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주에서 아이에게 한국어를 유지시키고 싶은 부모라면 한번쯤 주말 한국학교를 고민하게 됩니다. 나도 보내봐야 하나, 보내면 효과가 있을까, 아이가 싫어하면 어떡하나. 저도 같은 고민을 했고, 시행착오를 거쳤습니다. 그 경험이 한국학교를 고민하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참고가 됐으면 합니다.
한국어 학교에 기대했던 것과 현실의 차이
처음 주말 한국어 학교를 보내기로 결정했을 때 기대가 있었습니다. 한국 아이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니 자연스럽게 한국어를 쓰게 될 것, 비슷한 배경의 친구를 사귀게 될 것, 그 과정에서 한국어에 대한 긍정적인 감각이 생길 것. 그런데 현실은 달랐습니다.
준이가 처음부터 가기 싫어했습니다. 이유를 물어봐도 그냥 싫어요라고 했습니다. 몇 번은 울고 떼쓰는 아이를 달래서 데려갔습니다. 그런데 억지로 끌고 가는 모습을 보면서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한국어를 좋아하게 될까. 한국어 자체를 싫어하게 만드는 것 아닐까. 결국 그만두기로 했습니다.
나중에 비슷한 경험을 한 엄마들과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공통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한국어 수준이 아이마다 너무 달라서 수업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어렵고, 교과서 중심의 딱딱한 수업 방식이 아이들의 흥미를 끌지 못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호주에서 영어로 자유롭게 배우다가 주말에 앉아서 한국어 교과서를 펴는 것이 아이들에게 낯설고 재미없게 느껴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재외동포재단의 해외 한국어 교육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해외 한국학교의 가장 큰 과제 중 하나가 학생들의 한국어 수준 편차와 수업 흥미 유지라고 합니다. 같은 반에 한국어를 모국어처럼 구사하는 아이와 기초 단계인 아이가 함께 있는 경우가 많아 교사가 수준별 수업을 하기 어렵고, 주말에만 운영되는 특성상 연속성 있는 학습이 쉽지 않다고 분석합니다. 개별 기관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인 어려움입니다. (출처: 재외동포재단 - 해외 한국어 교육 현황)
어떤 환경이냐가 결과를 바꿨습니다
주말 한국어 학교를 그만두고 한동안 집에서만 한국어를 유지하려고 했는데,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러다 시간 여유가 생기면서 정부에서 운영하는 한국어 프로그램에 보낼 수 있게 됐습니다. 월요일 오후에 운영하는 곳이었는데, 전에는 직장 때문에 데려다줄 수 없었던 곳이었습니다.
결과가 달랐습니다. 준이가 싫다는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가끔 재밌다고 했습니다. 처음 한국어 학교에서 울고 떼쓰던 아이가 맞나 싶을 정도였습니다. 바뀐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봤습니다.
운영 방식이 달랐습니다. 교과서 중심 수업보다 활동 중심, 놀이 중심으로 접근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아이들이 앉아서 받아쓰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어로 게임을 하고, 한국 문화를 경험하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방식이었습니다. 그리고 수준별 그룹을 어느 정도 나눠서 운영했습니다. 준이가 한국어를 완전히 모르는 아이들 사이에서 지루해하거나, 반대로 너무 능숙한 아이들 사이에서 위축되는 것이 줄었습니다.
언어 교육 연구에서는 제2언어 혹은 계승어 학습에서 정의적 필터(Affective Filter)가 학습 효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합니다. 스티븐 크라센(Stephen Krashen)의 이론에 따르면 아이가 불안하거나 스트레스를 받는 환경에서는 언어 입력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습니다. 반대로 심리적으로 안전하고 즐거운 환경에서는 같은 시간 학습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준이에게 두 한국학교의 차이가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출처: TESOL - Krashen's Affective Filter Hypothesis)
한국학교, 보내야 할까 말아야 할까
이 경험을 통해 한국학교에 대해 갖게 된 생각이 있습니다. 보내느냐 안 보내느냐보다 어떤 곳에 보내느냐가 훨씬 중요합니다. 모든 주말 한국학교가 같지 않습니다. 운영 방식, 교사의 접근법, 수준별 편성 여부, 아이들의 구성이 기관마다 다릅니다. 아이를 보내기 전에 그 기관이 어떻게 운영되는지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아이가 싫어한다면 이유를 찾아봐야 합니다. 단순히 가기 싫은 것인지, 수업 방식이 맞지 않는 것인지, 친구 관계에서 어려움이 있는 것인지. 억지로 보내는 것이 한국어 실력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한국어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을 쌓는 것이 될 수 있습니다. 그 경계를 놓치면 안 됩니다.
한국어 학교를 보내지 않는다고 해서 한국어 교육을 포기한 것이 아닙니다. 집에서의 환경, 한국 방문, 가족과의 연결, 한국 콘텐츠 노출 등 다른 방법들이 있습니다. 다만 집 밖에서 한국어를 쓰는 사회적 경험은 집에서 대신해주기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같은 상황의 또래와 한국어로 노는 경험, 그것이 한국학교가 줄 수 있는 가장 큰 것입니다. 그 경험을 줄 수 있는 환경을 찾는 것, 그것이 핵심입니다.
지금도 완벽한 해답을 갖고 있지는 않습니다. 다만 아이가 즐겁지 않은 방법은 오래 가지 않는다는 것은 확실히 알게 됐습니다. 한국어를 유지하고 싶다면 아이가 한국어를 싫어하지 않는 것이 먼저입니다. 그 순서를 잃지 않으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