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에 사는 조카들과 호주에서 자라는 준이와 지안이가 노는 방식을 비교해본 적이 있습니다. 같은 아이들인데 놀이 방식이 꽤 달랐습니다. 어떻게 노느냐가 아이가 자라는 환경을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호주 아이들은 밖에서 많이 놉니다
호주에서 주말이면 공원에 가족들이 가득합니다. 아이들이 뛰어다니고, 나무에 오르고, 잔디밭에 뒹굴고, 개울에 발을 담급니다. 부모들은 벤치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지켜봅니다. 특별한 프로그램이 없어도 아이들이 스스로 놀거리를 만들어냅니다.
준이가 공원에서 노는 것을 보면 모래를 파거나, 나뭇가지를 모으거나, 개미집을 관찰하거나, 친구들과 규칙을 만들어가며 게임을 합니다. 어른이 개입하지 않아도 두 시간이 금방 지납니다. 그 비구조화된 놀이가 준이에게 창의성과 문제 해결 능력을 키워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에 갔을 때 조카들의 방과 후 일정을 보면 달랐습니다. 학원, 태권도, 피아노, 영어. 학교가 끝나면 바로 다음 일정으로 이어졌습니다. 자유롭게 밖에서 노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적었습니다. 아이들이 바빴습니다. 그 바쁨이 나쁜 것은 아닙니다. 그 안에서 배우는 것들이 있으니까요. 다만 비구조화된 놀이가 주는 것들을 얻을 기회가 줄어드는 것이 아쉬웠습니다.
비구조화 놀이(Unstructured Play) 연구에서는 어른의 지도 없이 아이가 스스로 주도하는 놀이가 창의성, 자기조절 능력, 사회성 발달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특히 야외에서의 자유로운 놀이는 아이의 집중력, 스트레스 조절, 신체 발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출처: Play Australia - Value of Unstructured Play)
놀이를 통해 배우는 방식이 달랐습니다
준이가 친구들과 노는 방식을 보면 규칙을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 인상적입니다. 공원에서 술래잡기를 할 때도, 레고를 만들 때도, 규칙을 처음부터 정하고 시작합니다. 의견이 다르면 토론합니다. 때로는 싸우기도 하지만, 대부분 합의점을 찾습니다. 어른이 개입하지 않아도 그 과정이 이루어집니다.
그 경험이 협상 능력, 의사소통 능력, 갈등 해결 능력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합니다. 학교에서 배우는 것이 아니라 놀면서 배우는 것들입니다. 준이가 학교에서 친구와 다툼이 생겼을 때 스스로 해결하려는 모습을 보면, 그 능력이 놀이에서 온 것 같습니다.
지안이는 아직 혼자 놀기를 좋아합니다. 인형을 가지고 혼자 이야기를 만들어가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블록을 쌓습니다. 그 혼자 노는 시간이 지안이에게 상상력을 키워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도 방향을 정해주지 않는 그 시간에 지안이가 가장 창의적인 모습을 보입니다.
상상 놀이(Imaginative Play)는 아이의 언어 발달, 창의성, 공감 능력 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혼자 혹은 또래와 함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놀이가 아이의 인지 발달과 사회 정서 발달을 동시에 자극합니다. 장난감이 많지 않아도, 아이에게 자유로운 시간이 있으면 상상 놀이가 자연스럽게 일어납니다. (출처: Zero to Three - Importance of Play)
놀이 방식의 차이가 만드는 것들
한국과 호주의 놀이 방식 차이가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어느 쪽이 더 옳다고 말하기도 어렵습니다. 다만 준이와 지안이를 키우면서 느끼는 것은, 비구조화된 놀이 시간이 충분히 있을 때 아이들이 더 창의적이고 더 주도적이라는 것입니다.
바쁜 일정 속에서도 아이들이 그냥 노는 시간을 남겨두려고 합니다. 태권도, 수영, 발레 사이에 아무것도 없는 오후를 의도적으로 만들어두는 것입니다. 그 시간에 아이들이 무엇을 하는지 보면, 레고를 꺼내거나, 공원에 나가거나, 그림을 그립니다. 스스로 채웁니다.
놀이가 사치가 아니라 필수라는 것을 호주에서 살면서 배웠습니다. 아이에게 가장 좋은 교육 중 하나가 실컷 뛰어놀게 하는 것이라는 것을요. 그 단순한 진실을 잊지 않으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