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준이 생일이 학기 중에 있습니다. 처음엔 학교에서 생일을 어떻게 챙겨주는지 몰라서 그냥 보냈는데, 나중에 보니 다른 아이들 생일에는 뭔가가 있었습니다. 뒤늦게 알게 된 호주 학교 생일 문화가 한국과 꽤 달랐고, 알면 알수록 생각할 거리가 많았습니다.
호주 학교 생일 문화, 어떻게 다른가
호주 초등학교에서 생일을 맞은 아이가 반 친구들에게 작은 간식을 가져오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컵케이크, 쿠키, 사탕 한 봉지 정도를 반 인원 수만큼 준비해서 나눠주는 것입니다. 학교마다 다르지만 많은 학교에서 이것이 관행처럼 자리 잡혀 있습니다. 준이 반은 30명 정도이니, 30개의 컵케이크를 구워오거나 사오는 것입니다.
처음 이 문화를 알았을 때 부담스럽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학기 중에 학교 가서 공부하면 되지, 왜 부모가 간식을 준비해야 하나 싶었습니다. 실제로 많은 호주 부모들도 이 관행에 대해 불편함을 느낍니다. SNS에서 호주 학부모 커뮤니티를 보면 학교 생일 간식 문화가 부담스럽다는 이야기가 자주 나옵니다. 알레르기가 있는 아이들을 고려한 간식을 준비해야 한다는 압박, 다른 집과 비교되는 간식 퀄리티에 대한 스트레스, 비용 부담까지. 원래 의도와 달리 새로운 종류의 부담이 생긴 것입니다.
학교 측도 이 문제를 인식하고 있습니다. 일부 학교에서는 생일 간식을 아예 금지하거나, 과일이나 채소같은 건강 간식으로만 제한하는 정책을 도입했습니다. 준이 학교도 몇 년 전부터 너무 달거나 알레르기 유발 가능성이 있는 것은 가져오지 말라는 지침이 생겼습니다. 자유로운 문화가 시간이 지나면서 규제가 필요해지는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아동 비만과 학교 내 식품 환경을 연구한 호주 보건부 자료에 따르면, 학교 내 비정기적인 고당분 간식 제공이 아이들의 식습관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특히 생일, 명절, 행사를 이유로 반복되는 단 음식 노출이 일상적인 기준이 되는 것을 우려합니다. 좋은 의도로 시작된 문화가 건강 문제와 충돌하고 있습니다. (출처: Australian Government Department of Health)
한국 생일 문화와 비교하면
한국에서 학교 생일은 조금 다른 방식으로 챙겨집니다. 선생님이 생일인 아이를 소개하거나, 반 친구들이 노래를 불러주는 정도인 경우가 많습니다. 부모가 간식을 준비해 가는 것이 의무는 아닙니다. 물론 학교마다, 선생님마다 다르고 학원이나 방과후 모임에서 따로 챙기기도 합니다. 그런데 학교에서 30명분 간식을 부모가 준비해야 한다는 압박은 상대적으로 덜합니다.
호주 방식이 아이를 주인공으로 만들어준다는 점에서 좋습니다. 자기 생일날 친구들에게 뭔가를 나눠주는 경험이 아이에게 특별하게 기억됩니다. 준이도 생일날 컵케이크를 나눠줬을 때 친구들이 좋아하는 모습에 굉장히 뿌듯해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이를 위한 것인지, 어른들의 경쟁이 되어가는 것인지 경계가 모호해질 때가 있습니다. 정성껏 만든 홈메이드 케이크와 편의점에서 산 쿠키가 같은 테이블에 놓일 때, 그것이 아이들 눈에 어떻게 보일지를 생각하면 마음이 복잡합니다.
무엇보다 간식을 준비할 여유가 없는 가정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점이 이 문화의 맹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경제적 여유가 없거나, 맞벌이로 시간이 없거나, 문화적으로 익숙하지 않은 이민자 가정에게 이 관행은 소외감을 줄 수 있습니다. 자발적이라고 하지만 사실상 압박이 되는 문화. 그 경계를 학교가 더 명확하게 정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집은 이렇게 하고 있습니다
저는 준이 생일에 직접 컵케이크를 굽습니다. 홈메이드여야 한다는 강박이 아니라, 준이가 함께 만드는 과정을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전날 밤 같이 반죽을 만들고, 아이싱을 올리면서 내일 친구들이 뭐라고 할 것 같아?라고 이야기합니다. 그 시간이 생일 간식 자체보다 더 의미 있습니다.
알레르기를 고려해서 견과류는 넣지 않고, 재료를 최대한 단순하게 합니다. 처음엔 예쁘게 꾸미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냥 맛있고 안전하게가 기준입니다. 준이가 친구들에게 나눠줄 때 자랑스러워하는 것,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지안이는 아직 어린이집이라 생일 문화가 조금 다릅니다. 어린이집에서 생일 아이의 사진과 가족 소개를 게시판에 붙여줍니다. 간식보다 아이 자체를 소개하는 방식입니다. 그게 오히려 더 따뜻하다고 느꼈습니다. 음식보다 사람을 중심에 두는 방식이니까요. 초등학교 생일 문화도 그 방향으로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끔 합니다.
독자분들 중에 아이 학교 생일을 앞두고 고민 중이라면, 간식의 화려함보다 아이가 그날 하루를 어떻게 기억할지를 먼저 생각해보시길 권합니다. 친구들이 먹은 컵케이크 맛보다, 엄마랑 같이 만들었다는 것을 아이가 더 오래 기억합니다.