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indy 첫날, 아이가 울 것인지 씩씩하게 들어갈 것인지 전날 밤부터 걱정이 됩니다. 그런데 막상 두 아이를 보내보니 같은 부모 아래에서도 첫날 풍경이 완전히 달랐습니다. 첫째는 저를 남겨두고 자신만만하게 들어갔고, 둘째는 두 텀 내내 매일 아침 울며 떨어지지 않으려 했습니다. 그 두 가지 적응기와 호주 Kindy 문화에서 느낀 것들을 솔직하게 이야기합니다.
첫째는 엄마를 두고 먼저 들어갔습니다
첫째 Kindy 첫날, 걱정은 저 혼자 했습니다. 남편과 함께 시간을 내어 등원했고, 사진도 같이 찍었습니다. 그런데 외향적인 첫째는 웃으며 인사하고는 바로 뒤돌아 Kindy 안으로 들어가버렸습니다. 아이가 자신만만하게 들어가는 모습이 대견하면서도, 동시에 조금 더 아기였으면 하는 서운함도 느꼇습니다. 그때 느꼈던 복잡한 감정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그날 제가 더 당황했던 것은 따로 있었습니다. 어린이집에서는 간식과 점심을 모두 제공해줬는데, Kindy는 달랐습니다. 과일, 간식, 점심까지 모두 도시락으로 싸줘야 했습니다. 호주 부모들은 무엇을 싸주는지 인터넷을 뒤지고, 직장 동료들에게 물어보고, 그렇게 첫 도시락을 준비했습니다. 아이 적응보다 도시락이 더 걱정이었던 날이었습니다.
둘째는 두 텀 동안 매일 아침 울었습니다
둘째는 다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어린이집 적응도 무난했고, 오리엔테이션에서 유치원도 미리 둘러보고 선생님과 인사도 했으니까요. 그런데 첫날부터 들어가기 싫다며 많이 울었습니다. 울며 떨어지지 않으려는 아이를 보며 많이 당황했습니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이유가 있었습니다. SA주에서 재작년부터 Kindy 입학 시기가 1월과 7월로 나뉘었는데, 둘째는 7월에 입학했습니다. 이미 1월에 입학해 반 년을 함께 지낸 아이들 사이에 중간에 끼어든 것이었습니다. 내향적인 성격의 둘째에게는 그 낯섦이 더 크게 다가왔을 것입니다.
매일 픽업할 때마다 시무룩한 얼굴을 하고 나오는 둘째를 보는 것이 힘들었습니다. 집에 오는 길에 "누구랑 놀았어?" 하고 물으면 그냥 "혼자 놀았어"라고 답했습니다. 그 대답이 마음에 걸려서 Term 1 학부모 면담 때 선생님께 걱정을 털어놨습니다.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것 같다고요. 선생님이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둘째가 혼자 있다고 아무것도 안 하는 게 아니라, 본인이 관심 있는 것을 찾아서 잘 보내고 있다고요. 시간이 필요한 일이니 지켜봐달라고 하셨습니다. 문제가 바로 해결된 것은 아니었지만, 걱정할 필요 없다는 말을 듣는 것만으로도 조금 안심이 됐습니다.
분리불안(Separation Anxiety)은 만 3~6세 아이들에게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발달 과정의 일부입니다. 호주 아동 발달 연구에 따르면 낯선 환경과 새로운 또래 집단에 노출될 때 내향적인 기질의 아이들이 외향적인 아이들보다 적응 기간이 평균 4~6주 더 걸리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아이의 기질과 환경의 변화가 함께 작용한 결과로, 양육자의 인내와 기다림이 핵심 요소입니다. (출처: Australian Institute of Family Studies)

주먹밥 동화가 둘째의 마음을 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Seesaw 앱으로 담임 선생님에게 메시지가 왔습니다. 둘째가 점심으로 항상 동그란 주먹밥을 싸오는 것을 보고, 주먹밥이 등장하는 일본 동화가 생각나서 함께 읽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리고 둘째가 정말 좋아했다고 하셨습니다. 집에서도 읽을 수 있게 인쇄본도 따로 챙겨서 보내주셨습니다.
그날 픽업을 갔을 때 달랐습니다. 평소 시무룩한 얼굴로 나오던 둘째가 신나는 얼굴로 달려왔습니다. 재밌는 동화가 있다며 쉴 새 없이 이야기했습니다. 집에 와서 그 인쇄본을 매일 10번도 넘게 읽었던 것 같습니다. 그 이후로도 적응하는 데 시간이 좀 더 걸렸지만, 그 일을 계기로 둘째가 조금씩 마음을 열기 시작했습니다. 선생님이 도시락 속 주먹밥 하나로 아이와 연결고리를 만들어준 것이었습니다. 그 세심함이 고마웠습니다.
Term 3 첫날이었습니다. 그동안과 달리 둘째가 웃으며 안녕이라고 하고 바로 유치원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저도, 선생님도 서로 마주 보며 놀라서 쳐다봤습니다. 선생님 말씀대로였습니다. 아이에게 필요한 건 다른 무엇이 아니라 시간이었습니다. 지난 5월 둘째가 유치원 친구들을 초대해서 첫 생일 파티를 했습니다. 친구 이름을 부르며 달려가 반갑게 맞이하는 둘째를 보면서, 그 두 텀의 기다림이 떠올랐습니다. 참 행복한 순간이었습니다.
한국 유치원과 다른 세 가지
두 아이를 Kindy에 보내면서 한국 어린이집, 유치원과 가장 달랐던 것 세 가지를 정리해봤습니다.
첫 번째는 놀이 중심(Play-based) 교육입니다. 호주 Kindy에서 Play-based Learning이란 아이들이 놀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사회성, 창의성, 문제 해결 능력을 키워가도록 하는 교육 철학을 말합니다. 아침에 등원하자마자 야외 놀이터에서 흙을 파고, 물장난을 치고, 나무에 올라갑니다. 옷이 흙투성이가 되거나 물에 젖는 것이 일상입니다. 그래서 아이들 옷은 비싼 것을 사지 않습니다. 더러워져도, 구멍이 나도 괜찮은 것들만 입혀 보냅니다. 한국 어린이집은 교구 중심의 정적인 실내 수업이나 영어, 체육 같은 특별 활동이 잘 짜여 있는 편입니다. 어느 쪽이 더 낫다고 단정하기보다, 아이에게 어떤 경험이 필요한지에 따라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는 No Hat, No Play 규정입니다. 호주의 강렬한 햇빛 때문에 생긴 철저한 문화입니다. 챙이 넓은 모자(Broad-brimmed Hat)를 쓰지 않으면 야외 놀이터에 나갈 수 없습니다. 모자가 없으면 그늘진 테라스에서만 놀아야 합니다. 자외선 차단제를 아침에 바르는 것도 필수 루틴입니다. 처음엔 엄격하다고 느꼈는데, 호주의 피부암 발생률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것을 알고 나서는 당연한 규정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호주암협회(Cancer Council Australia)에 따르면 호주는 전 세계에서 피부암 발생률이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로, 어릴 때부터 자외선 차단 습관을 형성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합니다. (출처: Cancer Council Australia)
세 번째는 도시락 문화입니다. 한국은 따뜻한 급식이 나옵니다. 국, 밥, 반찬이 균형 있게 제공되고 식습관 지도까지 해줍니다. 호주 Kindy는 100% 도시락입니다. 과일 위주의 모닝 티와 점심을 매일 아침 따로 싸야 합니다. 아이가 스스로 열어서 먹어야 하기 때문에 자립심을 기르는 데 좋다는 장점이 있지만, 부모 손이 정말 많이 갑니다. 견과류 금지 규정까지 신경 쓰다 보면 아침마다 도시락이 하나의 프로젝트가 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아이가 Kindy에 적응하지 못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선생님과 정기적으로 소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Seesaw 같은 앱을 통해 아이의 상태를 공유받고, Term 1 면담에서 걱정을 솔직하게 털어놓으세요. 대부분 시간이 해결해줍니다. 두 텀을 기다린 저도 결국 Term 3 첫날 달라진 아이를 봤습니다.
7월 입학과 1월 입학 중 어느 쪽이 적응에 유리한가요?
일반적으로 1월 입학이 처음부터 같은 출발선에 서는 만큼 적응에 유리한 편입니다. 7월 입학은 이미 반 년을 지낸 아이들 사이에 들어가야 해서 내성적인 아이에게 더 도전이 될 수 있습니다.
No Hat No Play 규정에서 모자는 어떤 것을 써야 하나요?
캡(Cap) 모자는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얼굴과 목을 모두 가릴 수 있는 챙이 넓은 버킷햇(Bucket Hat)이나 레거넥 햇(Legionnaire Hat)이 권장됩니다. 학교·유치원 유니폼샵에서 학교 로고 모자를 구입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