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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감 높은 아이 (회복탄력성, 응시하는 부모, 온전함)

by jamieseo1999 2026. 3. 13.

자존감 높은 아이 (회복탄력성, 응시하는 부모, 온전함)
자존감 높은 아이 (회복탄력성, 응시하는 부모, 온전함)

솔직히 저는 부모 모임 이후 불안해지는 제 모습을 발견하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아들 반 친구 엄마가 이미 세 자녀를 모두 보습학원에 보내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저도 당장 우리 아이를 학원에 보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조급함이 밀려왔습니다. 집에 돌아와 아들에게 학원을 운을 떼자 아이가 울면서 스트레스를 호소하여 그만뒀지만, 그 이후에도 계속 '너무 안 시키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일반적으로 고학력 부모일수록 자녀 교육에 유리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오히려 그 학력이 아이를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게 만드는 장애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회복탄력성을 키우기 

저는 어렸을 때 늘 1등을 놓치지 않는 우수한 학생이었습니다. 엄마는 제가 학교에서 인정받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숙제도 모두 봐주시고 학교 일에 적극적으로 관여하셨습니다. 선생님들에게 이쁨도 받고 매번 좋은 성적을 유지했지만,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환경이 달라졌습니다. 학업성적이 우수하여 특목고에 진학하려 했지만 내신 성적 때문에 일반고에 진학했고, 그곳 선생님들은 우수한 학생들은 모두 특목고에 가있다며 자격지심을 자극했습니다. 성적이 떨어지기 시작했고 심리적 압박감과 함께 자존감도 낮아졌습니다.

여기서 회복탄력성(Resilience)이란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을 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심리적 힘을 의미합니다. 저는 어릴 때 엄마의 전폭적인 지원 덕분에 성공만 경험했지, 실패와 좌절을 스스로 극복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습니다. 1등만 해온 아이들은 좌절을 경험하지 못해 회복 탄력성이 낮을 수밖에 없으며, 경쟁 구조 속에서 동료들과의 지지 관계도 부족해집니다(출처: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아이가 스스로 부딪히고 견뎌내며 회복 탄력성을 기르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학교 생활을 해나가는 데서도, 나이가 들어 어른이 되어 사회에서 견뎌내기 위해서도 회복 탄력성은 꼭 필요한 역량입니다. 다른 영역에서 성공 경험을 쌓으면 그것이 공부로도 전이될 수 있으며, 심부름이나 가사 분담을 통해 가족 구성원으로서의 임무를 수행하며 유능감을 느끼는 것도 중요합니다. 부모가 아이에게 고맙다는 경험과 말을 할 때, 아이는 부모를 기쁘게 할 일이 공부 말고도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응시하는 부모의 태도

일반적으로 부모가 아이의 일을 많이 도와줄수록 아이가 유능해진다고 생각하지만, 제 경험상 이는 오히려 아이가 혼자 할 수 있는 힘을 빼앗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아이가 힘들어하는 것을 있는 그대로 봐주는 마음의 여유가 가장 중요한데, 고학력 부모일수록 자신의 높은 기준치 때문에 아이를 조급하게 몰아세우기 쉽습니다. 첫째가 신발 끈 매는 것을 어려워해서 제가 매번 해줬는데, 남편이 끈 있는 신발은 계속 신을 수 없다며 몇 번이고 리본 묶는 법을 가르쳐주었습니다. 아이는 느리지만 아침마다 혼자 끈을 매고 학교에 나서는 모습을 보며, 혼자 할 수 있도록 간섭하지 말고 응시하는 것이 아이를 위한 아주 좋은 방법이라고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부모의 '응시'와 '감시'는 완전히 다릅니다. 감시는 아이를 평가의 대상으로 만들어 부정적 에너지를 키우지만, 응시는 아이의 호기심을 따라가며 대화로 연결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아이들은 부모의 시선을 두려워하며, 부모의 평가를 의식하면 자신을 숨기게 되어 자존감이 낮아집니다. 특히 청소년기에는 부모가 모르는 아이만의 세계를 가지는 것이 중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부모가 내버려 두고 믿고 바라보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완벽함보다 온전함을 추구하는 부모의 자세

제가 아이들에게 화를 낼 때, '화'의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더 화를 내는 저 자신을 발견할 때가 많습니다. 피곤할 때 한창 호기심이 왕성한 둘째가 질문 세례를 퍼부으면 나도 모르게 한숨을 쉴 때가 있는데, 이때 둘째가 갑자기 울면서 엄마가 나를 안 좋아하는 것 같다고 이야기하면 아이가 상처받았다는 것을 절감하게 됩니다.

모멸감(Humiliation)은 모욕과 경멸을 합친 개념으로, 타인의 존엄성을 깎아내리는 언어적·비언어적 행동을 의미합니다. 아이에게 가장 해서는 안 되는 것은 한심하다는 눈빛이나 한숨인데, 이는 말보다 더 큰 상처를 남깁니다. 무의식적으로 다른 사람을 비난하는 습관이 부모에게서도 나타나며, '네가 하는 게 다 그렇지 뭐' 같은 말 한마디가 아이에게 평생 남는 상처가 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감정은 자신과 동일시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감정과 자신을 분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감정의 수명은 매우 짧아서 90초 이내에 진정될 수 있으며, 멈추고 호흡하며 생각하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가라앉습니다(출처: 한국심리학회). 화가 폭발했다면 감정이 진정된 후 아이와 상황을 복기하고 자신의 감정 상태와 행동을 객관화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화난 행동을 덮어두거나 정당화하려 하면 아이를 계속 몰아가 악순환이 됩니다.

대학이 인생을 보장하는 것이 아님을 자각하는 부모의 마음자세가 필요합니다. 저 역시 AI가 인간을 대체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시점에 학교 공부가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은 있지만, 혹시나 아이가 뒤처지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언제나 있습니다. 이런 불안한 감정은 아이보다 부모 자신에 대한 불안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모가 자녀를 키우는 것은 걱정에서 신뢰로 가는 여정이며, 걱정과 신뢰는 반비례 관계입니다. 신뢰를 못 하는 핵심 원인은 부모가 자신을 신뢰하지 못하기 때문이며, 이는 부모로부터 받은 불안이 대물림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부모 자녀 관계의 건강함을 평가하는 기준은 '함께 웃는 순간이 있는가'입니다. 유머의 핵심은 웃기는 것이 아니라 웃는 것이며, 아이의 말에 반응하고 놀라워하는 것에서 유머가 시작됩니다. 부모가 아이를 응시하면 놀라운 것을 발견하고 아이를 재미있는 존재로 보게 되며, 이는 인공지능이 줄 수 없는 웃음을 선사합니다. 부모의 마음 상태, 즉 여유와 활기가 유머 감각과 연결되며, 마음의 연료가 소진되지 않도록 자각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완벽한 부모보다는 온전한 부모가 되어야 합니다. 완벽함(Perfection)은 100점을 의미하지만, 온전함(Wholeness)은 빵점이라도 있는 그대로 충분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삶의 기본을 충분히 누리고, 가끔 삐걱거려도 서로 신뢰하는 튼튼한 토대가 있으면 돌아올 수 있는 여지가 있습니다. 고학력 부모일수록 자기 자랑만 하여 아이에게 압박감과 자격지심을 줄 수 있지만, 자신의 실수나 헤매던 경험을 공유하면 아이가 안심합니다. 유머의 한 코드는 '망가지는 것'으로, 자신의 허점이나 실패를 스스럼없이 드러내고 웃음거리로 만들 수 있는 사람이 매력적입니다.

부모가 매력적으로 사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엄마 멋있다, 나도 저렇게 살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해야 합니다. 부모는 성적만 볼 것이 아니라 아이의 표정을 보고, 가족의 표정은 서로 닮아있음을 인지해야 합니다.

완벽할 순 없지만, 아이에게 온전한 부모가 되어주고 싶습니다. 아이가 자존감을 기르고 회복 탄력성을 키울 수 있도록 응시하는 태도를 유지하는 것, 그리고 제 삶을 즐기는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수 있다는 것을 마음에 새기려 합니다. 정보가 많아지면 욕망과 불안을 낳아 아이를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게 되는데, 이런 불안을 없애려면 자신이 불안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감정을 알아차려 거리 두기를 해야 합니다. 아이의 서투름을 참지 못하고 도와주던 습관을 버리고, 아이가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믿고 기다리는 부모가 되겠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5K5gKASlWd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