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초등 저학년 성적보다 중요한 것 — 태도·습관·호기심

by jamieseo1999 2026. 5. 29.

자기주도 학습하는 아이
자기주도 학습하는 아이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갑자기 성적이 신경 쓰이기 시작합니다. 리딩 레벨이 어디인지, 수학은 몇 점인지, 반에서 어느 수준인지.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저학년 때 성적보다 훨씬 중요한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 시기에 만들어진 것들이 이후 학습의 방향을 결정했습니다.

성적보다 학교를 좋아하는 마음이 먼저였습니다

준이가 1학년에 입학했을 때 가장 신경 쓴 것은 학교를 싫어하지 않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성적이 좋으면 좋겠지만, 그보다 학교 가는 것이 싫어지는 것이 더 무서웠습니다. 한번 학교가 싫어지면 이후 모든 학습이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준이는 다행히 학교를 좋아했습니다. 친구들이 좋고, 선생님이 좋고, 배우는 것이 재미있다고 했습니다. 그 마음을 유지하는 것이 저의 역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리딩 레벨이 또래보다 조금 늦어도, 수학 점수가 기대보다 낮아도 일단 학교를 좋아하는 한 괜찮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생각이 맞았다는 것을 시간이 지나면서 알았습니다. 학교를 좋아했던 준이는 스스로 책을 찾아 읽고, 모르는 것을 물어보고, 새로운 것에 도전했습니다. 리딩 레벨은 천천히 올라가다가 어느 순간 도약했습니다. 억지로 끌어올린 것이 아니라 스스로 준비됐을 때였습니다.

학습 동기(Learning Motivation) 연구에서는 초등 저학년 시기에 형성된 학습에 대한 감정적 태도가 이후 학업 성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합니다. 학습을 즐거운 것으로 경험한 아이들이 고학년이 됐을 때 더 높은 자기주도성과 성취도를 보입니다. 저학년 성적보다 학습에 대한 긍정적인 감정이 먼저인 이유입니다. (출처: Self-Determination Theory - Intrinsic Motivation)

호기심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습니다

준이의 공룡에 대한 관심이 처음 생겼을 때, 저는 그냥 두었습니다. 공룡 책을 사달라고 하면 사줬고, 공룡 다큐멘터리를 보고 싶다고 하면 같이 봤습니다. 공룡이 공부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그 호기심이 살아있는 동안 준이는 스스로 찾아보고, 스스로 읽고, 스스로 생각했습니다.

그 호기심이 나중에 수학 올림피아드 팀에 자원하고, 어려운 책을 스스로 찾아 읽고, 모르는 것을 끝까지 파고드는 태도로 이어졌다고 생각합니다. 공룡을 좋아했던 아이가 배우는 것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이 됐습니다.

반면 제가 실수했던 것도 있습니다. 한동안 리딩 레벨을 올리려고 레벨에 맞는 책을 억지로 읽히려 한 적이 있었습니다. 준이는 그 책에 흥미를 보이지 않았고, 읽기 자체가 의무처럼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준이가 좋아하는 공룡 책, 모험 이야기 책을 다시 고르게 했더니 자연스럽게 읽는 양이 늘었습니다. 레벨보다 흥미가 먼저였습니다.

호기심(Curiosity)은 학습의 가장 강력한 원동력입니다. 연구에 따르면 호기심이 높은 아이들은 새로운 정보를 더 빠르게 습득하고, 어려운 과제 앞에서 더 오래 버팁니다. 호기심은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유지하는 것입니다. 부모의 역할은 아이의 호기심을 꺾지 않는 것이 먼저입니다. (출처: APA - Curiosity and Learning)

저학년 때 만든 습관이 고학년을 결정합니다

저학년 때 가장 공을 들인 것은 매일 조금씩 하는 습관이었습니다. 구몬 학습지를 등교 전에 마치는 것, 잠자리 독서를 빠뜨리지 않는 것, 밥 먹고 나면 책상 앞에 앉아보는 것. 양이 많지 않아도 됐습니다. 매일 하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처음엔 준이가 많이 힘들어했습니다. 매일 아침 학습지를 해야 한다는 것이 부담이었습니다. 달래고 타이르며 버텼습니다. 1년이 지난 지금 준이는 말하지 않아도 아침에 학습지를 먼저 챙깁니다. 습관이 됐습니다. 그 습관이 수학 능력보다 더 중요한 자산이라고 생각합니다.

호주 학교에서는 저학년 때 성적보다 태도를 더 중요하게 봅니다. 성적표에도 이 아이가 얼마나 노력하는지, 수업에 얼마나 참여하는지, 친구들과 어떻게 지내는지가 먼저 나옵니다. 처음엔 그것이 너무 느슨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 방향이 맞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태도가 만들어지면 성적은 따라옵니다. 성적이 먼저 오면 태도가 흔들릴 수 있습니다. 저학년 때 만들어야 하는 것은 성적이 아니라 배움에 대한 태도였습니다.


소개 및 문의 · 개인정보처리방침 · 면책조항

© 2026 블로그 이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