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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옷은 장롱 속에, 흙투성이 옷은 매일 — 호주 육아 옷차림 이야기

by jamieseo1999 2026. 9. 6.

퇴근하고 아이를 픽업하러 OSHC(학교 방과 후 돌봄 시설)에 갔어요. 들어가자마자 학교 놀이터 모래장에서 놀고 있는 아이를 발견했어요. 교복을 입은 채로 온몸이 모래 안에 파묻혀 있었죠. 오늘도 옷은 여지없이 흙투성이가 되어 있었어요.

호주 아이 옷, Kmart $5~$10이면 충분한 이유

한국에 갈 때마다 엄마와 제 동생이 저에게 그래요. "애들 옷 좀 사입혀~" 호주에 살면서 애들 옷 살 걱정을 한 적이 거의 없어요. 물려 입거나, 정 필요하면 Kmart 같은 곳에 가서 $5~$10 사이의 싼 옷들을 사 입히죠. 엄마와 삼촌 눈에는 아이들이 후줄근해 보이지, 영 마땅찮게 느껴졌을 거예요. 그래서 엄마와 삼촌이 항상 좋은 옷을 몇 벌씩 사 주곤 하죠.

 

한국에 있을 때 몇 번씩 입다가도, 막상 호주에 돌아오면 장롱 속에 고이 모셔두는 경우가 다반사예요. 학교에 가면 모래 놀이, 페인팅, 공놀이 등 실외 놀이를 하다가 흙투성이가 되는 것은 기본이고, 하얀 셔츠라도 입는 날이면 지워지지 않는 얼룩을 묻혀 오죠.

 

다문화를 존중하자는 취지의 하모니데이에 한복을 입고 가겠다고 아이가 우기기에, 조심하라고 몇 번씩 일러 주며 한복을 입혀 보냈어요. 집에 온 아이가 "미안해.." 하면서 한복 바지를 건네는데, 수선할 수도 없이 가랑이가 쭉 찢어진 채로 왔어요. 애들이랑 공놀이하다가 그랬대요. 그나마 그것도 물려 입은 거라 다행이었어요.

 

매일 크는 아이들이라 옷도 금방 작아지지만, 좋은 옷을 입혀 보내면 혹시나 망가질까 노심초사하고 망가져서 돌아오면 화를 내느니 아예 망가져도 좋을 옷들을 입혀 보내는 게 속이 편해요.

호주 초등학교 운동장, 한국 대학교만큼 큰 곳도 있다

호주는 초등학교의 캠퍼스들이 굉장히 커요. 운동장도 모두 잔디로 되어 있어 관리가 잘 되어 있죠.

쉬는 시간이 되면 아이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밖으로 뛰어나와요. 그리고 쉴 새 없이 뛰어놀죠. 가끔씩 점심에 손도 안 댄 아이에게 걱정돼서 물어보면, 노느라고 그랬대요.

 

날이 아무리 덥고 추워도 밖에서 노는 건 기본이에요. 그러니 옷이 깨끗한 채로 돌아올 수가 없죠.

교복 입고 모래에 파묻힌 아이, 호주선 당연한 일

언젠가 뉴스에서 본 적이 있는 것 같아요. 유치원생 부모님들이 청결을 문제 삼으며 아이들이 모래 놀이를 하지 못하도록 요청했다고요. 아마 호주에서 그런 일이 있었다면 그런 요청을 한 부모들이 많은 비판을 받았을 거예요.

아이들이 밖에서 뛰어놀고 자연을 벗 삼아 노는 것이 당연한 건데, 그걸 못하게 하는 거니까요.

놀이터에서 흙투성이가 되어 노는 아이
놀이터에서 흙투성이가 되어 노는 아이

저도 호주에서 아이를 키우면서 많이 변한 것 같아요. 첫째를 키울 때는 정말 많이 조심했어요. 예쁜 옷을 차려 입혀 산책을 나가고, 혹시나 아이가 흙에나 앉으려고 하면 더럽다고 달려가 말렸죠.

 

지금은 정반대예요. 그저 편한 옷으로 걸쳐 입고, 산책을 나가면 아이들이 원하는 만큼 직접 경험하게 해 줘요. 혹시 몰라 여분 옷을 챙겨 가죠. 그리고 마음껏 놀게 해 줘요.

 

한국에 아이들을 데리고 가면, 꼭 시골에서 방금 올라온 느낌처럼 우리 아이들의 옷차림이 세련되지 못한 것 같아 신경 쓰여요. 그런데 호주에 살면서 변하게 된 저 자신을 돌아봐요. 처음엔 제대로 갖춰 입지 못하면 외출도 못했어요. 무엇보다 타인의 시선이 신경 쓰였거든요. 지금은 그저 내가 편한 게 최고예요. 아이들이 그런 자유로운 환경의 호주에서 자라고 있는 것이 행운이라고 느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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