요? 오늘 하루도 아이와 충분히 함께하지 못했다는 생각, 일하는 내내 아이가 걱정됐다는 생각. 워킹맘이라면 한 번쯤 안고 사는 감정입니다. 저도 오랫동안 그랬습니다.

워킹맘의 죄책감은 어디서 오는가

호주로 이민을 오고 나서 일을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한국 유학원에서, 그다음에는 호주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기관에서 일했습니다. 준이가 어릴 때부터 일과 육아를 함께 했습니다. 어린이집에 맡기고 출근하는 아침마다, 뒤를 돌아보며 걸어가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특히 지안이가 태어난 후가 더 힘들었습니다. 준이 과외 활동 라이딩에, 지안이 어린이집 등하원에, 퇴근 후 저녁 준비까지. 몸이 두 개여도 부족한 일정이었습니다. 체력적으로 지쳐가면서 아이들에게 짜증을 내는 일이 잦아졌고, 그러면 또 죄책감이 밀려왔습니다. 악순환이었습니다.

어느 날 저녁, 준이가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신나게 이야기하는데 저는 제대로 듣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설거지를 하면서 "응, 그랬구나"를 반복하다가, 준이가 "엄마, 제 말 듣고 있어요?"라고 물었습니다. 그 말이 가슴에 콱 박혔습니다. 몸은 집에 있었지만 마음은 다른 곳에 있었던 겁니다.

죄책감의 진짜 원인이 거기에 있었습니다. 함께하는 시간이 적다는 것이 아니라, 함께하는 시간에 온전히 있지 못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시간의 양이 아니라 질의 문제였습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현존(Presence)의 개념으로 설명합니다. 부모가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에 얼마나 온전히 존재하느냐가, 아이의 정서 발달과 애착 형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합니다. 하루 한 시간을 완전히 집중해서 함께하는 것이, 몸만 있는 세 시간보다 아이에게 더 의미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출처: Zero to Three - Quality Time with Children)

죄책감 대신 선택한 것들

그날 이후 방식을 바꿨습니다. 퇴근하고 집에 들어오면 가방을 내려놓기 전에 아이들 앞에 먼저 앉습니다. 스마트폰을 꺼내지 않고, 오늘 어땠는지 물어봅니다. 10분이어도 괜찮습니다. 그 10분 동안 다른 것을 하지 않습니다.

처음엔 쉽지 않았습니다. 퇴근 후엔 저도 지쳐있고, 저녁 준비도 해야 하고, 확인해야 할 메시지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그 10분을 지키려고 노력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들이 달라졌습니다.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더 자세히 이야기하기 시작했고, 지안이도 어린이집에서 있었던 작은 일들을 신나게 늘어놓기 시작했습니다.

잠자리 독서도 그런 의미에서 지키려고 합니다. 하루가 아무리 힘들어도, 아이들을 재우기 전 짧은 독서 시간은 되도록 빠뜨리지 않으려 합니다. 그 시간이 아이들에게는 엄마가 오늘도 나를 위해 여기 있었다는 확인이 되는 것 같았습니다.

한국에서 워킹맘으로 사는 친구들 이야기를 들으면, 죄책감의 무게가 저보다 훨씬 더 무거운 경우가 많습니다. 한국은 전업맘이 기본값처럼 여겨지는 문화가 아직 남아있고, 일하는 엄마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을 때도 있다고 합니다. 호주는 그 점에서 조금 다릅니다. 워킹맘이 자연스럽고, 어린이집이나 방과후 돌봄 시스템도 잘 갖춰져 있습니다. 그래도 죄책감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습니다. 문화가 아니라 마음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엄마가 먼저 괜찮아야 아이도 괜찮습니다

한동안 저는 저 자신을 돌보는 것을 사치처럼 여겼습니다. 아이들에게 쓸 시간도 부족한데, 나를 위한 시간을 따로 낸다는 것이 이기적으로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그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번아웃이 왔을 때 알았습니다.

준이와 지안이의 과외 활동이 한꺼번에 늘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준이의 태권도, 수영, 피아노에 지안이의 발레와 수영까지. 일을 하면서 라이딩을 맞추다 보니 체력이 먼저 바닥났습니다. 아이들에게 짜증을 내는 날이 늘었고, 저도 제 자신이 싫어졌습니다. 그때 피아노와 수영 선생님 사정으로 두세 달 쉬게 됐습니다. 처음엔 아이들에게 미안했는데, 막상 일정에 여유가 생기자 전혀 다른 일이 일어났습니다. 아이들과 저녁을 먹고 함께 노는 날이 늘었고, 제 표정이 달라졌습니다. 준이가 말했습니다. "엄마, 요즘 많이 웃어요." 그 말을 듣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제가 지쳐있을 때, 아이들도 그걸 느끼고 있었다는 것을.

그 이후로 워킹맘의 자기돌봄을 죄책감 없이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일찍 자는 것, 좋아하는 책을 읽는 것, 혼자만의 산책 시간을 갖는 것. 작은 것들이지만 이것들이 쌓이면 다음 날 아이들 앞에 더 온전히 설 수 있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았습니다.

부모의 정서적 가용성(Parental Emotional Availability)이란 부모가 아이의 감정 신호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심리적 여유를 말합니다. 이 가용성은 부모 자신이 얼마나 충전되어 있느냐에 직결됩니다. 지친 부모는 아이의 신호를 놓치거나 과잉 반응하기 쉽고, 이것이 반복되면 아이의 정서 안정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엄마가 먼저 괜찮아야 한다는 말이 단순한 위로가 아닌 이유입니다. (출처: APA - Parental Emotional Availability)

워킹맘의 죄책감은 아마 완전히 사라지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그 죄책감이 저를 더 나은 엄마로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지치게 만든다는 것을 이제는 압니다. 죄책감보다 현존을, 완벽함보다 충전된 상태를 선택하는 것. 그게 지금 저의 방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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