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호주에서 아이를 키우며 포기한 것 (커리어, 개인시간, 워킹맘 솔직한 고백)

by jamieseo1999 2026. 8. 12.

꿈이 있었습니다. 더 많은 연봉을 받고, 멋진 커리어 우먼이 되는 것. 호주에 처음 왔을 때 이민자라는 조건을 딛고 더 좋은 직장으로 올라가기 위해 남들이 퇴근할 때도 자원해서 남았고, 아무도 하기 싫어하는 프로젝트도 맡았습니다. 그 꿈이 어느 순간부터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바뀌었습니다. 지금은 학교에서 전화가 오면 부랴부랴 달려가는 워킹맘이 됐습니다. 슬프지 않냐고요? 솔직히 말하면, 아쉽지 않습니다.

3개월 된 아기를 두고 정규직을 선택했습니다

첫째를 임신하기 전에 원하던 직장에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정규직 전환 가능성이 있었지만, 출산 휴가를 1년 대신 3개월만 쓰고 복직하면 고려해주겠다는 조건이었습니다. 아이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었지만, 그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습니다. 결국 3개월 된 아기를 두고 정규직을 시작했습니다.

 

너무 어린 아기라 어린이집에 보내는 것이 불안해서 시이모님이 함께 거주하시며 돌봐주셨습니다. 덕분에 아이의 안전은 걱정하지 않아도 됐습니다. 그런데 하루 종일 TV 앞에만 앉아 계신다는 것이 답답했습니다. 아기 때는 눈에 보이는 것, 손에 잡히는 것, 주변의 모든 것이 배울 거리인데. 엄마로서 속상했지만 직접 돌봐줄 수 없는 처지에서 할 수 있는 말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9개월이 되면서 커뮤니티 어린이집에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선생님들이 경험 많고 따뜻하셔서 마음 놓고 보낼 수 있었습니다. 지금 돌아봐도 그 어린이집 선택은 정말 잘한 것이었습니다. 첫째와 둘째 모두 같은 어린이집에 다녔는데, 보내면서 걱정됐던 적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다시 그 선택의 순간으로 돌아간다면 같은 결정을 할 것 같습니다. 정규직 기회는 쉽게 오지 않고, 그 직장 조건은 정말 좋았으니까요. 다만 시이모님 대신 바로 어린이집에 보냈을 것 같습니다.

 

호주의 평균 출산 휴가 기간은 주정부와 고용 형태에 따라 다르지만, 연방 정부가 보장하는 Paid Parental Leave는 최대 20주입니다. 2024년부터 단계적으로 26주까지 확대될 예정이며, 민간 기업의 경우 추가 유급 휴가를 제공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1년 육아 휴직이 일반적인 한국 기준과 비교하면 짧은 편이지만, 고용 보장 측면에서는 호주 Fair Work Act가 복직을 법적으로 보호합니다. (출처: Services Australia - Parental Leave Pay, 2024)

커리어보다 아이에게 할애할 시간을 선택했습니다

정규직으로 복직한 뒤 모든 초점이 아이에게로 옮겨졌습니다. 출근 전에 아이가 하루 종일 먹을 음식과 간식을 챙겨두고, 집에 돌아오면 무엇보다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을 먼저 챙겼습니다. 승진과 연봉보다 중요한 것이 생긴 것이었습니다.

 

풀타임으로 일하던 직장도 파트타임 자리가 날 때마다 이동했습니다. 근무 일수를 주 3일로 줄였습니다. 커리어 성장보다 아이와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목적이었습니다. 처음엔 그 선택이 커리어를 포기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남들이 앞서나가는 것을 보면서 뒤처지는 느낌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포기한 것은 연봉과 직함이었지만, 내가 얻은 것은 아이들과 함께한 시간이었습니다. 그 시간은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지금 선택이 맞다는 확신이 있습니다.

 

워킹맘의 직업 만족도와 자녀 관계의 질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근무 시간의 절대적 길이보다 퇴근 후 자녀와 함께하는 시간의 질이 아이의 정서적 안정과 더 높은 상관관계를 보입니다. 파트타임 근무를 선택한 부모들이 풀타임 근무 부모보다 자녀와의 관계 만족도에서 높은 점수를 보고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출처: Australian Institute of Family Studies, 2023)

개인 시간도, 부부 시간도 없지만 아쉽지 않습니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일하는 시간 외에는 모두 아이들의 루틴에 맞춰 제 시간을 씁니다. 개인 시간도, 부부만의 시간도 가질 여유가 별로 없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지치는 날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쉽지 않습니다. 지금이 아이들에게 부모가 가장 필요한 시간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꿈이 바뀌었습니다. 더 많은 연봉을 받고 싶다는 생각보다, 아이들과 더 많은 추억을 쌓고 싶다는 생각이 더 많이 듭니다. 멋진 커리어 우먼을 꿈꾸던 사람이, 학교에서 전화가 오면 부랴부랴 달려가는 워킹맘이 됐습니다. 그게 슬프냐고요? 아닙니다.

퇴근후 아이들과 보드게임 하던 날
퇴근후 아이들과 보드게임 하던 날

 

저를 엄마로 둔 아이들이 제 사랑으로, 제가 어릴 때 그랬던 것처럼 많은 꿈을 꾸며 행복하게 자라줬으면 합니다. 그게 지금 제가 원하는 전부입니다. 포기한 것이 있지만, 포기하지 않은 것이 더 많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호주에서 출산 후 빨리 복직해도 어린이집 적응에 문제가 없을까요?
아이마다 다릅니다. 다만 경험 있는 선생님들이 있는 커뮤니티 어린이집은 생각보다 훨씬 세심하게 아이를 돌봐줍니다. 어린이집 방문과 면담을 통해 선생님들의 성향과 환경을 먼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파트타임으로 일하면 커리어에 타격이 크지 않나요?
단기적으로는 연봉과 승진 속도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호주는 파트타임 근무자에 대한 차별이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고, 많은 직장이 유연근무를 지원합니다. 커리어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속도를 조절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육아와 일을 병행하면서 번아웃이 올 때 어떻게 하나요?
작은 개인 시간부터 만들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이가 잠든 후 30분, 점심시간 혼자 걷기처럼 아주 작은 시간도 충분히 회복에 도움이 됩니다. 혼자 다 감당하려 하지 말고 파트너와 역할을 나누는 것도 꼭 필요합니다.


소개 및 문의 · 개인정보처리방침 · 면책조항

© 2026 블로그 이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