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o가 아픕니다. 데리러 오실 수 있나요?" 육아 휴가를 마치고 일을 시작한 후 반년 정도는, 일주일에 한두 번씩은 기본적으로 어린이집에서 연락을 받았어요. 아이가 아프거나 일이 생기면 항상 제게 먼저 연락이 왔죠. 맞벌이로 일하고 있지만, 아이 픽업은 주로 제 몫이에요.
육아 연락, 항상 내 폰이 먼저 울린다
지금은 남편과 함께 일하고 있지만, 서로 다른 직장에서 일할 때도 학교나 어린이집에서 일이 생기면 항상 제게 먼저 연락이 왔어요.
남편은 10~20분 단위로 환자를 봐야 해서 전화 연락을 받기 쉽지 않고, 연락을 받더라도 스케줄 조정이 어렵죠. 그래서 주로 제가 연락을 받고, 일찍 픽업해야 하면 그건 항상 제 몫이었어요. 맞벌이로 일하면서 왜 항상 내가 해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들지만, '엄마'라서가 아니라 업무 환경에 따라 자연스럽게 역할이 나뉘게 된 것 같아요. 아이들 친구들을 보면, 엄마의 스케줄 조정이 어려운 직업인 경우 아빠들이 아이들 케어를 주로 담당하기도 하더라고요.
그래도 학교 관련 복잡한 커뮤니케이션이나 서류를 작성해야 하는 것은 남편이 해줘요. 아무래도 영어가 제2외국어인 제 역량으로는 역부족일 때도 있고, 아이들 관련 일인데 혹시나 실수할까 봐 걱정이 되기도 하거든요.
아침 루틴에도 각자 맡은 역할이 있어요. 저는 일어나자마자 아이들과 남편 도시락을 싸죠. 저녁 식사 준비도 미리 해요. 출근하고 돌아오면 식사 준비할 시간이 부족하거든요. 그럼 남편은 아이들 아침 준비와 등교 준비, 그리고 아침에 마쳐야 하는 숙제들을 시켜주죠.
출퇴근길은 길어도, 첫째 책·둘째 노래는 다 알더라
남편은 출근 시간이 이르고 퇴근 시간은 늦어서, 평일엔 아이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1~2시간 정도 되죠. 토요일 오전에도 근무를 해서,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이 저보다 절대적으로 적은 편이에요.
그래서 아이들에 대해 잘 모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었는데, 남편이 학교 관련 서류를 작성하는 것을 보고 생각이 바뀌었어요. 어린이집과 학교를 시작하기 전에 아이들의 흥미와 소질에 대해 작성하는 게 있는데, 아이들의 소소한 것까지 잘 알고 있더라고요. 아이들이 좋아하는 책은 무엇인지, 즐겨 부르는 노래는 무엇인지까지요.
주말에 시간이 나면 가능한 모든 시간을 아이들과 함께 하려고 애쓰는 편이기도 해요. 첫째인 아들과는 농구, 축구, 테니스 등 스포츠를 하고, 둘째와는 책을 읽어주고 역할 놀이도 해주죠. 피곤할 법도 한데 그런 모습을 보면 많이 고마워요.
아이들과 함께하는 절대적인 시간량은 적지만, 아이들의 소소한 면도 알고 함께하려 노력하는 모습에 남편에게 불평하지 않으려고 해요. 자신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게 느껴지니까요.
일정은 내 몫, 서너 번은 말해야 움직인다
그래도 가끔 남편이 더 신경 써줬으면 할 때도 있어요. 아이들의 세세한 일정은 제가 챙겨야 하는데, 남편에게 말해줘도 백이면 백 잊어버리고 다시 말해줘야 하거든요.
아이들의 방과 후 일정도 제가 다 케어해요. 태권도, 피아노 학원, 수영 등 무슨 요일 몇 시에 가는지 근무 일정을 조정하면서 아이들을 데리고 가야 하죠. 남편은 퇴근하고 돌아오면 아이들이 모두 집에 있으니 그런 건 잘 몰라요.
아이들의 방학 일정이나 생일 파티에 가야 하는 것도 마찬가지예요. 주말에 일정이 생기면 남편이 함께 가주기도 하는데, 서너 번은 기본적으로 상기시켜줘야 하거든요. 그렇지 않으면 일정을 잊어버리기 일쑤예요.
짜증이 날 때도 있지만, 싸우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워낙 바빠서 그러겠거니 하고 이해하려 하고, 엄마인 내가 해야지 하는 마음이 있어요.
호주는 서구 사회라 맞벌이 부부들이 반반씩 나눠 맡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아요. 다들 유동적으로 자신의 상황에 맞게 조절해야 하죠. 저희 가족도 그렇게 각자의 역할을 맡아 최선을 다해서 아이들을 케어하려고 노력해요. 완벽하게 반반은 아니어도, 각자 잘할 수 있는 부분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걸 알기에 지금의 역할 분담에 대체로 만족하며 지내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