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부모 상담은 어느 나라에서나 긴장되는 자리입니다. 아이가 어떻게 평가받고 있는지,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를 듣는 것이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호주 학교 상담에서 들은 말들은 제가 예상했던 것과 달랐습니다. 그 말들이 아이를 보는 시각을 바꿔줬습니다.
부족한 점이 아니라 성장한 점을 먼저 말했습니다
준이가 1학년 때 첫 학부모 상담이 있었습니다. 한국식 상담을 상상하고 갔습니다. 이 부분이 부족하니 더 신경 써주세요, 리딩 레벨이 어느 정도입니다, 이런 이야기를 들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선생님은 먼저 준이가 이번 학기에 어떻게 성장했는지를 이야기했습니다. 처음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렸는데, 지금은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린다고 했습니다. 수업 중에 질문을 많이 하게 됐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친구가 어려움을 겪을 때 먼저 도와주는 모습이 인상적이라고 했습니다.
부족한 점을 이야기한 것은 그다음이었습니다. 읽기 속도를 더 늘려가면 좋겠다는 것이었는데, 그것도 지금 이 수준이 준이만의 속도이고 그 속도를 존중하면서 지원하겠다는 방식으로 전달됐습니다. 결함이 아니라 성장의 여지로 이야기했습니다.
상담을 마치고 나오면서 마음이 가벼웠습니다. 한국에서 상상했던 상담과는 달랐습니다. 아이의 부족함을 지적받은 것이 아니라, 아이가 어떤 사람인지를 들은 느낌이었습니다.
강점 기반 접근(Strengths-Based Approach)은 아이의 결함보다 강점에 초점을 맞추는 교육 철학입니다. 연구에 따르면 강점 기반 피드백을 받은 아이들이 자존감이 높고, 학습 동기가 더 강하며, 어려움 앞에서 더 잘 버티는 경향이 있습니다. 호주 학교 상담이 이 방식을 따르는 이유입니다. (출처: Australian Institute for Teaching and School Leadership)
아이를 다르게 보게 해준 말들
상담마다 선생님들이 준이에 대해 이야기해준 것들이 있었습니다. 준이는 배려심이 깊다. 한번 관심을 가지면 깊이 파고드는 능력이 있다. 문제를 틀리더라도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를 설명할 수 있다. 이런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제가 미처 보지 못했던 준이의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집에서 준이를 볼 때는 공부를 얼마나 잘하는지, 숙제를 빠뜨리지 않는지, 준비물을 챙겼는지가 더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선생님 눈에 보이는 준이는 달랐습니다. 친구가 힘들 때 먼저 알아채는 아이, 모르는 것을 끝까지 파고드는 아이. 그 모습들이 성적보다 더 값진 것이라는 것을, 상담을 통해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
4학년 상담에서 선생님이 한 말이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준이는 답을 맞히는 것보다 왜 그런지를 이해하려는 성향이 강하다고 했습니다. 그것이 장기적으로 수학을 잘하는 데 더 유리한 자세라고 했습니다. 그 말을 듣고 준이가 분수를 배울 때 며칠을 힘들어하면서도 포기하지 않았던 것이 떠올랐습니다. 느리지만 이해하고 넘어가는 준이의 방식이 틀린 것이 아니었습니다.
한국 상담과 호주 상담의 차이
한국에서 초등학교를 다닌 경험을 생각하면, 상담은 주로 성적과 부족한 점을 중심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어느 과목이 낮으니 더 신경 써야 한다, 이런 공부 방법을 써보세요, 이런 이야기들이 주를 이뤘습니다. 그 상담이 나쁜 것은 아닙니다. 구체적인 정보를 주는 방식이었습니다.
다만 호주 상담에서 느낀 것은 아이를 전체적인 사람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는 것입니다. 성적뿐 아니라 사회성, 감정, 태도, 강점을 함께 이야기합니다. 아이가 지금 어떤 상태인지를 입체적으로 전달해줍니다.
그 차이가 부모로서의 저에게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상담 후에 집에 와서 준이를 볼 때, 성적이나 학습만이 아니라 준이가 어떤 사람인지를 더 보게 됩니다. 배려심, 끈기, 깊이 파고드는 능력. 그것들이 준이의 진짜 강점이라는 것을, 선생님의 말을 통해 매번 다시 확인합니다.
교사와 학부모의 파트너십(Teacher-Parent Partnership)은 아이의 학업 성취뿐 아니라 정서 발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특히 학교와 가정이 아이의 강점에 대해 같은 시각을 공유할 때, 아이의 자존감과 학습 동기가 높아집니다. 상담이 단순한 정보 전달이 아니라 아이를 함께 이해하는 시간이 될 때 그 효과가 커집니다. (출처: ACARA - Parent Engagement in Educ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