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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초등학교 친구 사귀는 법 (버디 시스템, 플레이데이트, 다문화)

by jamieseo1999 2026. 7. 10.

 

외향적인 성격의 첫째라 친구 사귀는 건 걱정 안 해도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학교 첫 주, 아이는 생각보다 말이 없었습니다. 아는 얼굴이 거의 없는 교실에 혼자 남겨진 것이었습니다.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는 해 이사를 하느라, 유치원 친구들과 다른 학교로 가게 된 것이 그렇게 영향을 줄 줄은 몰랐습니다. 호주에서 아이가 친구를 사귀는 과정, 그리고 플레이데이트라는 낯선 문화에 적응하기까지에 대해 적어봤습니다.

버디 시스템, 학교가 먼저 손을 내밀었습니다

첫째가 학교에 적응하는 데 생각보다 버디 시스템(Buddy System)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여기서 버디 시스템이란 신입생에게 같은 반 친구 혹은 고학년 학생을 한 명씩 짝지어주고, 정기적으로 만나 교류하게 하는 학교 지원 프로그램입니다.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 직접 만든 선물을 교환하거나 함께 활동을 합니다.

 

어느 날 첫째가 양말로 만든 손 인형(Puppet)을 웃으며 들고 왔습니다. 버디에게 선물받았다고 좋아했습니다. 그리고 본인도 보답하고 싶다며 버디가 좋아하는 공룡 사진을 찾아 그림을 따라 그려줬습니다. 선물을 고민하는 아이의 모습이 얼마나 진지했는지 모릅니다. 낯선 학교에서 먼저 손을 내밀어준 버디가 첫 연결고리가 됐습니다.

 

유치원 선택이 초등학교 친구 관계에 영향을 준다는 것도 그때 배웠습니다. 첫째는 이사 때문에 유치원 친구들과 다른 학교에 입학했고, 같은 학교로 온 친구가 단 한 명뿐이었습니다. 그 친구와 다행히 같은 반이 됐지만, 이미 서로 친한 그룹이 형성된 교실에 새로 끼어드는 것은 외향적인 아이에게도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둘째는 학교에서 5분 거리의 유치원에 보냈습니다. 유치원 아이들의 거의 대부분이 같은 초등학교로 진학하는 곳이었습니다. 지난주 오리엔테이션에서 아는 얼굴들을 발견한 둘째가 조금씩 표정이 풀리는 것을 봤습니다. 그 선택이 맞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학교 적응 연구에 따르면 기존에 아는 또래가 한 명이라도 있는 환경에서 시작하는 아이들이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초기 학교 적응 속도가 평균 2~3주 빠르다고 합니다. 유치원과 초등학교 연계가 아이의 사회적 출발선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출처: Australian Institute of Family Studies)

 

플레이데이트, 처음엔 낯설었습니다

플레이데이트; 함께 쿠키를 만드는 아이들플레이데이트: 함께 간식을 먹고 있는 아이들
베스트 프렌드가 플레이데이트 하러 집에 온 날

처음 플레이데이트라는 말을 들었을 때 어떻게 하는 건지 몰랐습니다. 아이들은 영어로 소통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었지만, 상대 부모와 영어로 약속을 잡는 것에 자신이 없었습니다. 어떻게 먼저 말을 꺼내야 하는지도 몰랐습니다.

 

첫 플레이데이트는 상대 쪽에서 먼저 연락이 왔습니다. 어린이집에서 첫째와 친하게 지내던 친구의 엄마가 선생님에게 연락처를 남기고 갔다고 했습니다. 연락을 해서 토요일 오전 놀이터에서 두 시간 만났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첫 플레이데이트가 얼마나 단순하고 편안했는지, 지금도 기억에 남습니다.

 

학교에 들어가면서 플레이데이트 횟수가 늘었습니다. 학교에서는 Liaison List라는 학급 비상 연락망을 학부모 대표가 만들어 나눠줍니다. 덕분에 연락하고 싶은 학부모에게 연락할 수 있게 됩니다. Reception 때 첫째와 친해진 Olivia라는 여자아이가 있었습니다. 부모님이 둘 다 중국분이었습니다. 마침 같은 태권도 학원을 다니게 되면서 매주 화요일 수업 끝나고 태권도 가기 전 30분씩 저희 집에서 함께 놀다 가곤 했습니다. 학교 바로 앞에 사는 덕분에 동선이 딱 맞았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자라면서 남자아이는 남자아이들끼리, 여자아이는 여자아이들끼리 노는 방향으로 자연스럽게 바뀌었고 그렇게 멀어졌습니다.

 

지금까지 가장 오래 이어지는 친구는 Reception 때부터 지금 Year 4까지 5년째 같은 반인 Matthew입니다. 어릴 때는 서로 집에 부모님도 함께 초대해서 애프터눈 티를 마시며 아이들을 놀게 해줬고, 아이들이 크면서 각자 집에 데려다주고 아이들끼리 시간을 갖는 방식으로 바뀌었습니다.

 

호주 플레이데이트와 한국 놀이 문화의 가장 큰 차이는 철저히 계획적이고 개인적이라는 점입니다. 한국에서는 하교 후 놀이터에서 즉흥적으로 뭉치거나 엄마들끼리 키즈카페에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호주는 최소 일주일 전부터 날짜, 픽업 시간, 장소를 문자나 이메일로 명확하게 조율합니다. 그리고 Drop-off 문화가 있습니다. 초대받은 집 부모가 아이들의 간식과 안전을 책임지고, 데려다준 부모는 나중에 데리러 오는 방식입니다. 상대 부모에게 자유 시간을 선물하는 일종의 품앗이 개념입니다. 또 한 가지, 플레이데이트 전에 반드시 상대 아이의 알레르기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에티켓입니다. Matthew가 집에 올 때도 사전에 부모님과 알레르기 여부를 확인했습니다.

 

 

포켓몬 카드 하나면 친구가 됩니다

플레이데이트: 뒷마당에서 함께 노는 아이들
플레이데이트: 뒷마당에서 함께 노는 아이들

첫째 반만 해도 백인 로컬 아이들부터 아시아계, 유럽계, 중동계까지 배경이 정말 다양합니다. 처음엔 그 다양함이 아이들 사이에서 어떻게 작동할지 궁금했습니다. 그런데 보면 볼수록 아이들은 어른보다 훨씬 편견이 없었습니다.

피부색이 다르든, 영어 발음이 조금 서툴든, 도시락에 담긴 음식이 완전히 다르든 아이들은 개의치 않습니다. 포켓몬 카드를 같이 나눌 수 있고, 쉬는 시간에 운동장에서 핸드볼(Handball)을 같이 즐길 수 있으면 그걸로 최고의 친구가 됩니다. 한국에서는 나와 다른 것을 자칫 특이하게 여길 수 있다면, 이곳 아이들은 서로 다른 것이 당연하다고 받아들입니다.

 

Harmony Day 같은 학교 행사가 그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각 나라의 전통과 문화를 소개하고 존중하는 것이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교육됩니다. 그 환경 덕분에 첫째도 타인을 색안경 없이 바라보는 눈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이것은 어떤 교과서도 가르쳐주기 어려운 것입니다.

 

다문화 교육 연구에 따르면 어린 시절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또래와 자연스럽게 어울린 경험이 성인이 된 후 타문화에 대한 개방성과 공감 능력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친다고 합니다. 호주 학교 환경이 그 경험을 자연스럽게 제공하고 있습니다. (출처: Australian Multicultural Foundation)

자주 묻는 질문

버디 시스템은 모든 호주 학교에 있나요?
학교마다 다르지만 많은 호주 초등학교에서 신입생 적응을 위해 버디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입학 전 학교 Information Day에서 확인해보세요.

 

플레이데이트는 어떻게 제안하면 되나요?

학급 Liaison List를 통해 연락처를 얻거나, 픽업 시간에 직접 말을 걸어도 됩니다. 구체적인 날짜와 장소를 제안하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상대 아이 알레르기 여부도 미리 확인하는 것이 에티켓입니다.

 

영어가 서툰데 플레이데이트 약속 잡기가 어렵지 않나요?
처음엔 누구나 어색합니다. 문자나 이메일로 먼저 연락하는 방식이 말하는 것보다 훨씬 부담이 적습니다. 상대 부모도 대부분 이민자 가정인 경우가 많아 생각보다 편안하게 소통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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