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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에서 혼자 육아하며 가장 힘들었던 순간 — 고립·버팀·연결

by jamieseo1999 2026. 6. 12.

혼자 육아하면 힘든 점
혼자 육아하면 힘든 점

이민자로 살면서 육아를 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경험해보지 않으면 알기 어렵습니다. 친정도 시댁도 없는 나라에서 두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몸이 지치는 것이 아니라 혼자라는 느낌이었습니다. 그 시간들을 어떻게 버텼는지, 솔직하게 이야기합니다.

아이가 아팠을 때 가장 고립감이 컸습니다

지안이가 두 살이었을 때였습니다. 갑자기 밤에 열이 39도까지 올랐습니다. 준이도 옆에 있었고, 남편은 야근 중이었습니다. 해열제를 먹였지만 열이 쉽게 내리지 않았습니다. 혼자 두 아이를 데리고 응급실에 가야 하나, 조금 더 기다려야 하나. 그 순간 옆에 엄마가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었습니다.

한국이었다면 전화 한 통이면 달려와줄 사람이 있었을 겁니다. 호주에서는 그게 없었습니다. 새벽에 친정 엄마에게 전화했습니다. 시간대가 달라서 한국은 낮이었습니다. 엄마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 조금 진정이 됐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야기를 나누면서, 혼자가 아니라는 느낌을 찾았습니다. 다행히 지안이는 다음 날 아침 열이 내렸습니다.

그날 이후로 비슷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몇 가지를 만들었습니다. 믿을 수 있는 이웃 한 명을 만들어두는 것, 응급 상황에서 연락할 수 있는 사람을 미리 정해두는 것. 호주 사람이든 한국 사람이든, 옆에 사람이 있다는 것이 이민자 육아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그날 실감했습니다.

이민자 부모들의 고립감은 일반 부모들보다 높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습니다. 모국의 사회적 지원 네트워크가 없는 상태에서 낯선 환경에서 육아를 해야 하는 것이 심리적 부담을 높입니다. 특히 응급 상황이나 아이가 아플 때 도움을 요청할 곳이 없다는 것이 이민자 부모들이 공통적으로 꼽는 가장 힘든 점입니다. (출처: Multicultural Australia - Parenting Support)

결정을 혼자 해야 했던 것이 지쳤습니다

이민자로 살면서 크고 작은 결정을 혼자 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준이를 어느 학교에 보낼지, 어떤 과외 활동을 시킬지, 학교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떻게 대응할지. 한국이었다면 주변에 비슷한 상황의 부모들이 있고, 선배 엄마들의 경험을 들을 수 있었을 겁니다. 호주에서는 그 정보망 자체가 없었습니다.

처음 학교를 선택할 때 인터넷 검색과 학교 견학만으로 결정해야 했습니다. 주변에 물어볼 사람이 없었습니다. 남편은 이 나라에서 자랐지만, 어린 자녀를 키우는 학부모 입장에서의 정보는 저와 마찬가지로 없었습니다. 결국 학교를 직접 방문하고 교장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며 느낌으로 결정했습니다. 그 결정이 맞았다고 지금은 생각하지만, 그 과정이 외롭고 막막했습니다.

그 고립감을 해소하는 데 가장 도움이 됐던 것은 한인 커뮤니티였습니다. 비슷한 상황의 한국 엄마들이 모이는 온라인 그룹을 찾았고, 거기서 학교 정보도 얻고, 아이를 키우면서 느끼는 감정도 나눌 수 있었습니다. 모국어로 육아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위안인지, 그 그룹에 들어가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해외 거주 한인 부모들이 경험하는 정보 부족과 사회적 지원 부재는 육아 스트레스를 높이는 주요 요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같은 언어와 문화를 공유하는 커뮤니티와의 연결이 이민자 부모들의 심리적 안녕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친다고 합니다. 한인 커뮤니티가 단순한 정보 교환을 넘어 정서적 지지의 역할을 한다는 것을 직접 경험했습니다. (출처: Australian Institute of Family Studies - Migrant Families)

버틸 수 있었던 이유들

힘들었던 것이 사실이지만, 버틸 수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가장 큰 힘은 남편이었습니다. 남편이 호주 사람이라서 이 나라의 시스템을 잘 알고, 제가 모르는 것들을 채워줬습니다. 병원 예약하는 방법, 학교 시스템, 동네 자원을 찾는 방법. 제가 혼자였다면 훨씬 더 힘들었을 겁니다. 두 사람이 서로 다른 것을 채워주면서 버텼습니다.

그리고 호주의 육아 지원 시스템이 생각보다 잘 갖춰져 있었습니다. 어린이집 보조금, 의료비 지원, 공립 도서관의 무료 프로그램들. 한국에서 상상하던 것보다 아이를 키우는 데 드는 비용 부담이 적었고, 공공 자원이 많았습니다. 그것들을 알아가면서 혼자라는 느낌이 조금씩 줄었습니다.

한국에 있는 가족과의 영상통화도 큰 역할을 했습니다. 준이와 지안이가 외할머니 얼굴을 자주 보고, 외할머니도 아이들이 자라는 것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었습니다. 물리적으로는 멀지만, 관계는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그 연결이 저에게도, 아이들에게도 뿌리가 됐습니다.

호주에서 두 아이를 키우는 것이 어떤 날은 여전히 외롭습니다. 아이가 아프거나 힘든 결정을 해야 할 때, 옆에 가족이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올라옵니다. 그런데 그 외로움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웠습니다. 연결할 수 있는 사람들을 찾고, 도움을 요청하고, 혼자 다 해야 한다는 생각을 내려놓는 것. 이민자 육아에서 배운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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