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소비 습관, 쇼핑센터를 끊은 이유
첫째가 아기 때, 아이와 둘이 있는 날이면 유모차를 끌고 근처 쇼핑센터로 산책을 나갔습니다. 마트의 장난감 코너를 지나면 아이는 다 갖고 싶어했어요. 비싸지 않은 작은 장난감들이었지만, 그걸 받아 들고 신나서 방긋 웃는 아기를 보는 재미에 아이가 갖고 싶어하면 다 사주었습니다. 이게 나쁜 습관으로 자라날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쌓여가는 장난감을 보며 남편이 과소비라고 뭐라 하기에 애가 좋아한다고 대꾸는 했지만, 사실 저도 같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늘 사주던 걸 안 된다고 하니, 아이가 떼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아이가 좋아한다고 사주기만 했던 제 잘못도 있기에 아이를 나무랄 수는 없었고, 대신 쇼핑센터로 가는 걸 그만두었습니다.
과소비는 안 된다, 계획적인 소비를 해야 한다고 가르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아직 세 살 어린 아이가 이해하기는 어려우니, 이렇게 소비 습관부터 고쳐주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네 살 아이가 "겨우 20달러"라고 했어요
둘째가 광고 전단지에 실린 장난감을 가리키며 사달라고 졸랐어요. 그래서 제가 "너무 비싸서 안 돼"라고 하니, 얼마냐고 묻기에 20달러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둘째의 대답에 조금 놀랐어요. "겨우 20달러밖에 안 하잖아!!" 라며 떼를 썼어요.
돈의 가치를 알기엔 아직 어린 나이지만, 그래도 아이가 이해하기 쉽게 알려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첫째 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나쁜 습관과 잘못된 개념이 자리잡기 전에요. 그래서 "20달러면 우리 가족이 먹을 수 있는 저녁 거리를 살 수 있어"라고 설명해주었어요. 그랬더니 아이가 20달러로 또 뭘 할 수 있느냐고 물었어요. 그래서 20달러로 살 수 있는 것들을 하나하나 알려주었죠. 돈의 가치를 백 퍼센트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같은 가치로 더 의미 있는 다른 일들을 할 수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어요.
100달러를 주고 혼자 보냈더니, 매점에 90달러를 쓰다
첫째가 시드니에서 열리는 태권도 대회에 나가게 됐어요. 비행기와 숙소는 사범님께 미리 드렸지만, 혹시 나가서 음식을 먹게 되면 각자 부담해야 하기에 아이에게 100달러가 든 프리페이드 카드를 주었어요. 꼭 필요한 것에만 쓰라고 일러두었죠. 혹시 몰라 현금 50달러도 같이 줬어요.
대회에 같이 참석한 다른 부모님이 문자를 보내주셨어요. 아이가 쉬는 시간만 되면 매점에 간다고요. 매점을 아예 인수할 기세라고, 귀엽다며 문자를 주셨지만 저는 '이 녀석이 무계획적으로 돈을 쓰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직 아홉 살인 아이가 알아서 잘 계획해서 쓰리라 기대한 제 잘못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아이가 돌아왔을 때, 다음번엔 소비한 물건의 목록과 가격을 적어오는 게 좋겠다고 이야기해주었어요. 3주 뒤에 빅토리아에서 열리는 대회에 다시 참석하는데, 그때는 아이가 좀 더 다른 형태의 소비를 하고 돌아오길 기대해봅니다.
16살이 되면 일하고 싶다는 아이
이제 만 9살인 첫째가 몇 살부터 직업을 가질 수 있냐고 물었어요. 그래서 16살부터 할 수 있다고 했더니, 바로 일을 하겠다고 하더라고요. 호주에서는 흔한 일이에요. 16살이 되면 학교에 다니면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들이 많아요. 공부에 집중해야 한다는 한국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예요. 직업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은 자신이 경험하고 싶은 분야에서 'Apprenticeship'이라는 직업 체험을 할 수 있어요. 또 공부를 하며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들은 맥도날드 같은 곳에서 일을 하죠. 최저 시급을 엄격하게 지켜야 하는 호주라서 학생들이 좀 더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직업 체험을 하며 경험도 쌓고 경제 관념도 쌓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기에, 저는 아이를 말리지는 않을 생각이에요. 3주 뒤에 태권도 대회에 나가는 아이에게, 꼭 소비 항목에 대해서 적어오라고 할 예정입니다. 아이가 자라면서 바른 소비 습관과 경제 개념을 배워갈 수 있도록 계속 도와줄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