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치만 먹지 말고 밥이랑 같이 먹어야지~ 너무 짜~" 얼마 전부터 멸치볶음을 해달라던 둘째가, 밥은 제쳐두고 멸치만 집어 먹어 잔소리를 하게 됩니다.
한국 밥상 첫날, 먹을 게 많다고 좋아했다
저희 집은 밑반찬을 따로 하지 않아요. 제가 요리에 소질도 없고, 호주인인 남편은 반찬 문화를 잘 모르거든요. 간단하게 그날그날 고기·생선 요리 1개, 채소 요리 1개, 그리고 국, 이렇게 해서 먹죠.
한국에 여행 가서 할머니의 밥상을 받는 아이들은 신나 해요. 안 그래도 손자들 온다고 밑반찬을 잔뜩 만들어 놓은 엄마가 음식들을 차려 놓으면 아이들의 눈이 휘둥그레지죠. "이건 뭐예요?" 질문이 끊이지 않아요. 아이들은 음식 가짓수가 많으니 골라 먹는 재미에 더 신이 나 해요.
멸치볶음, 잔소리해도 계속 집어 먹었다
매년 한국 여행을 다녀오면 아이들이 좋아하는 한국 음식이 한 가지씩 생겨요. '멸치볶음'은 둘째의 최애 반찬이 됐죠. 작년에 3주 동안 한국에 있는 동안, 둘째가 매일 멸치볶음을 찾아서 엄마가 멸치볶음이 떨어지지 않게 몇 번씩 만드셨어요. 저는 밥은 안 먹고 멸치만 먹는 둘째에게 밥이랑 같이 먹으라고 잔소리를 하기도 했죠.
밑반찬을 할 줄 모르는 저는, 한국에 있을 때 멸치볶음을 어떻게 만드는지 배워 왔어요. 요즘 유튜브에 쿠킹 영상들이 많이 올라오지만, 엄마가 가르쳐 주는 레시피가 간단하면서 아이들이 더 좋아할 때가 많거든요.
제가 사는 호주 애들레이드에서 잔멸치를 구하기 어려울 때도 있고 해서, 한국 슈퍼마켓에서 눈에 띄면 바로 집어 와요. 둘째가 먹고 싶다고 할 때 바로 만들어 줄 수 있게요.
매운 것을 잘 못 먹는 첫째를 위해 엄마가 오이지를 만들어 주셨는데, 이건 첫째의 최애 반찬이 됐죠. 정말 간단한데 첫째가 너무너무 좋아해요. 요즘은 도시락에 김과 오이지, 그리고 밥을 싸 달라고 할 때가 있어요.
같이 만든 날, 더 많이 먹는다
버터 계란 볶음밥은 저희 아이들 둘 다 좋아해요. 아침에 가끔씩 해주면 밥맛없어 하던 아이들이 두 그릇씩 먹고 가기도 하죠.
둘째는 계란 볶음밥을 함께 만들자고 할 때도 있어요. 고사리 같은 손으로 계란을 깨고, 버터를 넣고, 밥과 계란을 볶고, 그 모든 것들이 아이에게는 재밌기만 한가 봐요. 그렇게 같이 만든 날은 평소보다 맛있게 더 많이 먹죠.

자기가 만든 계란볶음밥을 먹으며 얼마나 좋아하는지 몰라요. 자기가 만들었다고 씨익 웃는 모습이 참 귀엽죠.
한국에 다녀올 때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한국 음식이 늘어나요. 호주에서 나고 자란 아이들이 엄마 나라의 음식을 이렇게 좋아해 주니, 제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이 아이들에게도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것 같아 마음이 뭉클해요. 밥 한 숟가락, 반찬 한 가지가 아이들에게는 엄마의 나라를 기억하는 작은 조각이 되어주길 바래요,
평소에 요리에 관심이 없던 저는 아이들이 한국 음식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도록 요즘은 이것저것 만들어 주려고 노력해요. 그렇게 어렵지 않은 거면 아이들과 함께 만드는 시간도 가져요. 계란볶음밥처럼요. 엄마의 나라 음식을 배우고,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으니 일석이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