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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이 아이를 망친다고? 제가 직접 겪어본 이야기

by jamieseo1999 2026. 4. 11.

칭찬하는 부모
칭찬하는 부모

엄마, 저 오늘 수학 다 맞았어요."
아이가 그 말을 꺼냈을 때, 저는 무심코 이렇게 답했습니다.
"우리 아들, 역시 천재네!"
그 순간 아이 얼굴이 환해졌는데, 저는 그게 좋은 반응인 줄만 알았습니다.

육아를 하다 보면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을 믿지 않는 부모가 없을 겁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아이가 뭔가를 해낼 때마다 "잘했어", "대단해", "역시 우리 아이"를 입에 달고 살았습니다. 칭찬이 자신감을 키워준다고 믿었고, 더 많이 해줄수록 좋은 부모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상한 일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조금만 어려운 문제가 나오면 아이가 "나 못해"를 먼저 뱉었습니다. 처음엔 자신감 부족인가 싶었는데, 패턴이 반복되면서 다른 가능성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혹시 내 칭찬 방식이 문제인 건 아닐까.

칭찬을 더 많이 해줬는데, 왜 더 움츠러들까

제 첫째 아이는 칭찬을 먹고 자란 아이입니다. 잘했다는 말을 들을 때면 눈이 빛났고, 다음에 더 잘하려고 노력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더 적극적으로 칭찬했습니다. 수학을 잘 풀면 "수학 천재네", 책을 읽으면 "독서왕", 그림을 그리면 "화가가 되겠다".

그런데 어느 날, 처음 보는 유형의 수학 문제 앞에서 아이가 멈췄습니다. 10초도 안 됐는데 연필을 내려놓으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건 너무 어려워. 난 못 풀어." 저는 그냥 조금 어려운 문제일 뿐이라고 했고, 함께 풀어보자고 했습니다. 그런데 아이는 고개를 저었습니다. "어차피 틀릴 것 같아서 하기 싫어."

그 말이 오래 머릿속에 걸렸습니다. 이 아이가 두려워하는 건 문제 자체가 아니었습니다. '틀리는 것'이 두려웠던 겁니다. 그리고 그 두려움은 제가 만든 것이었습니다.

고정 마인드셋(Fixed Mindset)이란 능력은 타고나는 것이며 노력으로는 크게 바뀌지 않는다고 믿는 사고방식입니다. 스탠퍼드대학교 심리학자 캐럴 드웩(Carol Dweck)의 연구에 따르면, "똑똑하다", "재능 있다"처럼 결과와 능력을 칭찬받은 아이는 실패를 자신의 능력 부족으로 해석하게 되고, 도전을 회피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반면 노력과 과정을 칭찬받은 아이는 실패를 성장의 기회로 받아들이는 성장 마인드셋(Growth Mindset)을 형성합니다. (출처: Mindset Works)

저는 아이에게 줄곧 "재능이 있다"고 말해왔습니다. 칭찬이라고 믿으면서요. 그런데 아이 입장에서 그 말은 이렇게 들렸을 수 있습니다. "나는 원래 잘하는 아이니까, 틀리면 이상한 거야." 제가 아이에게 자신감을 심어준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틀리면 안 된다는 보이지 않는 압박을 만들어준 셈이었습니다.

"잘했어"보다 어려운 말, "어떻게 했어?"

이 사실을 알고 나서 저는 칭찬 방식을 바꿔보기로 했습니다. 쉽지 않았습니다. 입에서 자동으로 나오는 "잘했어"를 붙잡고, 대신 다른 말을 찾아야 했으니까요. 솔직히 처음 며칠은 어색해서 아무 말도 못 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제가 시도한 건 결과 대신 과정을 물어보는 것이었습니다. "이 문제 어떻게 풀었어?" "어디서 막혔는데 어떻게 넘어갔어?" "이번엔 뭐가 달랐어?" 처음에 아이는 "그냥요"라고만 했습니다. 칭찬에 익숙했던 아이가 갑자기 설명을 요구받으니 당황한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2주쯤 지났을 무렵이었습니다. 아이가 틀린 문제를 들고 와서 "엄마, 여기 이렇게 생각했는데 왜 틀렸지?"라고 물었습니다. 전에는 틀린 문제를 숨기거나 넘어가려 했던 아이가, 틀린 부분을 직접 가져온 겁니다. 아주 작은 변화였지만 저는 그 순간이 지금도 기억납니다. 그때 아이 표정에 두려움이 아니라 궁금함이 있었거든요.

💡 과정 중심 칭찬, 이렇게 바꿔보세요

  • "잘했어" → "이번에 어떻게 풀었는지 설명해줄 수 있어?"
  • "천재네" → "그 부분에서 포기하지 않은 게 대단해"
  • "역시 우리 아이" → "틀렸는데도 다시 해봤구나, 그게 진짜야"
  • 틀렸을 때 → "어느 부분에서 다르게 생각한 건지 같이 볼까?"

그런데 솔직히, 과정 칭찬도 만능은 아닙니다

여기서 제가 조심스럽게 덧붙이고 싶은 게 있습니다. 요즘 육아 커뮤니티나 SNS를 보면 "결과 칭찬은 나쁘고 과정 칭찬이 정답"처럼 이야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렇게 받아들였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적용해보니, 과정 칭찬도 형식만 바뀌면 의미가 없더라고요.

아이가 숙제를 대충 끝냈는데 "오늘 열심히 했네"라고 하는 건 거짓 칭찬입니다. 아이는 느낍니다. 제대로 하지 않았는데 칭찬을 받으면, 오히려 부모가 나를 잘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칭찬의 신뢰성이 무너집니다. 실제로 둘째 아이에게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대충 그린 그림을 보면서 "이렇게 색칠하려고 노력했구나"라고 했더니, 아이가 딱 잘라 말하더군요. "엄마, 저 별로 노력 안 했는데요."

그 이후로 저는 칭찬보다 관찰에 집중하려고 노력합니다. 실제로 본 것을 말해주는 것, 느낀 것을 구체적으로 전달하는 것. "오늘 세 번 틀렸는데 지우고 다시 썼네" 처럼 사실을 짚어주는 것이 막연한 칭찬보다 훨씬 아이에게 닿는다는 걸 경험으로 알았습니다.

실패를 다루는 방식이 아이의 미래를 바꿉니다

저희 아이가 한 번은 반 대표로 나간 발표에서 완전히 말문이 막힌 적이 있었습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아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저도 처음엔 뭐라고 해야 할지 몰라서 그냥 있었습니다.

한참 뒤에 아이가 먼저 말을 꺼냈습니다. "엄마, 나 왜 그랬지." 저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모르겠어. 근데 그게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아." 아이가 고개를 들며 물었습니다. "왜?" 저는 말했습니다. "제일 창피했던 순간이 나중에 제일 웃긴 이야기가 되더라고. 엄마도 그런 거 많아."

그게 전부였습니다. 위로도 아니었고, 교훈도 아니었습니다. 그냥 같이 있어줬을 뿐인데, 다음 날 아이가 선생님께 다시 발표하겠다고 손을 들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저는 그 순간을 떠올리면 지금도 가슴이 먹먹합니다.

회복탄력성(Resilience)이란 어려움이나 실패를 경험한 뒤 다시 일어서는 심리적 힘을 말합니다. 이 능력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실패를 경험하고 그것을 안전하게 처리하는 과정에서 길러집니다. 부모가 실패를 대신 해결해주거나 위로만 반복하는 환경보다, 실패와 함께 '다음'을 생각하는 대화가 가능한 환경에서 더 잘 형성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출처: 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

저는 오랫동안 아이가 실패하지 않도록 미리 막아주는 게 좋은 부모라고 생각했습니다. 어려운 문제가 있으면 먼저 힌트를 주고, 갈등이 생기면 제가 중재했습니다. 그런데 그건 회복탄력성을 키우는 방식이 아니라 오히려 방해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아이가 실패를 경험하지 않으면, 실패에서 일어서는 법도 배우지 못합니다.

칭찬이 무기가 되려면, 먼저 신뢰가 있어야 합니다

결국 제가 이 모든 과정을 통해 깨달은 건 하나입니다. 칭찬의 방식보다 중요한 건 평소 아이와의 관계입니다. 아이가 부모의 말을 신뢰하는지, 실패해도 안전하다고 느끼는지, 부모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고 있다고 느끼는지. 이 신뢰가 바탕에 없으면 어떤 칭찬도 결국 공허해집니다.

저는 지금도 실수를 합니다. 피곤한 날엔 무심코 "또 틀렸어?"가 나오고, 급할 때는 아이 말을 끝까지 듣지 않기도 합니다. 완벽한 부모는 아닙니다. 그런데 그 사실을 아이에게 인정하기 시작했을 때, 신기하게도 아이가 저에게 더 많은 것을 이야기하게 됐습니다.

"엄마도 틀릴 때 있어?"라고 물어보던 아이에게, "응, 엄마도 많이 틀려. 근데 그래서 배우는 거야"라고 말했습니다. 그 이후로 아이는 틀린 답을 숨기지 않습니다. 작은 변화이지만, 저는 그게 우리가 조금 더 나아가고 있다는 신호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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