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이 쨍쨍한 날씨 좋은 날이면, 아이들은 정원에 나가서 들어올 줄 몰라요. 크지 않은 정원이지만, 아이에게도 엄마에게도 휴식이 되는 선물 같은 시간이죠.
정원이 만든 행사들 — 생일, 부활절
호주는 시내에 살지 않으면 대부분 단독주택에 살아요. 서울에 살면서 어린 시절 소원이 단독주택에 사는 것이었는데, 호주의 집들은 모두 정원이 있죠. 정말 행운 같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한여름 더운 날, 방학 때면 저는 종종 아이들이 물놀이할 수 있게 튜브 수영장과 워터 슬라이드를 준비해 줘요. 그럼 오후 2~3시간은 신나게 놀죠. 더 신나라고 간단한 간식, 그리고 빠질 수 없는 아이스크림도 가져다줘요. 몇 달 뒤에 나올 물세가 걱정되긴 하지만, 즐겁게 노는 아이들을 보면 아깝다는 생각은 1도 들지 않아요.
부활절이 되면 정원 이곳저곳에 초콜릿 달걀들을 숨겨둬요. 에그 헌팅 시간이죠! 토끼 발자국과 귀여운 표지판들을 붙여 두면 아이들에게 힌트가 되죠. 처음 에그 헌팅을 저희 집에서 하고 나서, 다음 해부터는 시댁의 몇 배는 더 큰 정원에서 에그 헌팅을 시작했어요.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을 보고 시어머니도 해 주고 싶으셨나 봐요.
전에 살던 집에는 야외 테라스가 있었죠. 그래서 한여름인 첫째의 생일이 되면 친척들을 초대해 야외 테라스에서 바비큐를 열기도 했어요. 그럼 아이들은 정원에서 물놀이를 하고, 어른들은 야외용 소파에 앉아 대화를 하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죠.
지금 살고 있는 집은 야외 테라스가 없지만, 휴대용 그늘막을 사서 설치해 두고 돗자리를 깔고 앉아 있기도 하고, 물놀이하는 동안 그 위에 두기도 해요. 아이들이 너무 덥지 않게요.
크지 않은 정원이지만 정말 많은 추억이 쌓이는 장소예요.
정원 식물, 잘되는 것과 안되는 것
저희 집 정원에는 꽃이나 다른 식물들이 많이 없어요. 저와 남편 모두 풀타임으로 일을 하고 있어서 정원을 가꿀 시간이 많이 없거든요.
그래도 지난해에는 꽃씨를 사서 아이들과 앞마당 화단, 그리고 뒷마당에 심었어요. 한동안 아이들이 매번 정원에 나가 싹이 나는지, 잘 자라는지 몇 번씩 확인했죠. 해가 쨍쨍한 날이면 작은 물병에 물을 담아 물을 주기도 하고요. "돌보는 것"을 배우는 좋은 계기였던 것 같아요. 텃밭까지는 아직 엄두를 못 냈지만, 언젠가 아이들과 작게라도 채소를 길러 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어요.
꽃이 피었을 때는 아이들이 너무너무 좋아했죠. 특히 딸인 둘째는 너무 행복해했어요. 꽃이 너무 예쁘다며 꺾고 싶어 하는 것을, 꽃이 아프다고 설명해 주며 몇 번이나 말려야 했죠.
호주 사람들 중에는 정원 가꾸기를 좋아하는 분들이 많아요. 아이들 친구 집에 놀러 가 보면 여러 가지 식물들을 심어 놓고 가꾸는 것을 많이 볼 수 있죠. 작은 농장 같아요. 아이들에게는 자연을 배울 수 있는 정말 좋은 일 같아요. 남편과 저도 시간이 많다면 좋겠지만 그렇게 해 줄 수 없어 아쉬울 때도 있죠.
작년에 산 레몬 나무는 잘 가꾸지 못해서 시들시들하고, 아직 열매를 맺지 못했어요. 아이들이 볼 때마다 아쉬워하죠.
3주에 한 번 잔디 깎기, 손님은 몰랐던 수고
한국에서 가족들이 호주에 놀러왔을 때 가장 좋아했던 것이 야외 테라스와 뒷마당이었어요. 아이들에게 너무 좋은 환경이잖아요.
하지만 정원을 가꾸는 데 시간이 많이 필요하죠. 저희 집은 잔디만 있는 간단한 마당이어도 비 오고 해가 며칠 쨍쨍하면 잔디가 무섭게 자라서 2~3주에 한 번씩은 잔디도 깎고 잡초도 뽑아 주어야 해요.
요즘 이곳에서 짓는 새로운 집들은 마당이 없는 집들도 꽤 있어요. 거주 공간이 커서 좋겠지만, 그래도 저는 조그맣게라도 정원이 있는 집이 좋아요. 아이들이 언제든 나가서 안전하게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잖아요. 요즘같이 덥지 않고 해가 좋은 날이면 뒷마당에 돗자리를 깔고 누워만 있어도 좋은 휴식이 돼요. 정원이 주는 선물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