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만 자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준이와 지안이를 키우면서 저도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처음엔 그 변화가 보이지 않았는데, 돌아보면 육아가 저를 가장 많이 성장시킨 시간이었습니다.
참는 힘이 생겼습니다
육아 전의 저는 기다리는 것이 힘든 사람이었습니다. 일을 빠르게 처리하는 것을 좋아했고, 느린 것을 답답하게 여겼습니다. 그런데 아이를 키우면서 기다리는 연습을 수없이 했습니다.
지안이가 신발을 혼자 신으려고 끙끙거릴 때, 준이가 숙제 문제를 풀면서 막혔을 때, 아이들이 싸우다가 스스로 해결하려고 할 때. 도와주고 싶은 충동을 참고 기다리는 것이 처음엔 정말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기다렸을 때 아이들이 스스로 해내는 것을 보면서, 기다림이 얼마나 강력한 것인지를 배웠습니다.
그 연습이 육아 밖에서도 작동합니다. 일에서도, 관계에서도 예전보다 기다리는 것이 조금 더 쉬워졌습니다. 즉각적인 결과가 없어도 괜찮다는 것, 시간이 필요한 것이 있다는 것을 아이들이 가르쳐줬습니다.
인내심(Patience)은 연습으로 키워지는 능력입니다. 심리학 연구에서는 자녀를 양육하는 경험이 부모의 자기조절 능력과 감정 조절 능력을 향상시킨다고 합니다. 아이를 기다려주는 반복적인 경험이 부모 자신의 인내심을 강화하는 훈련이 됩니다. (출처: APA - Parenting and Adult Development)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읽는 능력이 생겼습니다
준이가 학교에서 돌아와 말이 없을 때, 지안이가 이유 없이 울 때, 남편이 피곤해 보일 때. 예전의 저는 그냥 지나쳤을 것들을 이제는 알아챕니다. 아이들의 감정 신호를 읽는 연습을 하다 보니, 다른 사람의 신호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준이가 평소와 다르게 조용한 날이 있었습니다. 이유를 물으니 처음엔 아무것도 아니라고 했습니다. 그냥 옆에 있었습니다. 저녁을 먹다가 준이가 입을 열었습니다. 친구가 자신한테 한 말이 속상했다고 했습니다. 물어서 나온 이야기가 아니라, 기다려서 나온 이야기였습니다. 그 경험이 반복되면서 감정을 읽고 기다리는 것이 가장 강력한 소통 방식이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공감 능력이 높아지면서 직장에서도 달라진 것이 있습니다. 동료가 힘들어 보일 때 먼저 알아채고 말을 거는 것, 회의에서 누군가 말을 못 하고 있을 때 공간을 열어주는 것. 아이들을 키우면서 발달한 능력이 다른 관계에서도 작동했습니다.
공감 능력(Empathy)은 고정된 특성이 아니라 경험으로 발달하는 능력입니다. 자녀 양육은 타인의 감정과 필요에 지속적으로 반응해야 하는 환경이기 때문에, 부모의 공감 능력을 자연스럽게 키우는 과정이 됩니다. 육아가 부모를 더 공감 능력 있는 사람으로 만든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출처: APA - Empathy Development in Parents)
나 자신을 더 잘 알게 됐습니다
육아를 하면서 제가 어떤 상황에서 화가 나는지, 무엇이 저를 지치게 하는지, 어떤 것이 저를 회복시키는지를 훨씬 구체적으로 알게 됐습니다. 매일 부딪히는 상황들이 거울처럼 저를 보여줬습니다.
아이에게 소리를 질렀을 때, 그 이유를 돌아보면 대부분 아이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제가 피곤하거나, 스트레스를 받거나, 뭔가 해결되지 않은 것이 있을 때였습니다. 그 패턴을 알게 되면서 제 감정을 더 잘 다룰 수 있게 됐습니다. 화가 올라올 것 같은 날 미리 아이에게 말하거나, 잠깐 자리를 피하거나. 제가 어떤 상태인지를 아는 것이 감정 조절의 시작이었습니다.
준이를 키우며 나의 어린 시절을 다시 보게 된 것도 있습니다. 준이가 새로운 것을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어릴 때 저도 그랬다는 것을 떠올렸습니다. 준이에게 괜찮다고 말해주면서 사실은 어릴 때의 저에게도 그 말을 해주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것이 자신을 치유하는 과정이기도 하다는 것을, 그 순간 느꼈습니다.
자기 인식(Self-Awareness)은 심리적 건강의 핵심 요소입니다. 부모가 되는 경험은 강렬한 감정, 갈등, 도전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게 만드는 과정입니다. 연구에 따르면 부모 역할이 성인의 자기 이해와 정체성 발달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친다고 합니다. 아이가 자라는 동안 부모도 함께 자랍니다. (출처: APA - Identity Development in Adulthood)
완벽한 부모가 되지 못했지만, 아이들을 키우면서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인내심, 공감 능력, 자기 이해. 이것들이 어떤 책이나 강의보다 준이와 지안이가 저에게 가르쳐준 것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