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에게 공부를 시키기 전에 먼저 갖춰줘야 할 것이 있다는 걸 알고 계신가요? 학원을 아무리 보내도, 선행학습을 해도 효과가 없는 아이들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책임감, 성실함, 끈기가 없다는 것입니다. 이 글에서 끈기 있는 아이로 키우는 방법과 부모의 역할을 직접 겪은 경험으로 정리합니다.
초등 끈기 교육, 태권도 대회가 가르쳐줬습니다
첫째가 첫 번째 태권도 대회에 나갔을 때, 스파링에서만 동메달을 땄습니다. 패턴에서는 성과를 거두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대회를 다녀온 후 아이 입에서 이런 말이 나왔습니다. "패턴도 열심히 연습해서 다음엔 꼭 성과를 거두고 싶어요." 누가 시킨 말이 아니었습니다. 스스로 그 말을 꺼냈습니다.
두 번째 대회 날짜가 잡히자 아이는 태권도 연습을 거의 매일 나갔습니다. 그러면서도 학습지는 학교 가기 전에 반드시 마치고, 학교 숙제도 태권도를 가기 전이나 후에 모두 끝냈습니다. 연습을 핑계로 해야 할 것들을 미루지 않았습니다. 그 모습이 무척 기특했습니다. 결과는 스파링 금메달, 패턴 은메달이었습니다. 메달을 목에 걸고 태권도 학원에 가서 자랑하겠다며 신나하는 아이를 보며, 끈기 있게 노력한 것이 이런 성취감으로 돌아온다는 걸 아이 스스로 느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요즘은 학교에서 트럼펫을 배우고 있습니다. 처음 배우는 악기라 원하는 음색이 나오지 않아 며칠을 힘들어했습니다. 관련 영상을 찾아보기도 하고, 매일 연습했습니다. 어제 밤 드디어 평가곡을 처음부터 끝까지 실수 없이 해냈습니다. 오늘이 평가 날입니다. 결과가 어떻든,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낸 과정이 더 값지다고 생각합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전문가들도 같은 말을 하고 있었습니다. 태권도 단증 따기, 피아노 콩쿠르 참여, 악기 배우기처럼 시작한 것을 끝까지 완수하는 경험이 책임감과 끈기를 기른다고 합니다. 이 과정에서 힘듦을 참고 노력하는 법을 배우고, 나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쌓인다고 강조합니다. 공부보다 이것이 먼저라는 말이, 아이를 보면서 실감이 납니다. (출처: 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
엄한 아빠가 오히려 도움이 됐습니다
저와 남편의 육아 방식은 꽤 다릅니다. 저는 친구 같은 부모가 되고 싶어하는 편입니다. 아이의 감정을 먼저 살피고, 강요보다는 설득으로 이끌려 합니다. 남편은 반대입니다. 아이들을 좀 더 엄하게 키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처음에는 남편이 아이를 나무라는 장면이 걱정됐습니다. 아이가 스트레스를 받고, 남편과의 관계가 나빠질까봐 중간에서 말리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본인 물건을 잘 챙기지 못하고 집안일에 저항하던 아이에게 남편이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본인이 할 일은 다 해야 한다고, 집에서 이런 것들을 배우지 않으면 나중에 독립적인 삶을 살 수 없다고. 처음엔 스트레스를 받고 힘들어하던 아이가, 시간이 지나자 자연스럽게 집안일을 돕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가족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에 기쁨을 느끼는 것 같았습니다.
그때 깨달았습니다. 아이를 위한다고 모든 걸 맞춰주는 것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것. 적정한 엄격함이 아이를 단단하게 만든다는 것. 영상에서도 친구 같은 부모가 되거나 모든 것을 아이에게 맞춰주다 보면 아이가 선을 넘는 행동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관계가 탄탄할 때 비로소 잔소리가 조언으로 들린다는 말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남편의 방식이 때로는 필요하다는 걸, 아이를 통해 확인했습니다. (출처: Journal of Child and Family Studies)
육아의 목표는 독립적인 인격체를 키우는 것입니다
어느 영상에서 육아의 궁극적인 목표는 아이를 독립적인 인격체로 키워내는 것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처음 들었을 때는 머리로는 이해했지만, 가슴으로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품 안에서 키운 아이가 떠난다는 것이 아쉽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 말이 맞다는 것을 점점 실감합니다.
만 9살인 첫째는 아침에 일어나 등교 준비를 모두 혼자 합니다. 숙제도 스스로 하고, 도와줄 일이 거의 없습니다. 준비물을 가끔 리마인드해줘야 할 때가 있지만, 그것도 점점 줄고 있습니다. 태권도 대회를 위해 2박 3일을 혼자 다녀온 것도 무리 없이 해냈습니다. 아직 9살이지만, 독립적인 면이 조금씩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호주에서 자라서인지, 첫째는 18살이 되면 스스로 독립하겠다고 말합니다. 호주에서는 성인이 되면 독립해야 한다는 인식이 자연스럽게 깔려있는 것 같습니다. 반면 한국은 많이 다릅니다. 성인이 되어서도 경제적으로, 정신적으로 부모에게 의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회구조적인 이유도 있겠지만, 육아의 목표가 독립적인 인격체를 키우는 것이라면, 성인이 되어서도 스스로 설 수 없는 아이는 어떤 의미에서 그 목표에 닿지 못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보면 아이에게 집안일을 시키고, 본인 물건을 스스로 챙기게 하고, 태권도 대회를 혼자 다녀오게 한 것들이 모두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독립적인 사람으로 자라게 하는 연습들이었습니다.
그릿(Grit)이란 장기적인 목표를 향해 열정과 끈기를 유지하는 능력을 말합니다. 심리학자 앤절라 더크워스의 연구에 따르면 그릿이 높은 아이들은 IQ나 재능보다 장기적인 성취에서 훨씬 높은 성과를 보입니다. 그릿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어릴 때부터 힘든 것을 끝까지 해내는 경험이 쌓이면서 길러집니다. 태권도 연습을 포기하지 않고, 트럼펫을 매일 불고, 집안일을 습관으로 만든 것들이 그 훈련이었습니다. (출처: Duckworth, A., Grit: The Power of Passion and Perseverance)
결국 공부 잘하는 아이보다 단단한 아이를 먼저 키워야 한다는 걸, 첫째를 보면서 배우고 있습니다. 끈기 있게 노력하고, 할 일을 스스로 챙기고, 언젠가는 독립적으로 자신의 삶을 꾸려나갈 수 있는 사람. 그게 제가 바라는 아이의 모습입니다. 아직 배우는 중이지만, 방향은 맞다고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