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준이는 호주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한국 친구들과도 어울립니다. 사촌들, 한국 방문 때 만나는 또래 아이들. 두 그룹의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준이가 스스로 차이를 느끼고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이의 눈에 보이는 그 차이가 흥미롭기도 하고, 생각할 거리를 많이 줬습니다.
준이가 먼저 차이를 이야기했습니다
한국에서 돌아온 후였습니다. 준이가 사촌들과 놀았던 이야기를 하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한국 친구들은 게임할 때 꼭 이겨야 해요. 지면 엄청 속상해해요. 호주 친구들은 그냥 재미있으면 돼요. 그 말이 흥미로웠습니다. 아홉 살 아이가 두 문화의 차이를 이렇게 관찰하고 있었습니다.
준이의 말을 더 들어봤습니다. 한국 사촌과 보드게임을 했는데, 사촌이 지자 게임판을 뒤집어버렸다고 했습니다. 준이는 당황했다고 했습니다. 호주에서 친구들과 게임을 할 때는 그런 일이 거의 없다고 했습니다. 지면 아쉽다고 말하고 다시 하자고 하는 경우가 많다고요.
물론 이것이 모든 한국 아이와 호주 아이의 차이라고 일반화할 수는 없습니다. 개인의 기질과 가정 환경이 더 큰 영향을 미칩니다. 그런데 준이가 관찰한 것에는 어느 정도 문화적 배경이 반영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과에 더 민감한 환경에서 자란 아이와, 과정을 즐기는 것이 강조되는 환경에서 자란 아이의 차이일 수 있다고요.
문화와 경쟁심의 관계를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학업 성취와 경쟁을 강조하는 문화권의 아이들은 실패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반면 과정과 참여를 강조하는 문화권에서는 실패를 학습의 일부로 더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나타납니다. 준이가 관찰한 것이 그 차이와 연결됩니다. (출처: Journal of Cross-Cultural Psychology)
표현 방식이 달랐습니다
한국 방문 중에 있었던 또 다른 이야기가 있습니다. 준이가 친척 어른에게 이건 맛없어요라고 솔직하게 말했다가 분위기가 어색해진 적이 있었습니다. 호주에서는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고, 학교에서도 그렇게 가르칩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어른 앞에서 그런 말이 버릇없게 들릴 수 있다는 것을 준이가 몰랐던 겁니다.
그날 저녁 준이에게 설명했습니다. 생각을 솔직하게 말하는 것은 좋은 것인데, 어디서 누구에게 말하느냐에 따라 방식이 달라야 한다고. 호주에서는 그렇게 말해도 괜찮지만, 한국에서 어른들에게는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이 더 좋다고. 준이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럼 맛없어도 맛있다고 해야 해요?라고 물었습니다. 거짓말을 하라는 게 아니라, 표현하는 방법이 다른 거라고 설명했습니다. 이거 저한테는 좀 안 맞아요 정도면 된다고요.
그 대화가 준이에게 한 가지를 가르쳐줬다고 생각합니다. 솔직함이 중요하지만, 맥락에 따라 표현 방식이 달라야 한다는 것. 이것이 사회적 능력의 핵심입니다. 어떤 환경에서든 자신을 잃지 않되, 그 환경에 맞게 유연하게 소통하는 능력. 두 문화 사이에서 자라는 준이에게 그 능력이 특히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느 쪽이 더 좋다고 말할 수 없었습니다
준이가 한국 친구들과 호주 친구들을 비교하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저도 어느 쪽이 더 좋다고 말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둘 다 각자의 방식이 있고, 각각의 장단점이 있습니다.
한국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준이가 배운 것들도 있습니다. 끈끈함입니다. 한국 사촌들과는 짧은 시간이지만 빠르게 가까워집니다. 같이 밥 먹고, 같이 자고, 온종일 붙어있으면서 쌓이는 친밀감이 다릅니다. 호주에서 친구들과 플레이데이트를 하는 것과는 다른 방식의 연결입니다. 준이가 한국에 다녀오면 사촌들 이야기를 한참 합니다. 그 관계가 준이에게도 소중한 것입니다.
호주 친구들과의 관계에서는 다양성을 배웁니다. 다른 문화 배경을 가진 아이들이 같은 교실에 있고, 서로 다른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환경입니다. 준이가 한국계 호주인이라는 것이 특별한 것이 아니라 그냥 자신의 것이 되는 환경. 그것이 준이의 정체성을 건강하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중 문화 환경에서 자라는 아이들이 두 문화를 모두 자신의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을 때 더 높은 적응 유연성과 창의성을 보인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한국 친구들에게서 배우는 것과 호주 친구들에게서 배우는 것이 다르지만, 둘 다 준이를 만드는 재료입니다. 어느 것이 더 좋다가 아니라, 둘 다 준이의 것이라는 시각이 중요합니다. (출처: Journal of Cross-Cultural Psychology - Bicultural Identity)
준이가 두 그룹의 친구들 사이에서 때로는 어색하고 때로는 자연스럽게 오가는 모습을 봅니다. 한국에서는 조금 더 조심스럽고, 호주에서는 더 자유롭습니다. 그 차이를 준이 스스로 느끼고 조정하는 것이 보입니다. 그 능력이 어릴 때부터 두 문화 사이에서 자란 경험에서 온다고 생각합니다. 완벽하게 어느 쪽에 속하지 않는 것이 약점이 아니라, 두 곳 모두를 이해하는 강점이 될 거라고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